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시작과 함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자사의 SUV들을 총망라한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맏형 격인 G클래스 비롯해 GLE, GLC, 그리고 GLA까지, 삼각별 엠블럼이 빛나는 다양한 SUV들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의 실력을 뽐냈다. 그 중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GLE를 소개해본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새로운 명명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 GLE는 내년 1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글 /
박혜연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시승한 모델은 GLE 350d와 GLE 63 AMG. 국내 출시 라인업에는 GLE 250d 모델도 포함된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 M클래스의 모습을 이어가면서도 벤츠의 최근 디자인 변화에 따라 범퍼와 그릴,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사이드미러 등을 변경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전반적으로 순둥이 같던 인상이 강렬한 느낌으로 변했다. GLE 63 AMG 모델은 AMG 전용 그릴과 범퍼, 블랙 리어 디퓨져와 4개의 배기 파이프를 장착해 한층 더 역동적이다.
실내는 소소한 변화들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디스플레이, 송풍구, 공조장치 및 오디오 조작부 등의 배치는 기존과 같지만,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고 곳곳에 얇은 크롬 장식을 적절히 사용해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형태로 달라지고 버튼 수가 늘어나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다. 센터콘솔에는 터치패드 기능이 더해진 커맨드 컨트롤러가 마련되어 있다. GLE 63 AMG 모델에는 스포츠 시트, 블랙 나파 스티어링 휠, 스포츠 페달 등이 적용된다.
센터콘솔의 커맨드 컨트롤러 옆에는 5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다이나믹 셀렉트 다이얼이 자리 잡고 있다.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등의 주행 모드를 비롯, 험로 주행을 위한 슬리퍼리 모드, 오프로드 모드 등을 지원한다. 다이나믹 셀렉트 상단의 차량 정보 버튼을 누르면 중앙 디스플레이에 스티어링의 각도와 구동력 배분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GLE 63 AMG 모델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더해져 총 6가지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먼저 시승한 GLE 350d 4매틱 모델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3.2kg.m를 발휘하는 3.0리터 6기통 터보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갖추고 있다. 벤츠는 이 모델의 파워트레인이 퍼포먼스와 효율을 모두 잡았다며 자랑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먼저 감탄한 부분은 정숙성이다. 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는데도 디젤 엔진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 정숙한 실내와 편안한 승차감은 가솔린 엔진의 중형 세단 그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GLE 350d 4매틱의 주행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차분하면서도 기민하다. 풍부한 토크가 매끄러운 변속감과 어우러져 여유롭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오른발의 조율에 따라 원하는 대로 발휘되는 힘은 충분하다. 중저속을 지나 고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행 안정감을 확보하며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다소 거칠게 몰아붙여도 차체가 쉽게 흐트러지는 법이 없고,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가도 사륜구동 시스템과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접지를 잃지 않는다. 높은 시트 포지션에서 오는 불안감도 기우일 뿐, 크고 높은 SUV인 것을 감안하면 믿음직한 안정감이 상당한 수준이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땐 1차적으로 충격이 대부분 완화되고 2차 충격은 거의 없다. 제동력은 전 구간에 걸쳐 답력이 고루 분배되어 예측한 만큼의 제동거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듯 상당히 뛰어난 가속력과 제동력, 안정적인 코너링과 고속주행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GLE 350d 4매틱은 결코 운전자를 부추기지 않는다. 마음먹고 거칠게 다뤄도 너무나 우아하게 받아치는 탓에, 좀 더 몰아붙이기보단 차의 성격에 동화되어 느긋한 주행을 즐기게 된다. 전형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주행 특성인데도 매번 감탄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GLE 63 AMG 모델은 다르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웅장한 배기음이 퍼져나간다. 정숙했던 디젤 모델과는 딴판.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기도 전에 소리만으로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재주를 지녔다.
이 우아한 폭군의 심장은 최고출력 557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발휘하는 5.5리터 8기통 가솔린 바이터보 엔진. 강력한 힘을 조율하는 것은 스피드시프트 멀티클러치 7단 스포츠 변속기다. 그로 인해 폭발적인 가속과 재빠른 변속, 탄탄한 하체가 어우러져 펼쳐내는 역동성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스포츠 시트 덕분에 코너에서 몸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GLE 63 AMG는 얼핏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역시 이쪽의 주행이 한층 더 여유로운 것이 사실. 성격은 달라도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E는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편안한 SUV다.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기대 이상의 주행 실력도 갖추고 있다. 균형 잡힌, 흠잡을 데 없는, 그런 수식어들이 절로 떠오른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원한다면 디젤 모델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너무 차분해서 아쉽다면 AMG로 눈을 돌리면 된다. 부분변경을 통해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온 GLE는 다분히 메르세데스-벤츠다운, 상당히 매력적인 프리미엄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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