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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이것이 프리미엄 파워 - 벤츠 ML280 CDI

페이스리프트되어 등장한 M클래스는 벤츠의 라인업에서 그나마(?) 부진했던 SUV 장르의 도약을 위해 완성도를 높인 모습이 만족스럽고, 전면에 큼직하게 새겨진 삼각별 엠블럼이 아니더라도 왜 벤츠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감성을 보여준다. 듬직하고 강인하며 감수성 풍부한 프리미엄 SUV를 만나보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기자는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출근 땐 지하철, 퇴근 땐 버스를 타는데, 오히려 옛날엔 대학 시절부터 차를 갖고 다녔지만 지금은 고유가 시대이니만큼 기름 값도 절약하고, 시승이 있을 땐 출퇴근 코스를 달리는 것 또한 일의 연장이기 때문에 교통비도 한 달 치에서 많이 빠진다.

하지만 그런 이유 외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기자라는 직업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바로 사람이 보이기 때문.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런 저런 모습들을 관찰 할 수 있다는 것은 차를 갖고 출퇴근 할 땐 불가능한 일. 치열한 세상 속에 저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퇴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그 안에 삶이 보이고 인생이 보인다.

그러다보면 겉모습만 봐도 뭐하는 사람인지 대략 알 것 같고, 생김새나 표정을 보면 성격도 보이는 것 같다. 기자는 생긴 대로 논다는 말을 믿는 편인데, 당연히 예외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할 뿐, 대부분의 사람은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 대비 성격이나 인간성 등이 일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 세월이 흐르면서 내면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왜 기분 나쁘게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냐고? 음... 그냥 솔직해지자. 면접 때문에 성형까지 하는 시대다. 특히 남자들은 여성의 외모에 따라 대하는 것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마시길. 예쁘면 뭘 해도 용서되고, 못생기면 뭘 해도 욕먹는다는 말은 그냥 진리다. 그리고 남자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 하나가, 자신의 외모는 생각 안하고 여자의 외모만 따진다는 것. 남자는 능력이 좋으면 외모가 상쇄되긴 한다지만, 외모 능력 다 모자란데 외모지상주의가 너무 심하면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선 기자도 약간 문제가 있다.

여하튼 각설하고, 차도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조잡해 보인다면 실제 주행감성이나 품질도 별로인 경우가 많고, 뭔가 내공이 풍기는 멋지고 오묘한 디자인의 차는 전반적인 능력도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동차라는 것은 겉모습 뿐 아니라 인간의 오감 모두로 느끼는 기계이기 때문에 \'감성\' 품질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감성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특히 강하게 묻어나온다. 그 중에도 단연 메르세데스-벤츠, 사실 그 이름만으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M클래스 또한 그러한 벤츠의 감성을 잘 나타내주는 녀석이다.


앞서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했는데, 화려하게 치장하고 눈에 확 띄지만 금방 질려버리는 외모보단, 튀지 않아도 귀티가 흐르면서 은근한 세련됨을 풍기는 외모가 보면 볼수록 더 끌리듯이, 벤츠의 디자인은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멋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크롬 재질의 전면 라디에이터그릴과 가운데 커다란 삼각별 엠블럼은 AMG가 아닌 벤츠의 모델로선 다소 의외인 부분일 수 있는데, M클래스의 생산 공장이 있으며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다분히 반영한 디자인일 것이다. 이것을 동양인의 시각에서 이해하려고 하면 문화의 갭이 상당해 쉽지 않다. 미국차보단 일본차의 외모가 우리 눈에 더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물론 한국의 소비자들도 번쩍이는 것을 좋아하긴 한다. 삼각별 엠블럼은 아무리 커져도 상관없을 듯, 오너에겐 자부심의 표현이다.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라디에이터그릴 외에 헤드램프 안쪽 눈망울이 밑으로 살짝 내려간 것이 가장 구별하기 쉬운 변화이며, 사이드미러에 포함된 방향지시등은 C클래스와 비슷한 형태, 리어램프엔 LED가 들어가 작은 사이즈로도 구형보다 훨씬 또렷한 시인성을 나타내고, 앞 뒤 범퍼 하단의 가드도 스포티한 재질로 마무리되었다. 1세대나 페이스리프트 전과 비교하면 디테일은 보다 화려하게 다듬어 전체적으로 스포티함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와 함께, M클래스 특유의 강인함 속에 앞 뒤 펜더의 풍만한 아치라인 등으로 우아한 멋도 은근 풍겨 나오는 것은 여전하다.


