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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캠핑 그리고 추억, 혼다의 RV 파트너들


최근의 아웃도어 열풍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더불어 아웃도어 활동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자동차 역시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분야. 올해 내수 자동차 시장이 다소 부진한 가운데서도 아웃도어에 적합한 RV 차량들의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의 SUV 판매는 전년 동월에 비해 10.3% 증가했고, 기아차의 RV 판매 역시 7.5% 증가했다. 코란도 시리즈를 앞세운 쌍용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혼다코리아가 아웃도어 시승회를 개최했다. 함께한 세 가지 차종은 파일럿, 크로스투어, 오딧세이. 지난해 말 등장하며 기억 속에서 흐려져 가던 혼다의 이름을 다시금 환기시켜 준 장본인들이다. 하지만 세 차종이 2주가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한꺼번에 출시되었기 때문에 각자의 특징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것도 사실. 따라서 이번 아웃도어 시승회에서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돋보이는 안정감, 크로스투어
크로스투어는 혼다의 대표 중형 세단 어코드를 기반으로 파생된 크로스오버다. 외관은 세단과 SUV, 쿠페의 실루엣이 공존하는 모습. 꽤나 큰 덩치를 지니고 있어 파일럿과 오딧세이가 옆에 있어도 외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큰 덩치에 걸맞게 크로스투어는 널찍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으며, 뛰어난 공간 활용 능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폭 1,415mm, 길이 1,059mm의 넓은 트렁크 공간은 기본 455리터의 적재공간을 제공하고, 원터치로 2열 시트를 접으면 1,453리터로 늘어나 최대 1,918mm 길이의 화물을 수납할 수 있다. 바닥에는 탈착 가능한 수납 박스도 마련되어 있다.


파워트레인은 V6 3.5리터 SOHC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최고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34.8kg.m의 힘이 큰 덩치를 부드럽게 이끈다. 고속도로 주행 위주로 맛을 본 크로스투어는 뛰어난 안정감이 돋보인다. 안락한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탄탄한 하체의 감각,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상쇄시키는 음파를 스피커로 내보내 정숙성을 높여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엔진 소음을 제어해 정숙한 환경을 만드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 등 숨겨진 조력자들이 속도를 끝없이 높여도 될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크로스투어는 세단에 가까운 크로스오버로 무난한 중형 세단을 선호하지만 조금 더 여유로운 적재 공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모델이다. 따라서 도심과 아웃도어 어디서든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차다.


실용주의 아웃도어 패밀리카, 오딧세이
오딧세이는 1994년 미니밴 시장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거두며 당시 경영위기를 맞은 혼다의 재도약을 이끌어낸 차다. 북미시장에서는 여전히 해마다 10만대 이상 팔리며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출시된 현행 오딧세이는 2010년 선보인 4세대 북미형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덩치를 키워 더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오딧세이의 실내는 기능에 충실하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서랍식 수납공간과 에어컨 공기로 냉장이 가능한 쿨링박스가 있으며, 이밖에도 크고 작은 수납공간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2열 시트 앞에 위치한 비닐봉지 걸이는 장거리 여행에서 쓰레기통이 필요할 때 요긴한 아이템. 슬라이딩 도어는 양쪽 모두 전동식으로 열고 닫을 수 있으며 운전석에서도 조작 가능하다.


차고가 낮아 타고 내리기 수월한 점도 패밀리카로서의 미덕이다. 3열 시트는 미니밴의 장점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일단 7인승 SUV들과는 차원이 다른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는 뒷부분이 깊게 파여 있어 3열 시트를 사용할 때도 꽤 많은 짐이 수납된다. 3열 시트는 원터치로 손쉽게 접히고 2열 시트는 수동으로 떼어낼 수 있어서 다양한 형태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토크 35.0kg.m를 발휘하는 V6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덩치가 커서 굼뜨게 움직일 것 같지만 의외로 순발력이 나쁘지 않다.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도 힘이 좋아 가속이 수월하고 대부분의 영역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덩치가 크지만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돌아가는 편이어서 여성들이 운전하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아 보인다. 가족이 5인 이상이라면 아웃도어 패밀리카로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듬직한 오프로더, 파일럿
마지막은 7인승 대형 SUV 파일럿의 순서.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북미 시장에서 매년 10만대 이상 팔리는 인기 모델이다. 단순하면서 남성적 매력이 강하게 풍기는 외모는 최근 트렌드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고유의 개성이 돋보이기도 한다. 실내 역시 장식적 요소 없이 심플하고 직관적이며 실용적인 구성.

파일럿으로는 이번 시승의 하이라이트인 오프로드 구간을 달렸다. 파워트레인은 크로스투어, 오딧세이와 마찬가지로 3.5리터 V6 엔진을 탑재했고 5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루며, VTM-4이라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되어 있다. 최고출력은 257마력, 최대토크는 35.4kg.m. 파일럿의 VTM-4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완전 자동이지만 열악한 주행 조건에서는 수동으로 리어 디퍼렌셜에 잠금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공차중량 2톤이 넘는 육중한 몸집을 지녔으나 역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초반 가속에서 몸놀림이 가볍진 않지만 접지력이 부족한 오르막도 거침없이 주파하고, 부침이 심한 코스에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었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이 편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서스펜션의 소화능력이 뛰어나다. 마치 장미란 선수가 10kg에 불과한 아령을 드는 느낌이랄까. 마음 속 불안감이 사라진 오프로드 주행은 점점 즐거움으로 변해간다.


아쉬운 것은 크로스투어, 파일럿, 오딧세이는 모두 3.5리터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우수한 정숙성과 승차감 등 이점도 있지만 차량의 가격대를 고려하면 유류비 부담이 적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밖의 모든 면에서 세 차종 모두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아웃도어용 패밀리카로서 발군의 능력을 가졌으며, 가족과의 추억 속에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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