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완전변경을 감행한 재규어 뉴 XF는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대중 앞에 섰다. 2008년 출시됐던 1세대 모델은 독일 프리미엄 3사 중형 세단들의 치열한 경쟁을 한 걸음 뒤에서 지켜봐야 했지만, XE의 등장으로 엔트리 모델이라는 꼬리표를 넘긴 2세대 XF는 매혹적인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이미지를 다시금 확고히 다지고 있다. 벚꽃이 만개한 여수와 지리산 일대를 달리며 뉴 XF의 진가를 확인했다.
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외관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1세대와 비슷하다. 왠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론 신선한 느낌. 가파르게 꺾인 전면 범퍼와 더 길어진 휠베이스는 역동성을 발산하고, 쿠페 스타일의 루프는 매혹적인 라인을 드러낸다.
J 블레이드 주간주행등과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재규어의 시그니처로 완벽하게 자리 잡은 모습. 각각의 모델에 따라 바이제논 헤드램프 또는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가 장착되며, 리어램프는 F-타입의 그것과 흡사한 형상이다. 프레스티지 모델에는 17인치, 포트폴리오 모델에는 18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되고, 배기 파이프는 20d 모델이 싱글에 트윈팁, 25t 모델은 듀얼로 구성되어 있다.
외관만큼이나 실내 역시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으로 넘쳐난다. 넓은 공간감을 자랑하는 XJ와 마찬가지로 요트의 실내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과 전반적인 구성은 이전 세대보다 더욱 간결하게 정돈되어 있다.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클래식한 느낌의 엠비언트 라이트를 곳곳에 배치했고, 내비게이션과 엔터테인먼트, 차량 상태 등의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는 12.8인치 풀 HD LCD 계기판과 선명한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 멀티 터치가 가능한 10.2인치 터치스크린 등이 첨단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뉴 XF 실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2열 공간. 이전 세대 모델은 성인 남성이 탑승할 경우 헤드룸과 레그룸이 좁아 불편했지만, 신형은 길어진 휠베이스를 통해 한층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실제로 시승 도중 뒷좌석에 탑승해 넉넉한 공간과 안락하고 편안한 시트의 쾌적함을 몸소 체감했다. 2열 시트는 40:20:40으로 폴딩이 가능해 공간 활용도 용이하다.
시승차는 인제니움 엔진을 장착한 20d 모델. 2.0리터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를 발휘하며, ZF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0-100km/h 가속시간은 8.1초, 최고속도는 229km/h다. 복합연비는 14.2km/L로 상당히 준수한 편. 실제 고속주행에서는 복합연비를 훨씬 웃도는 흐뭇한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승 구간은 여수를 지나 지리산 자락을 넘나드는 약 330km의 장거리 코스. 시동을 걸자 가솔린 엔진과 착각될 정도로 뛰어난 정숙성을 뽐낸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며 계기판을 바라보니 그제야 디젤 엔진임을 알려준다.
20d 모델의 가속 성능은 무난한 수준.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냈지만, ZF 8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화는 다소 심심한 편이다. 조금 더 스포티해도 될 법한데 마냥 부드럽고 유연하다. 하지만 거칠게 몰아치는 고속 주행에서는 아쉬움이 밀려들다가도,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뉴 XF는 덩치가 커졌지만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의 차체와 리벳 본딩 방식을 통해 무게를 190kg 감량하고 강성은 28% 강화했다. 또한, 날렵한 디자인과 정밀한 차체 하부 설계, 언더플로우 적용 등으로 XE와 동일한 공기저항계수 0.26Cd를 실현했다. 덕분에 고속주행에서 탁월한 안정감을 제공하며, 풍절음과 노면소음도 상당히 억제되어 실제 속도가 전혀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주행을 펼쳐낸다.
뛰어난 코너링 실력은 뉴 XF의 장기 중 하나. 일단 주행 모드에 따라 가볍거나 묵직하게 변하는 스티어링 감각이 일품이다. 무게 배분은 50:50에 근접하며, 토크 벡터링 기능이 적용되어 코너링 시 안쪽 바퀴에 제동을 가해 주행 라인을 최적화하고 안정적인 자세 제어를 돕는다.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인테그럴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이상적인 승차감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주행에도 큰 몫을 해낸다. 동급 최고수준의 섀시 강성과 훌륭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의 조화는 그야말로 금상첨화. 롤링과 바운싱을 최대한 억제하며 노면과 밀착된 최상의 그립을 선사한다. 빠르게 반응하는 제동력 또한 시종일관 흠잡을 데 없다.
사육되는 재규어는 하루에 2kg의 먹이를 필요로 하지만, 야생에서 오랫동안 굶주린 재규어는 하루에 25kg을 먹어치울 때도 있다고 한다. 지난 8년 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재규어는 상당히 굶주린 상태. 때문에 풍부한 라인업을 갖춘 뉴 XF를 내세워 배를 가득 채울 기세다. 종합적인 완성도를 따져보면 독일차의 대안이 아닌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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