국민 SUV 현대 싼타페가 4년만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싼타페 더 스타일\' 이란 이름으로 거듭났다. 외관은 디테일에 변화를 주고 실내는 고급스러워졌으며 신형 R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얹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모두 단단히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내공이 강해지고 상품성이 높아진 싼타페를 만나보도록 하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국민 SUV라는 이름을 붙인 건 그만큼 내수시장에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가진 현대자동차의 대표 SUV이기 때문이다. 아래로 투싼, 위로 베라크루즈, 가운데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모델이 싼타페이며, 세단으로 치면 쏘나타와 비슷한 위치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승에서도 어딜 가던 수많은 기존 싼타페들과 마주쳤으며, 도로에 보이는 차량 중 열에 일곱은 현대차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독과점을 걱정하며 해마다 상승하는 가격에 불만을 갖기도 하고, 매니아나 젊은 오너들은 무난하고 심심한 차만 만든다며 투덜대기도 하지만, 내수시장에서 완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극심한 불경기인 상황에서도 해외에서의 판매량을 늘리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대다수 국내 소비자들은 결국 현대차를 구입하는 것일까.
기자 개인적으론 현대차를 시승할 때마다 불만스러운 점이 많다. 일단 주행성능에서 물렁한 하체와 심심한 파워트레인, 전체적으로 마냥 무난한 세팅으로 인해 달리는 재미가 없기 때문. 그나마 제네시스 쿠페가 등장하면서 흥미로워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라인업과 기본적인 성격을 보면 여전하다.
하지만 다양한 차종을 시승하고 분석하는 것이 직업의 일부인 기자와 대다수 소비자들의 취향은 많이 다르다. 말하면 입만 아프지만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차를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은, 같은 값이면 덩치 크고 실내 넓고 옵션 많은, 그리고 최대한 치장해서 조금이라도 더 있어(?) 보이면 금상첨화다. 기업은 이윤을 내는 것이 최대 목적이고 물건을 만들 땐 당연히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그러한 관점에서 현대자동차는 고객의 니즈에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누굴 탓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서 투덜대기만 하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9명이 좋다 하는 차를 1명의 불만 때문에 거기에 맞출 순 없지 않은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아직도 에쿠스, 그랜저, 쏘나타, 싼타페 등의 모델들은 따져보지 않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엔 제네시스도 추가되었다. 적어도 한국에서 현대자동차의 브랜드파워는 대단한 것이다.
싼타페, 게다가 실버색상. 이만큼 눈에 띄지 않는 차를 시승하는 경우도 드문 것 같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커녕, 별로 관심을 갖지 않으니 시승하는 입장에선 편하지만 마음가짐도 무덤덤해지는게 사실. 다만 기존 싼타페 오너들은 자신의 애마와 뭔가 달라 보이는 싼타페 더 스타일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다.
달라진 외관을 찬찬히 둘러보면, 전체적으로 풍성한 볼륨감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라인은 그대로, 전면 그릴은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에서 자주 보이는 디자인으로 차체색상과 동일하게 도색된 커다란 아가미 같은 형태로 변했으며, 앞 범퍼 안개등 주변의 디자인도 주름진 라인이 들어가며 스포티하게 다듬어졌다. 측면의 변화는 거의 없고, 리어에선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클리어타입으로 처리된 리어램프, 그리고 하단의 듀얼 머플러가 납작하게 다듬어졌다.
변화된 각 부분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기존보다 젊은 감각의 스포티함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위로 베라크루즈가 있고, 앞으로 싼타페 급을 구입할 연령대는 젊은 취향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외관 디자인에 있어선 기존 싼타페와 싼타페 더 스타일이 두 개의 버전인 것처럼 신형이 더 멋지기보단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새로운 디자인이 반가운 사람, 실망한 사람, 양 쪽이 비등하게 존재할 것 같다.
