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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본능을 억누르다, 렉서스 IS 200t


3세대 IS는 개발 초기부터 세그먼트 최고의 드라이빙 즐거움을 목표로 내세운 모델이다. 실제로 독일산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대세의 흐름에 뒤쳐진 자연흡기 엔진에 변화가 필요했고, 마침내 다운사이징을 감행해 터보차저를 받아들였다. 자사의 NX 200t에 이어 두 번째로 터보 엔진을 장착해 새롭게 거듭난 IS 200t. 렉서스의 스포츠 세단이 품은 터보를 느껴봤다.

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내외관의 모습은 그대로. 날카로운 디테일이 조합된 강인한 인상은 여전하다. 커다란 스핀들 그릴, 분리된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은 어느덧 눈에 익어 익숙해졌다. 시승한 F 스포츠 모델은 더욱 공격적인 범퍼 형상, 메쉬 타입 그릴, 건메탈 18인치 알로이 휠을 장착해 한층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외관 디자인과 달리 실내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 곳곳에 풍부하게 사용된 가죽, 열선과 통풍이 가능한 1열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마크레빈슨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뒷좌석 전동식 선쉐이드 등, 동급 최고의 편의장비를 자랑한다. 뒷좌석 시트는 레그룸이 다소 부족하지만 엉덩이 부분이 움푹 들어간 구조로 헤드룸을 확보해 답답하진 않다.


2.5리터 자연흡기 엔진 대신 다운사이징을 감행한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렉서스는 세계 최초로 수냉식 배기매니폴드 일체형 실린더 헤드와 트윈스크롤 터보를 적용해 터보랙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기존 6단 자동변속기는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인 RC F용으로 개발된 8단 스포츠 다이렉트 시프트 자동변속기로 업그레이드되어 출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낸다. 변속기에는 중력가속도 센서가 내장되어 스포츠 모드일 경우 코너 진입 전 제동과 동시에 기어비에 따른 변속을 조절하고 빠른 코너 탈출을 위해 높은 회전수를 유지한다.


새로운 조인트 패널 접착공법과 레이저 용접부위 확대, 스팟 용접이 추가된 우수한 차체 강성은 전륜 더블위시본,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조화를 이루며 탁월한 안정감과 날카로운 코너링을 구사한다.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안정적인 거동과 정교하고 직관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가속페달에 힘을 더하자 매끄러운 가속을 펼쳐낸다.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반응보단 부드럽고 꾸준하게 밀어주는 타입. 8단 자동변속기의 변속 감각 또한 성난 파도와 같은 RC F의 그것과 달리 냇가에 물 흐르듯 살랑거린다. 안락함과 정숙함, 그리고 쾌적함. 본래의 렉서스를 대변하는 단어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사실 터보차저의 폭발적인 힘과 매서운 반응을 기대했으나, 렉서스 터보의 성향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렉서스의 세단 중 스포츠성이 가장 뚜렷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나긋나긋해진 세팅이 조금은 의아하다. 보다 가혹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놓고 변속기도 수동 모드로 옮겼다.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기어단수를 낮추고 높은 회전수를 유지해본다.

가속 페달을 툭툭 건드리자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듯한 채비를 하고 움찔거리는 IS 200t. 이때다 싶어 오른발에 힘을 주고 패들시프트를 당겨보지만, 무슨 일 있냐는 듯 자연스럽고 부드럽게만 뻗어나간다. 속도계의 바늘은 빠르게 돌아가는데 그 정도의 펀치력이 느껴지진 않는다. 렉서스의 정체성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토요타 알테자 시절부터 스포츠 세단의 아이콘 중 하나였던 IS는 이제 더없이 편안하고 빠른 차로 변모했다. 공격적인 외관과 뛰어난 파워트레인, 우수한 강성의 차체를 지니고도 본능에 충실하기보단 이성적인 세팅을 추구한다. 독일산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분명 부족함 없는 운동성능과 주행감각을 갖추고 있으나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자극적인 맛은 덜하다.

터보를 품은 IS는 다분히 렉서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런 성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훨씬 더 많다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IS의 상품성은 높아졌고, 여전히 매력적인 스포츠 세단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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