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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 - 벤츠 G63 AMG

예사롭지 않은 천둥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심금을 울리는 이 소리만 듣고도 벤츠의 AMG 모델이라 짐작하며 주위를 둘러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굉장히 흔치 않은 실루엣, 저 멀리서 달려오는 시커먼 차체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온 듯 최근의 트렌드와 완벽하게 동떨어진 모습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전통의 오프로드 성능과 최신의 파워트레인 기술이 함께 녹아들어있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차, 그래서 더 특별한 G클래스, 그 중에서도 AMG 로고가 달린 G63 AMG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은 단지 하나의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자동차의 역사 그 자체다. 삼각별 엠블럼이 달린 차를 탄다는 것은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한다는 것. 대부분의 다른 메이커들이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한 오직 벤츠만이 가진 최고의 가치인 셈이다.

그런 벤츠가 만들어낸 차들은 대부분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우아한 디자인에 충분한 성능과 최적의 효율성, 최고의 안전성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다른 메이커들이 현란한 디자인과 온갖 기술로 요란을 떨어도 벤츠는 그저 묵묵히 본연의 페이스대로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나아간다. 최고이기 때문이다. \'The best or nothing\' 이라는 벤츠의 브랜드 슬로건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물론 벤츠가 만드는 차들에게도 단점은 있다. 하지만 단점 없는 완벽한 차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단점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가 관건인데, 기본기와 안전성, 주행감성이 90점 이상이라면 다른 부분들은 그리 중요치 않다. 치장하고 포장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런 벤츠의 다양한 라인업 중에서도 G클래스는 보다 특별한 존재다. 옛날 옛적에 단종 되고도 남았어야 할 법한 차를 지금도 신차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차를 원하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관부터 살펴보면, 현 시점에서 G클래스의 생김새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초창기 전통의 디자인을 지금까지 계승하는 것으로 유명한 포르쉐 911보다 훨씬 더 과거 친화적인 모습. LED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사이드미러만이 현재의 G클래스라는 힌트를 줄 뿐이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구닥다리 옛날 차로 보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의 눈에는 클래식함이 살아있는 최고의 디자인으로 칭송받을 수도 있다. 굉장히 터프하고 남성적이지만 G클래스를 사랑해 마지않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도 주목해볼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G클래스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AMG 모델은 일반 G클래스 대비 여러 가지 외관 디테일에서 제법 차이가 나기 때문에 풍기는 포스가 다르다. 잘 어울리는 색상은 무조건 실버 아니면 블랙. 다른 색상은 본 적도 없고 상상하기도 싫다. 시승차는 시커먼 AMG 모델로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가 일품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투박한 겉모습과는 사뭇 다른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겨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외관과 마찬가지로 네모반듯하지만, 풍부한 가죽과 알칸타라, 메탈과 블랙 하이그로시 등 곳곳에 사용된 소재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 찬찬히 둘러보고 여기저기 만져보면 역시 값비싼 차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각종 편의장비도 부족함 없이 마련되어 있다. 전동으로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고 열선과 통풍은 물론 3인분의 메모리까지 제공되는 시트와 두 개의 뒷좌석 모니터 등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 국내에서는 드물겠지만 열악한 오프로드를 해쳐나가야 할 상황도 있을 테니 차량 밖은 지옥과도 같을지언정 실내에서만큼은 최대한 안락함을 느끼라는 것이 현대적으로 탈바꿈된 G클래스의 덕목이 아닌가도 싶다.


다음은 G63 AMG와 함께 달려볼 차례. 벤츠의 다양한 AMG 모델에 얹히는 5.5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44마력, 최대토크 77.5kg.m를 발휘한다. 이 강력한 힘은 AMG 스피드시프트 플러스 7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조율되며 컴포트, 스포츠, 매뉴얼 모드가 제공된다.


운전석에 앉으면 예상대로 시트 포지션과 전방 시야가 꽤나 높다. 8천 rpm까지 표기된 타코미터 상단의 AMG 로고를 바라보며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본다. 느릿하게 저속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오른발의 섬세한 장단에 맞춰 심금을 울리는 배기 사운드가 나지막하게 밀려든다.

귓가를 자극하는 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궁극의 오프로더인 G클래스의 성격상 온로드에서 정통 스포츠카 뺨치게 달리는 다른 AMG 모델들처럼 도로를 휘젓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오른발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의해 지배되기 시작한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가 펼쳐지자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짓누른다. 그러자 폭발적인 AMG 사운드가 터져나오며 무섭게 돌진해나가는 육중한 덩치. 속도계의 바늘은 찰나의 순간을 허락할 새도 없이 치고 올라가고, 짜릿한 가속감이 순식간에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시야가 높기 때문에 초반 가속도 0-100km/h 5.4초의 수치보다 체감 상으론 더 빠르게 느껴진다. 그대로 고속 영역까지 거침없는 기세를 이어가며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그칠 줄 모르게 만드는 G63 AMG.


직선주로에서의 안정감은 예상보다 탁월한 편이다. 전고가 월등히 높은 몸매를 감안하면 기대 이상. 괴물의 심장이 본색을 드러내는 온로드 주행은 이쯤에서 타협하기로 한다. G클래스는 코너를 휘젓고 다니는 성격이 아닌지라 굳이 스티어링 휠을 무리하게 잡아 돌릴 이유는 없다. 그저 쉽사리 감출 수 없는 존재감을 뿜어내며 유유히 도로를 달려 나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AMG 모델의 시승 코스는 험난한 오프로드 대신 온로드 주행 위주로 달렸다. 앞서 G350 블루텍 모델을 통해 G클래스의 엄청난 오프로드 성능은 이미 체험해본 터. G클래스에는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우월한 기술력이 대거 적용되어 있다. 어지간한 도심형 SUV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험난한 곳을 유유히 달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매력이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은 네 바퀴 모두 최고의 구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작동되며, 디퍼런셜 락 기능은 하나의 바퀴만으로도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극단적인 험로 주행에서도 구동력을 전자식으로 조절하고, 저단 기어로 최대 80%의 경사로를 오를 수 있으며, 내리막에서 바퀴가 잠길 걱정도 없다. 물이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계곡을 안전하게 건너는 것도 G클래스와 함께라면 어렵지 않다.


에필로그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는 현존하는 전설의 오프로더이자 경쟁자를 갖다 붙일 필요 없는 독자적인 하나의 아이콘이다. 군용 차량으로 개발되었던 역사를 뒤로한 채 어느덧 럭셔리 SUV로서의 면모까지 갖추며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특히 G63 AMG는 G클래스만의 개성과 멋을 한껏 끌어올린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개인적으론 G클래스가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오랜 세월 지금의 모습 그대로 전통의 명맥을 이어갔으면 한다. 대다수의 자동차들이 화려하다 못해 지저분하고 난해하기까지 한 디자인으로 치장하고 잡다한 편의장비들로 호들갑을 떨어대는 시대에도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며 유일무이한 존재로 영원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벤츠 G클래스 프리미엄 갤러리
벤츠 G클래스 프레스 갤러리
벤츠 G클래스 신차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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