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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매력적인 디젤 컨버터블 - 푸조 308CC HDi

206CC와 307CC로 하드탑 컨버터블을 대중화시킨 푸조에서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국내 수입차 시장 디젤모델의 선구자답게 \'하드탑 컨버터블+디젤엔진\' 이라는 조합으로 등장시킨 308CC HDi는 전작인 307CC 대비 여러 모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에 디젤엔진의 효율성이 가미되어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한 낭만으로 달래줄 프랑스산 컨버터블을 만나보자.

글, 편집 / 김정균 기자 (메가오토)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사실 8월이야말로 뚜껑 열리는 모델을 시승하기에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닌가 싶다.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 속에 시승과 촬영을 위해 억지로(?) 오픈하고 다니면 온몸이 가열되는 느낌인데, 그렇다고 탑을 닫은 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을 여유는 많지 않으니 그저 꾹 참는 수밖에. 그나마 뜨거운 태양이 지고 한여름 밤의 오픈 에어링을 만끽하는 순간이 되어야 고생했던 대낮의 시련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곤 한다.

여하튼, 올 여름은 8월에만 컨버터블의 시승 일정이 4개 이상 잡혔으니,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면 피부가 까맣게 타고 상할 것 같다. 이 직업을 오래 하면 피부나이는 포기해야 하는 걸까... 아직은 20대로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은 동안 외모의 기자이지만, 자외선을 만끽하는 시승이 반복될수록 제 나이인 70년대 태생으로 보일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아주머니들이 운동이나 등산할 때 애용하시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썬캡(?)을 구입해 볼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차마 그걸 쓰고 멋드러진 컨버터블의 탑을 오픈할 용기가 아직까진 없어 계속 고민 중이다. 더군다나 8월의 첫 번째 컨버터블로 만난 308CC HDi를 시승하며 그랬다간 누군가 키득대며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후 인터넷에 올릴지 모르니까.


그만큼 308CC HDi는 우아한 멋을 풍겨낸다. 대체로 컨버터블이라 하면 멋지거나 혹은 귀엽거나... 그렇게 딱 떨어지는 느낌이 있는데, 요 녀석은 독특한 디자인의 푸조답게 뭔가 오묘하다. 308CC와 함께하는 오너라면 어떤 차림새가 어울릴까... 말끔한 수트? 아니, 캐주얼? 아니야... 트레이닝복도 꽤나? 이러면서 고민하게 될 정도로 딱히 단정 짓기 어려워진다. 바꿔 말하면 어떤 스타일과도 잘 매칭 된다는 의미가 되겠는데, 개인적으론 젊은 여성 오너가 섹시한 원피스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머플러를 휘날린다면 최고의 조합이 아닐까 싶다.

최근의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은 3조각으로 나뉘어 접히는 탑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308CC는 여전히 2조각의 지붕을 여닫는 형태이며, 이로 인해 다른 푸조 모델들처럼 A필러가 뒤로 길게 경사져 뻗어있는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A필러로 인해 탑을 오픈하고 달릴 때 득과 실이 동시에 공존하게 된다. 다른 컨버터블보다 바람이 덜 들이친다는 것은 장점일지 모르나, 컨버터블의 장기인 시원한 개방감을 만끽하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앞 모습은 다른 308들과 별 차이가 없고, 길게 튀어나온 오버행이 308CC에선 자연스러운 느낌인데, 구형인 307CC보다 길고 넓어져 바람직한 밸런스를 갖추면서 매끈하게 뻗은 라인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

개방감을 방해하는 A필러지만, 덕분에 탑을 닫았을 때의 루프라인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프런트에서 리어까지 전체적으로 풍만한 가운데 우아한 스포티함을 자랑한다. 특히 달리는 모습을 뒤에서 여러 각도로 바라볼 때의 볼륨감과 늘씬함이 가장 돋보이지 않나 싶다. 308CC 디자인의 포인트는 바로 \'뒷태\'인 것이다. 리어램프는 LED처리로 특히 야간엔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을 배가시켜주는 분위기.


인테리어는 다른 308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와중에 308CC만의 스포티한 버킷 시트가 눈에 띄는데, 이 시트는 벤츠 SLK의 에어스카프처럼 목 뒷부분에서 따뜻한 히터 바람이 나와 추운 겨울에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에어웨이브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 겨울이라면 좋았으련만, 더운 여름인지라 목 뒤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뿜어주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어 작동시켜봤으나 미지근한 바람만 흘러나왔는데, 아무래도 겨울에 다시 한 번 시험해 봐야 할 것 같다.

화이트 톤의 계기판엔 크롬 링이 둘러져 있어 308CC의 스포티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308 MCP처럼 네비게이션이 딱 좋은 위치에 순정 느낌으로 매립되어 장비에 충실하려는 한불모터스의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사소하면서도 커다란 허점이 발견되었는데, 네비게이션 화면에 덧댄 투명 패널이 엄청나게 반사되는 재질이라 햇빛과 상관없이 시종일관 화면을 제대로 식별하기 힘들었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면 조수석 탑승자의 상체가 거울처럼 비칠 정도... 탑을 오픈하건 닫건 마찬가지인데, 이는 네비게이션을 매립한 업체의 실수겠지만, 눈이 달렸으면 테스트라도 해보았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식별하기 힘든 화면은 처음 봤는데, 눈 빠지게 들여다보다 결국 지도화면은 포기하고 음성 안내만 들으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판매되는 모델에선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

뒷좌석은 대개의 4인승 컨버터블이 그렇듯 성인이 탑승하기엔 부족한 공간으로, 어린 아이들이라면 함께할 수 있겠다. 트렁크 공간은 컨버터블로선 매우 훌륭한 수준. 오픈한 상태에서도 하단으로 꽤나 쏠쏠한 넓이를 자랑하며, 탑을 닫으면 소형 세단 급 정도의 용량이 확보된다.