실내에 들어서니 풍부한 각종 장비들로 인해 시승차가 높은 그레이드의 풀 옵션 차량이라는 것이 먼저 느껴지고, 역시나 공간은 동급에서 넉넉한 편으로 여전히 3열 시트가 마련된 7인승의 구성이다. 필요한 경우 성인 5명이 1열과 2열에 탑승하고 어린이 2명이 3열에 탑승하는 정도면 장거리 여행에도 큰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전체적인 실내의 구성이나 품질은 제네시스까진 아니더라도 그랜저, 쏘나타 등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며, 베라크루즈도 부럽지 않다.
센터페시아 하단을 둘러치며 좌우로 뻗어나가는 패널이 카본 비슷하게 처리된 것 역시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디자인, 시승차의 시트는 가죽과 스웨이드가 혼합된 구성이다. 운전석은 사이드미러가 연동되는 2인분 메모리의 8방향, 조수석은 4방향 전동 시트가 채용되었는데 시트의 착좌감에 있어선 다소 불만스러운 것이, 등받이의 허리와 등을 받쳐주는 라인 굴곡이 다소 불편해 편안한 자세를 잡기가 어렵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썬루프는 파노라마 비슷하게 꽤나 넓은 편.
풋브레이크는 개인적으로 영 싫어하는 장비인데, 왼발을 들어 밟았다 눌렀다 하는 것이 오른손으로 일반적인 방식의 핸드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보다 불편하고, 센터 터널의 공간이 그다지 효율적으로 변하지도 않는 것 같다. 아예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면 모르겠지만... 더구나 싼타페는 퉁퉁한 몸매 때문인지 브레이크 문제인지 평지에서도 기어변속레버를 P에 놓고 정차하면 앞뒤로 울컥거림이 심했고, 풋브레이크를 살짝 밟아도 비슷했다. 왼발에 힘을 잔뜩 주고 꾹 눌러 깊숙이 밟아놔야 울컥거림이 덜한 정도. 이런 사소한 부분을 이렇게 길게 적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기아 쏘렌토 신형에 먼저 장착되었던 현대-기아의 e-VGT R엔진은 배기량 대비 마력과 토크 등의 수치에서 세계적인 엔진들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하는 수준이다. 2.0리터와 2.2리터 두 가지 배기량으로 나뉘며, 시승차는 2.0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 184마력(4000rpm), 최대토크 40kg.m(1800~2500rpm)를 발휘하면서 15.0km/l의 1등급 공인연비까지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5단을 버리고 새로운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렸으니 파워트레인에서 확실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2.0 라인업엔 2WD만 존재하고, 2.2 라인업 일부에만 4WD 모델이 포함되어 있다.
초반 가속은 넉넉한 토크감을 앞세워 속도계의 바늘이 꽤나 빠르게 올라가지만, 전반적으로 수치보다 무딘 편이고 대략 80km/h를 넘어가면 밋밋해지며 차분히 가속된다. 안전운전을 위한 현대차의 배려심은 업그레이드된 파워트레인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킥다운 비슷한 것도 되지 않아 마치 무단변속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스포츠성이 강한 SUV들과는 성격이 다른 만큼 싼타페에겐 여유로운 달리기가 어울리겠다. 넘치진 않지만 부족함 없는 수준이라 할까, 엔진의 힘은 배기량 대비 분명 뛰어나지만 변속기와 하체 등의 여러 가지 세팅이 그 힘을 스포티하게 발휘하진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직선 도로에선 고속으로 넘어가도 무난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다른 현대차들과 달리 기본적으로 아주 무거운 편에 속하는 스티어링 감각 때문에 느낌 상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따라서 주차할 땐 꽤나 힘이 들어가는 편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초반 툭 튀어나가는 성격으로 타이어가 살짝 슬립을 일으키며 출발하지만, 다른 현대-기아차들과 마찬가지로 금세 적응이 되는 편이다.
