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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사계절 전천후 로드스터 - 벤츠 뉴 SLK


국내에서는 과거 2008년 2월 말에 사브 9-3 컨버터블이 출시된 적은 있었지만, 그보다 이른 한겨울에 로드스터나 컨버터블이 출시된 경우는 없었다. 올 초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3세대 SLK를 내놓기 전까지는 그랬다. 무려 1월 9일이라니, 신차발표회에서 두둑한 옷을 잔뜩 껴입은 기자들이 로드스터를 둘러싼 모습은 분명 어색한 광경이었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하지만 실제 SLK를 타고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행위는 계절과 전혀 무관하다. 일단 휘몰아치는 한파 속에 시승차를 받았지만 하드톱이 전해주는 단절감에 마음이 놓인다. 이후 촬영을 위해 톱을 오픈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굉장히 애처로운 분위기였으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편의장비들을 믿어보기로 한다.


먼저 히터와 열선시트를 최대치로 강하게 작동시키고, SLK의 장기인 에어스카프를 켜면 헤드레스트 부분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 그야말로 목도리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이로서 20초 안에 열리는 톱을 시원하게 감춰버려도 온 몸을 포근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 상태로 내달리기 시작해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승을 진행하는 동안 결국엔 너무 더워져서 히터를 줄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강추위에 톱을 열고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들은 대부분 의구심 가득한 걱정스런 눈빛이지만, 실제론 땀이 날 지경인지라 그런 시선들과 커다란 괴리감을 느끼며 한겨울의 오픈 에어링을 만끽했다.


시승차는 한국 시장에 먼저 출시된 SLK 200 블루이피션시. 4기통 1.8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C클래스에도 들어간다. 효율성이 강조된 조합이지만 자그마한 SLK에서는 넉넉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포인트. 더욱이 달리는 내내 묵직하고 인상적인 배기사운드가 귓가를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스포티한 분위기만큼은 AMG가 부럽지 않다.


분위기는 완연한 스포츠카지만 벤츠의 로드스터답게 주행감성 자체는 유연한 편이다. 이번 3세대는 페이스리프트된 C클래스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성격이 더욱 강조된 느낌. 가벼운 핸들링과 다소 무른 하체는 여성 오너에게 더 잘 어울릴법한 세팅이다. 따라서 한껏 멋을 부린 대가로 비장한 분위기를 감수할 필요 없이 세단을 타듯 도심주행에서도 굉장히 느긋하고 편안하다.


반면 제대로 된 스포츠카 특유의 단단한 느낌을 원한다면 SLK의 이런 세팅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C클래스와 마찬가지로 너무 가볍게 돌아가는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주행에서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불안감을 안겨주기에도 충분하다.


물론 심리적인 불안감과 다르게 이 낮고 넓은 로드스터의 거동 자체는 어떤 주행에서도 깔끔한 실력을 자랑한다. 변속기를 S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대면 즉답식에 가까운 반응으로 단번에 뛰쳐나가고, 실용영역에서만큼은 시원한 가속으로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수동모드 또한 꽤나 빠른 변속으로 만족감은 상당한 편.

급격한 코너를 만나더라도 삼각별 엠블럼을 믿고 잡아돌리면 그만이다. 시승차의 타이어가 심하게 편마모된 상태여서 투덜대긴 했으나 노면조건은 양호했기 때문에 뛰어난 섀시 반응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은 가볍게 시속 200km 이상을 돌파하면서도 고속주행 안정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가벼운 스티어링 감각과 타이어 컨디션을 감안하더라도 삼각별 특유의 낮게 깔려 도로에 달라붙는 믿음직한 감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소프트한 세팅에서 비롯된 핸디캡을 완전히 극복하진 못한 느낌. 물론 기대치가 너무 높은 측면도 없잖아 있긴 하다.


한겨울의 오픈 에어링을 실컷 즐기다보니 어느덧 저녁 무렵이 되어 복귀를 앞두고 SLK의 생김새를 뜯어본다. 외관과 실내 디자인 모두 SLS와 신형 SL 형님들을 쏙 빼닮은 모습. 전면 마스크를 비롯해 전체적인 모습이 2세대보다 부드러워진 탓일까,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역시 주행감각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무난한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승에서 가장 만족한 부분은 실제연비. 마음먹고 연비주행을 하면 디젤엔진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 이렇듯 3세대 SLK는 더욱 부드럽고 효율적이며 편안한 사계절 전천후 로드스터의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부족한 카리스마는 향후 고성능 모델의 등장으로 채워지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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