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능력을 빠짐없이 갖춘 자동차는 단언컨대 지구상에 단 한 대도 없다. 특히 저마다 빠르다는 차들은 그만큼 연료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번 주유로 오래 달리지는 못하게 된다. 이 평범한 진리를 뒤집으려는 노력이야말로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의 한결같은 염원이자 영원한 과제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영원한 과제를 풀기 위해 현 시점에서 포르쉐가 내놓은 정답이 바로 이번에 만난 시승차. 고성능 그란투리스모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대단히 성공적인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이 거대한 포르쉐에 새로운 엔진이 들어섰다. 전면 도어에 각인된 ‘diesel’이란 레터링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파나메라 디젤.
전체적인 모습은 웅장함 속에 날렵하고 미끈한 포르쉐 특유의 라인이 살아있다. 낮고 넓은 쿠페 내지는 해치백 형태로서, 전장과 휠베이스가 대형 세단에 필적하기 때문에 상당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넓게 보면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고, 포르쉐 안에서만 보면 커다란 4인승 911이나 마찬가지다. 시승차는 시퍼런 색상이 유난히 눈에 확 들어오는 느낌.
블랙 인테리어로 꾸며진 시승차의 실내는 포르쉐치곤 단정한 분위기지만, 파나메라 특유의 고급스런 재질과 뛰어난 감성품질은 변함없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기어변속레버 주변에 위치한 각종 장비들의 조작버튼은 여전히 이채로운데, 곧 판매될 신형 911 또한 파나메라의 인테리어 디자인 컨셉을 따르고 있다.
시트는 4인승으로 가운데 센터 터널이 좌우를 양분한다. 뒷좌석 또한 적당히 단단해서 장거리 여행에도 피로가 적고 무릎 공간 등에 여유가 상당하다. 물렁한 대형 세단과는 분명 다른 감각으로, 특히 거칠게 달리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만족스럽다. 트렁크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다음은 디젤 심장을 품은 파나메라의 성능과 주행특성을 알아볼 차례. 일단 시동을 걸면 여느 포르쉐들처럼 우렁찬 포효를 내뿜으며 깨어나긴 하는데, 실내에서뿐만 아니라 차량 외부에서도 디젤엔진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진동과 소음이 억제되어 있다. 오죽하면 엔진룸 가까이 귀를 갖다 대고 신기한 표정을 지었을 정도. 포르쉐니까 조금은 시끄러워도 용서가 될법한데, 6기통으로 8기통 디젤엔진 뺨치는 정숙성을 가졌으니 나무랄게 없어진다.
시작부터 엄청난 가산점을 받고 출발한 파나메라 디젤의 가속페달을 짓눌러본다. 함께 동승한 기자는 디젤차가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냐면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엔진음과 배기음의 기분 좋은 음색에 감탄을 연발한다. 초반 스타트는 다소 무겁지만 낮은 회전수부터 발휘되는 충분한 토크감으로 인해 거대한 차체가 무리 없이 속도를 높여나간다.
특히 고속으로 넘어갈수록 오히려 힘이 붙는 느낌은 굉장히 믿음직스럽다. 200km/h까지 당연하다는 듯 손쉽게 치솟아 올라가고, 그 이상에서도 꾸준한 상승을 유지하더니 230km/h도 무난하게 돌파한다.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만뒀지만 한적한 고속도로였다면 메이커발표 최고속도인 242km/h도 자연스레 넘어섰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장거리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이 짙은 감각. 다른 가솔린엔진 파나메라와 비교하면 반 템포 정도 여유로운 주행이 어울리는 세팅이다. 노면을 움켜쥐고 낮게 깔려 달라붙은 채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성격은 기존 그대로. 묵직한 핸들링과 탄탄한 하체로부터 전해지는 안정감이 너무 강해서 감흥이 줄어드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섀시가 엔진을 완전히 이기는 수준인지라 어떤 코너에서도 불안한 기색이 없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파나메라의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포르쉐 특유의 운전재미를 충분이 느낄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안정적으로 즐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물론 안정적이기 싫은 오너들을 위해서는 친절하게도 파나메라 터보 S까지 마련되어 있으니 능력만 되면 그만이다.
에필로그
파나메라 디젤은 충분히 빠르고 역동적이면서도 굉장히 오래 달릴 수 있는 효율성까지 갖췄다. 포르쉐를 시승하고 연료게이지가 절반도 줄어들지 않은 건 사상 처음이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 따윈 꺼놓고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직은 포르쉐를 타면서 한 번 주유로 1200km나 달려보고 싶진 않으니까. 저공해자동차 3종 인증을 받아 시내 혼잡통행료 50%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자존심이냐 효율성이냐의 문제는 차분히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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