코너에선 덩치가 크고 무게중심이 높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면서 스티어링휠을 돌려야 한다. SUV인 것을 감안해도 최근의 추세보단 차고가 높은 편이고, 직선에선 살짝 단단한 듯 하다가 코너에선 여지없이 푹신한 감각으로 기울어짐이 크게 느껴지는 하체이니만큼, 저속이나 고속 모두에서 과한 코너링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VDC의 개입은 간섭이 큰 편으로, 싼타페에겐 필요한 세팅이다.
직선에 비해 코너에서 더 소프트하게 느껴지는 하체의 감각은 차종과 장르를 불문한 대부분의 현대차에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제네시스쿠페도 마찬가지), 예전엔 시종일관 소프트했지만 이젠 반대로 만들면 되니 어찌 보면 발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하체까지 세련되고 튼튼해지면 현대차의 상품성은 세계적으로 훨씬 높아질 것 같다. 물론 SUV인 싼타페와 직접 연관되는 이야기는 아니고, 현대차의 시승기임을 감안한 기자의 넋두리 정도... 장기적으로 렉서스나 아우디 보다는 벤츠나 BMW 혹은 인피니티의 하체를 닮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닛산, 푸조, 볼보 정도의 세팅도 국내실정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효과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아닐까 싶다.
다시 싼타페로 돌아오면, 도로의 요철은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앞, 뒷바퀴가 턱을 넘어간 직후 차례로 출렁거림을 전해주기 때문에 동승자가 있을 때 찬찬히 넘으며 신경을 써준다면 매너 있고 운전 잘하는 오너로 비춰질 것이다.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은 ‘ECO’ 라는 표시를 계기판에 녹색, 흰색, 빨간색으로 표시해주는데, 크기가 너무 작고 계속 들여다보며 주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종의 눈요기 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계속 빨간색으로 주행하기 놀이라도 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도 날 수 있으니 자제하시길. 대부분의 운전자는 심리적인 연료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승차를 받자마자 트립컴퓨터의 평균연비를 리셋하고 출발, 이 후 이틀 간 에어컨을 켜고 막히는 시내도로 위주로 주행했기 때문인지 싼타페 더 스타일과 헤어질 때 쯤 트립컴퓨터가 보여준 평균연비는 리터당 6.3km였다. 아무리 악조건이라고는 하나 예상은 8km/l 이상이었는데, 실제론 공인연비 15.0km/l 와 차이가 너무 많아 트립컴퓨터를 의심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승차로 사용되다보니 일반 오너들의 차량보단 연비가 나쁠 수밖에 없고, 싼타페의 덩치와 무게를 감안하면 공인연비보다 실연비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에필로그
싼타페 더 스타일, 이름 그대로 외관은 스타일리쉬하게 변하고 실내는 한층 고급스러워졌으며, 겉모습보단 신형 엔진과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업그레이드시켜 내실을 기한 것이 최대 포인트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소비자들에겐 높은 상품성으로 작용해 국민 SUV의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SUV임을 감안해도 여전히 아쉬운 주행안정성, 그리고 신형 엔진과 미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론 그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느껴진다. 성능과 연비 모두 수치상으로 나타나 있는 것과 실제 체감 사이의 갭이 꽤나 존재하기 때문. 그러나 마지막에 떠오르는 결론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제 현대차는 마음먹은 것은 어지간히 다 만들어낼 만한 기술력을 갖췄고, 결과물도 수준이 꽤나 높다. 그래서 언제나 다음 모습,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시승을 마치고 시승차를 데려다놓기 위해 현대-기아 양재동 본사 앞에 도착한 그 날은 기아차 노조의 19년 연속 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어 전경과 기타 분들로 정문이 봉쇄된 상태였다. 주변 도로소통은 난리도 아닌 상황, 하는 수 없이 옆에 있는 마트 주차장에서 싼타페 더 스타일과 헤어진 후, 담배 한 개피 입에 물고 집회 인파 사이를 헤치며 걸어나오는 기자의 심정은 무척이나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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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오토] 싼타페 더 스타일 프리미엄 갤러리
[메가오토] 싼타페 더 스타일 신차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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