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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변화를 거부하는 완성도, 기아 뉴 K5

K5가 새 단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K5는 기존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 지적되어 온 단점들을 충실히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최고의 장점인 스타일은 변화를 자제하면서 디테일을 새롭게 단장했고, 실내는 화려한 소재로 멋을 살렸다. 더불어 그동안 지적되어 온 정숙성과 승차감을 개선하고 주행모드 제어 시스템을 탑재하며 확실히 진화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글, 사진 / 김동균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K5는 디자인의 힘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피터 슈라이어 부임 이후 기아의 디자인 경영 체제 아래 탄생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쏘나타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높은 인기도를 자랑하고, 해외에서는 기아의 신분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해외 소비자들이 기아차를 단지 저렴해서가 아니라 멋지기 때문에 선택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K5의 페이스리프트 소식을 접한 이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기존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아 자칫 손대지 않느니 못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것. 결국 기아는 변화보다 숙성을 택했다. 올해 초 K9을 통해 새로운 패밀리 룩을 선보이며 이후 등장한 차종들에 차례로 적용시켰지만, K5만큼은 예외로 둔 것이다. 대신 디테일을 손 봐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 4개의 큐브 형태로 이루어진 LED 안개등과 면발광 타입 LED 리어 램프가 변화의 핵심. 여기에 새로운 디자인의 18인치 휠을 곁들였다.


외관에 비해 실내는 변화의 체감 폭이 크다. 사실 이전 K5는 겉모습에 비해 인테리어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밋밋한 플라스틱으로 도배되었던 센터페시아를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단장했고,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로 분위기를 바꿨다. 하이그로시와 우드 트림의 조화는 다소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어쨌든 전보다 한결 고급스러운 모습인 것만은 분명하다.


시승은 주력인 2.0 CVVL 모델로 진행되었다.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0.5kg.m의 힘을 발휘하는 2.0리터 가솔린 엔진은 지난 2013년형 모델 출시 당시 세타∥ 엔진에서 CVVL 기술을 더한 누우 엔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CVVL은 ‘연속 가변 밸브 리프트’(Continuous Variable Valve Lift)의 약자로, 기존의 가변 밸브 타이밍(VVT)에서 한 단계 진화된 기술. 엔진 회전 속도에 따라 흡기 밸브를 제어하는 기능은 똑같지만, 기존 VVT가 밸브의 열리는 시간을 조절했던 반면, CVVL은 추가로 밸브가 열리는 높이까지 조절한다. 이를 통해 고속 구간에서는 공기의 주입량을 늘리고, 저속 구간에서는 공기 주입을 줄여 성능과 연비를 모두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역시 동일하지만 기아의 중형차 중 처음으로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이 추가되어 에코, 노멀, 스포츠 등 세 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의 버튼을 눌러 조작할 수 있으며 각 모드에 따라 연료분사, 변속 타이밍, 스티어링 감도를 제어해 적합한 특성을 구현한다.


전반적으로 2.0L CVVL 엔진은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시속 100km 부근까지는 제법 빠르게 속도를 붙여나가고, 이후부터 힘든 내색을 보이지만 차의 성격과 배기량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속력이다. 엑셀러레이터 반응은 제법 민감한 편이어서 초반 가속 시 다소 성질 급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면 브레이크는 그보다 느긋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엑셀러레이터는 반응이 빠르지만 브레이크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스타일. 하체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지만 탄탄한 뒷맛을 뚜렷하게 남긴다.


신형 K5의 개선 사항 중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승차감과 정숙성의 개선이다. 택시 기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는 새로운 시트는 양 허벅지가 닿는 부분의 쿠션을 보강해 더욱 편안하면서도 코너에서 몸을 잘 지탱해준다. 아울러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전면에 기본 적용하고, 흡·차음재 보강을 통해 정숙성을 향상시켰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과거와 비교해 확실히 개선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효과는 점점 줄어든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이 보다 고회전 중심으로 변화하며 한층 혈기왕성해지지만 그리 좋은 음색을 들려주진 않는다. 역동적인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 스티어링 휠 역시 감도의 변화는 느껴지지만 스포티한 감각과는 거리가 멀고, 하체의 반응은 급격한 움직임에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물론 배기량과 차의 성격상 분명 한계가 있지만, 그 이하로 탄탄하지 못한 기본기가 스포츠 모드를 소화해내지 못하고 탈이 나는 것이다.


신차가 출시될 때, 특히 국산차의 경우 언제나 가격에 대한 날선 비판이 오고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K5에 대한 반응은 꽤나 호의적이다. 쉽게 말해 인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불어 라인업 중간에 위치한 트렌디 트림에 18인치 휠, LED 안개등 및 리어 램프, 앞, 뒤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등 선호도 높은 사양을 대거 포함시킨 점도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K5는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 지적되어 온 정숙성 등 단점들을 충실히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외관 스타일은 전체적인 변화보다 디테일 위주로 치장했고, 실내는 화려한 소재로 멋을 살렸다. 섣부른 변화보다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한 K5의 전략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K5의 성공적인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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