실내 인테리어 또한 전반적으로 심플하지만 강조하지 않은 고급스러움이 은은하게 풍겨 나오며, 금방 친숙해져 자연스레 동화되면서도 결코 질리지 않는다. 외관의 변화된 디테일처럼, 실내에서도 차분함 속에 스포티한 디테일들이 튀지 않게 들어가 있어 심심치 않다.

스티어링휠과 동그란 계기판-송풍구-컵홀더 등에 포함된 무광 메탈 재질은 반짝이는 크롬으로 도배하는 디자이너들이 본받아야 할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센터페시아 하단과 도어패널 등엔 짙은 우드를 사용해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으며, 대쉬보드는 고급스런 재질로 바늘땀까지 들어가 꼼꼼하고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스티어링휠과 계기판만 보면 SLK 못지않은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고, S클래스처럼 칼럼식으로 마련된 변속레버와 패들시프트가 눈에 띈다. 따라서 모든 기어조작은 팔을 뻗을 필요 없이 간결하고 간편하게 이루어지며, 덕분에 마련된 커다란 두 개의 컵홀더는 바닥까지 통째로 분리가 되어 청소에 용이하다.

앞, 뒷좌석 모두 공간이 여유롭고 시야가 넓어 타면 탈수록 굉장히 편하다. 적당한 시트 착좌감과 세련된 하체가 시종일관 여유로운 안정감을 전해주기 때문에 주행할수록 점점 더 편해지는 느낌, 역시 조금만 익숙해지면 물렁한 감각보다 적당하게 단단한 것이 최고. 전체적인 조립품질은 탄탄하고 빈틈없으며, 각종 다이얼과 버튼들의 뛰어난 조작감은 벤츠를 탈 때마다 손가락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


위의 이미지는 한껏 분위기를 내봤다. 작년 미국시장에서 X5의 판매량을 추월한 기념으로 M클래스의 힘찬 도약을 상징했다고 갖다 붙이면 너무 오버겠지만, 이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 그렇다면 M클래스는 어떻게 X5의 아성을 뛰어넘었을까?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실내외 디자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에서 아주 세련된 주행감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포인트다.

한국시장엔 3종류의 엔진이 얹힌 5개의 라인업이 포진되고 있으며, 시승차는 판매의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이는 V6 3.0 터보 디젤의 280 CDI 4MATIC 모델이다. 배기량 2,987cc로 최고출력 190마력(4000rpm), 최대토크 44.9kg.m(1400rpm)의 출력을 발휘하며, 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7G-Tronic)가 매칭 되어 동력을 매끄럽게 전달한다. 벤츠의 사륜구동 4MATIC 시스템은 구동력을 전후좌우로 알맞게 배분하는 4-ETS(Electronic Traction System)가 적용되어 조향 안전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

최근 등장하는 신형 엔진들에 비하면 배기량 대비 수치는 떨어질지 모르나, 이 녀석이야말로 수치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다. 일단 벤츠의 특성상 엔진 자체가 모든 힘을 쥐어짜지 않고 출력을 여유 있게 뽑아내는 타입으로, 이러한 출력을 전달하는 변속기와 하체의 매칭이 이상적이기 때문에 도로에 충분한 힘을 뿌리면서도 안정된 거동을 보인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은 기본기에서 절대 우월한 모습을 보이는 벤츠의 감각 그대로.

