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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카리스마 넘치는 보석, 인피니티 뉴 FX


디젤엔진이 날로 발전함에 따라 대다수의 메이커들이 디젤엔진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디젤엔진에 투자와 홍보를 아끼지 않는 폭스바겐과 푸조를 비롯해서 최근 BMW는 신형 3시리즈를 런칭하며 먼저 디젤모델만 들여왔을 정도. 디젤차 시장은 이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본 메이커들은 일본 내수시장과 주력인 북미시장의 특성과 맞물려 휘발유 엔진과 하이브리드만 고집하며 지금껏 디젤엔진에 대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미쓰비시 파제로가 잠시 등장하긴 했었지만 시장에서의 몰락으로 자취를 감춘 상황. 하지만 날로 높아져 가는 국제유가와 디젤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인피니티가 FX 30d로 다시금 포문을 열었다.

글 / 김동현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FX의 첫 인상은 강렬하다. 지금도 신선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모습은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이라 표현하고 싶다. 전면의 날카로운 눈매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의 엔진 후드 또한 여전히 인상적. 인피니티 로고가 크게 자리 잡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새로운 패밀리룩에 따라 멋지게 변화했고, 범퍼 하단 안쪽으로 비치는 큼직한 인터쿨러가 디젤 터보엔진임을 알려주며 은근한 포스를 풍기고 있다.


측면의 볼륨 있는 라인은 언제 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SUV중 최고의 사이드라인이라 생각된다. 20인치의 휠/타이어가 적용되지만 차체 디자인이 워낙 강렬한 터라 비교적 평범하게 느껴지는 부분. 후면에서는 FX 30d 라는 엠블럼이 이 차가 디젤엔진임을 알려준다.


외관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실내 인테리어는 적당한 굴곡과 선으로 처리되어 고급스러우면서 심심하지 않은 매력을 뿜어내고, 고급 단풍나무 트림과 함께 알루미늄 재질로 마감된 센터페시아, 10방향 조절 파워 시트, 자동 온도 조절 장치, BOSE 프리미엄 오디오 등 동급 최고의 감성품질과 편의사양들을 갖췄다.


내비게이션은 신차 출고 후 애프터마켓을 통해 따로 매립하게 되면 그 완성도나 견고함을 떠나서 한낮에 실내로 침투하는 햇빛으로 시인성이 좋지 않은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FX는 내비게이션의 위치를 센터페시아 안쪽으로 깊숙이 마련해 불편함을 최소화 했다. 실제로 햇살이 들이치는 오후 시간에도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으며 시인성 또한 훌륭했다.


스포티한 SUV를 표방하는 만큼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과 커다란 패들 시프트는 G37 쿠페와 유사하며, 세미 버킷타입의 시트 또한 이 녀석이 무늬만 SUV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부분이다. 전체적인 실내공간은 넉넉하지만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그리 넓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번 FX의 핵심은 엔진. 인피니티가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6기통 3.0L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38마력(3,750rpm), 최대토크 56.1kg.m(1,750~2,500rpm)의 힘과 더불어 기존 휘발유 모델 대비 연료 효율을 약 30% 개선한 10.2km/ℓ의 공인연비로 경제성까지 확보한 엔진이다. 여기에 수동기능을 제공하는 7단 트랜스미션이 엔진과 조화를 이룬다.


이제 출발할 차례. 시동 버튼을 눌러 잠자고 있던 엔진을 깨워본다. 디젤엔진치고는 상당히 즉답식으로 설정된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가져가면 FX 50S 못지않은 스포티한 공명음이 귓가를 자극하며 뻗어나간다. 디젤엔진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듣기 좋은 음색은 소음이 아닌 소리라 표현하고 싶으며, 포르쉐 파나메라 디젤과 비교될 만큼 만족스럽다.


디젤엔진 특성상 짜릿한 느낌은 덜하지만 묵직하게 밀어붙이는 실력은 상당히 수준급이다. 어떤 구간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면 즉각 반응하는 엔진은 굳이 윗급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듯이 어느 순간 조금만 더 라고 외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디젤엔진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충분히 부드럽고 빠르며 나름대로 재미있는 주행도 가능하다.


엔진과 맞물리는 7단 자동변속기는 깔끔하게 반응하면서 엔진의 토크를 잘 뽑아낸다. 다른 차량과 흐름을 같이하며 일반적인 주행을 해도 변속기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의 작은 변속 느낌만을 전해주며,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적극적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빠른 반응과 확실한 동력 전달로 전혀 아쉽지 않은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주행 중 속도를 줄이면 변속기가 스스로 쉬프트 다운을 진행하여 자연스럽게 엔진브레이크 효과를 얻는 것과 동시에 재 가속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레임 기반의 SUV라면 모를까, 모노코크 바디의 SUV는 어느 정도의 차체 비틀림이 느껴질 정도로 강성에 아쉬움이 있게 마련. 특히 한쪽 바퀴만 커다란 둔턱에 걸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찌그덕거리는 잡소리도 종종 들리곤 한다. 그러나 FX는 시승 내내 차체에 대한 불만을 전혀 가질 수 없었다. 시종일관 단단하게 반응하는 차체는 프레임 바디를 사용하는 다른 차량이 절대 부럽지 않았다. 닛산의 차체강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FX의 최대의 강점은 바로 아테사 AWD 시스템이다. 슈퍼카 GT-R에도 탑재되는 이 시스템은 단단한 서스펜션과 함께 FX의 운동성능을 최고조로 만들어준다. 네 바퀴의 접지력은 상상 이상. 차체 높이에서 오는 불안감만 떨쳐낸다면 FX는 어떠한 고갯길을 달려도 스포티한 차량에 크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발휘한다.

훌륭한 차체강성과 서스펜션, 믿음직한 아테사 시스템은 FX의 고속 안정감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이끌어낸다. 고속으로 달려도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긴장감 따위는 없다.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의 차량들과 비교해도 전혀 아쉽지 않은 성능이다. 확실히 FX는 하체가 엔진/미션을 이기고 있다.


잘 달리고 잘 돌아가는 만큼 잘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전륜 4피스톤/후륜 2피스톤의 대형 브레이크 캘리퍼는 FX를 훌륭하게 다스린다. 상당한 속도의 고속에서 급한 제동을 걸어도 브레이크의 떨림과 밀림은 느낄 수 없을뿐더러, 지속적인 브레이킹으로 인한 페이드 현상도 무난한 편. 처음과 끝이 일관된 브레이킹 반응은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뛰어나다.


SUV의 주행느낌이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스포티한 달리기를 선호하는 개인적인 기준에서도 FX는 장르를 뛰어넘는 커다란 만족감을 안겨줬다. 값비싼 동급의 유럽산 SUV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 가격대비 성능과 편의장비 등 모든 면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춘 FX를 시승하는 내내 쟁쟁한 경쟁자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스포티한 대형 SUV로서 FX가 지닌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에 효율성까지 더해졌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인피니티 FX는 차를 아는 사람일수록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보석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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