프랑스산 디젤 컨버터블의 심장은 다른 308에도 탑재된 직렬 4기통 2리터 디젤엔진으로 최고출력 136마력(4000rpm), 최대토크 32.6kg.m(2000rpm)의 적당한 출력을 발휘하며, 유럽 친환경 디젤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 온 푸조답게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거나 앞서가는 클린 디젤의 면모 또한 자연스레 갖추고 있다. 국내 출시 모델은 6단 자동변속기와 매칭, 무난하고 매끄러운 변속감이 돋보인다.

기어변속레버 하단의 작은 S버튼을 누르면 스포츠모드로 변신하지만, 체감상 별 차이는 없고 기본적인 주행 특성도 변하진 않는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던 이 파워트레인은, 좋게 말하면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이상적인 출력을 발휘하고, 나쁘게 말하면 좀 심심한 편이다. 물론 디젤엔진 특유의 오른발에 스트레스 없는 주행은 보장되어 있지만, 308CC는 같은 파워트레인의 다른 308들 대비 몸무게가 약간 더 나가는지라 가속이 무딜 것으로 예상했는데, 초반 가속은 미세하게 처지는 듯 느껴지다가도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시종일관 시원스레 뻗어나가 주는 맛은 살아있어 결국 별다른 차이는 없다.

가감속을 반복하며 치고 나가는 순발력보단, 속도를 유지하며 원하는 만큼 꾸준히 밀어주는 주행에 더 강한 면모를 보이며, 가속 페달도 예민한 즉답식이 아닌 한 템포씩 늦춰서 반응하는 감각. 결국 308CC HDi는 폭발적인 성능으로 도로를 정복하는 고출력 고성능 컨버터블과 비교하는 모델이 아니라, 연비 좋은 친환경 디젤엔진으로 여유 있는 드라이빙을 즐기며 하늘을 만끽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푸조 특유의 \'CC\' 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기자 입장에선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308 대비 더 무거운 308CC HDi라 해도 14.7km/L의 1등급에 가까운 공인연비를 나타내며, 공인연비보다 만족감 높은 실연비를 보여주기도 한다.


폭발적인 출력이 아니라 해서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것은, 아시다시피 푸조의 장기인 우수한 코너링 실력이다. 이것은 마냥 단단한 하체이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직선에서 소프트하다가 코너에선 확 단단해지는 그런 류의 성격도 아니다. 일상 주행에선 그저 약간 단단한 듯 하면서 소프트한 감각이 주를 이뤄 거친 노면도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마음먹고 스티어링휠을 잡아 돌리면 쏠림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라인을 제대로 밟아주면서 컨트롤하기가 매우 수월하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이 전해지는 그런 감각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독일차의 하드한 하체와 분명히 다른 성격이고, 오히려 국산차와 비슷한 감이 있으면서도 코너링이 좋다는 칭찬을 받는데, 몸으로 느껴지는 전체적인 밸런스와 세팅이 조화를 잘 이루기 때문. 핸들링 감각은 약 언더로 너무 예리하거나 무디지 않은 적당한 조향감각으로 앞머리를 움직여댄다.

이번 시승은 와인딩 코스로 향하는 도중, 마침 휴가철이라 엄청난 정체의 도로상황으로 인해 결국 어쩔 수 없이 기수를 돌려 목적지를 바꿀 수밖에 없었지만, 308CC의 쫀득쫀득한 코너링 실력은 굳이 와인딩 코스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전해졌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엔 다소 얌전한 출력이 아쉽다가도 재미있는 핸들링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재미를 배가시켜주며, 이는 굽이진 도로가 많은 프랑스 태생의 모델로서 그 특징이 잘 살아있는 것이다.

탑을 오픈했을 땐 리어의 무게감이 약간 더 느껴지긴 하지만, 차체 강성은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았으며, 하드탑 모델들의 단점인 탑을 닫았을 때의 잡소리도 거의 없는 편이다. 단, 시승차만의 문제인 것으로 보이긴 하나, 탑을 닫고 운전석 도어를 닫을 때 윈도우와 차체가 만나는 부분이 살짝 어긋나 있는지 ‘팅’하는 잡소리가 들렸던 것은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


에필로그
검증된 친환경 고효율 디젤엔진을 탑재했으며, 우아하고 스포티한 멋스러움으로 하늘을 즐길 수 있는 308CC HDi, 분명 지금껏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조합을 갖춘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녀석이 아닌가 싶다. 여담이지만 외관 색상에 따라서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데, 빨간 시승차를 받을 때 바로 옆에 서있던 화이트 펄 색상은, 시승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정도로 예뻤다.

가만 돌이켜보니, 최근 일 년도 안 되는 기간에 308 HDi / 308SW HDi / 308 MCP / 308CC HDi, 모두를 만나보았는데, 같은 차종의 네 가지 모델이 일 년 동안 순차적으로 출시되어 모두 시승기를 작성하게 되는 경우도 무척 드문 일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났던 308 HDi, 그녀와의 데이트 땐 뭔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만난 308CC HDi는 편안한 친구 같은 느낌이랄까, 아주 친숙하게 다가왔다. 단순히 여러 번 만났기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푸조 차는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정이 가는 스타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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