온로드에서 초반 뻗어나가는 감각은 아주 낮은 회전수부터 발휘되는 넉넉한 토크감으로 인해 커다란 덩치로도 매끄러운 상승을 이루어낸다. 네 바퀴의 알맞은 구동력 배분과 스티어링휠의 적당한 무게-조향감각, 그리고 시승 내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세련된 하체가 맞물려 더 높은 출력을 원하게 되다가도 한편으론 주행감성 자체가 만족스러워 출력에 대한 욕심이 없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러한 감각 그대로 고속으로 넘어가면 대략 170km/h부터 가속이 더뎌지고 최고속도 까지는 다소 긴 구간이 필요하지만, 이번에도 벤츠다운 고속 안정성 더분에 높은 속도보단 주행 자체를 즐기게 된다. 엔진의 출력 따위 아쉽지 않게 되어버리는 주행감성, 이걸 느끼다보면 다른 요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은 가솔린과 비교하면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디젤엔진의 평균 이하 수준으로 충분히 억제되어 있다. ML280 CDI의 경우 정지 상태에선 그래도 디젤엔진인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주행하는 동안엔 만족도가 높아 두 상황의 갭이 있는 편이다. 때론 가속페달을 괴롭히며 음색을 키워도 거슬리지 않고 즐기게 되는 타입.

일부 전문가들은 디젤차 시승기엔 무조건 가솔린과 차이 없다는 식으로 언급하는데, 수많은 디젤 모델의 소음과 진동이 각각 천차만별인 것을, 그냥 시끄럽다 조용하다도 아니고 어떻게 대부분 가솔린과 차이 없다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차이를 느끼기 힘든 모델도 있고 차이가 심한 모델도 있는데, 아직까지 열에 아홉은 가솔린과 차이가 확실히 있다. 다만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을 뿐이다.

이번엔 M클래스의 하이라이트. 시승 도중 촬영에 좋은 장소를 찾다가 꽤나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보통 이런 경우 하체가 쿵쾅거리며 잡소리나 불안한 느낌을 전해와 심리적으로도 불쾌한 상태가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하셨을 것이다. 도로의 파인 곳만 지나가도 기분 나쁜 충격을 전해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하체의 잡소리나 불안한 기색 전혀 없이 오프로드의 거친 진동을 모두 흡수하면서도 단단한 안정감을 전해주는 것에 세삼 놀라게 되면서, 그 느낌이 아주 좋아 속도를 높여도 하체의 거동이나 안정감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전형적인 독일차의 하체, 거기에 차의 성격에 맞는 이상적인 세팅이 더해진 결과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서 분명히 X5보다 세련된 조율이 돋보인다.


에필로그
프리미엄 브랜드의 페이스리프트는 어느 것 하나 서투른 것이 없어, 디자인도 성능도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그 경계를 아주 적당하게 조율하며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새로운 M클래스 또한 전체적인 수준이 높은 곳에 올라 있어 불만이 별로 없다. 불만이 생기다가도 높은 감성품질을 느끼며 잊어버리게 만드니...

기자 개인적으로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가격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는 정말 몇 안 되는 메이커 중의 하나가 벤츠다. 나머진 BMW, 포르쉐, 인피니티 정도. 독일 프리미엄 3사 중에선 아우디가 빠졌는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품성이 높고 마케팅을 잘하는 것이지 주행감각을 비롯한 높은 감성 자체로 벤츠나 BMW를 앞서진 못한다.

이번 시승기엔 외적인 이야기들이 다소 많았는데, 사실 긴 말이 필요 없는 모델이기도 하다. 하나의 모델인 것보다 메이커가 더 부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그게 진짜 브랜드파워다. 타보지 않고서는 가장 이해되지 않는 메이커가 벤츠일 수도 있다. 또한, 허세나 과시를 위해 남들이 타니까 나도 타는 차가 아니라, 어떤 차인지 알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고 타는 차가 벤츠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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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오토] 벤츠 M클래스 프리미엄 갤러리
[메가오토] 벤츠 M클래스 프레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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