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이란성 쌍둥이, 기아 K7
2018-03-27 15:47:08 조회수 64,913ㅣ댓글 12
다양한 자동차를 경험하다보면 실제보다 고평가된 자동차가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하고, 저평가된 자동차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랜저(IG)의 그늘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기아 K7(YG)을 시승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K7과 그랜저의 가격을 먼저 비교해봤다. 동일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형제차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 K7이 그랜저보다 비싸서일까? 아니면 그랜저만의 대단한 옵션이 있나? 실제 가격표를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4, 3.0, 3.3 모델 각각의 상위 트림에 모든 선택옵션을 적용한 결과, 적게는 146만원에서 많게는 426만원까지 K7이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옵션이 거의 동일한데 가격이 차이난다면 주행적인 부분에서 K7의 단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랜저를 시승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K7과의 주행에 나섰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조용한 음색과 잔잔한 진동이 느껴진 후에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정숙해진다. 눈을 감으면 그랜저의 느낌과 차이가 없다. 주행 중 억제된 풍절음과 노면소음도 비슷한 수준.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취하려는 서스펜션 감각과 스티어링 감각도 마찬가지다.
시승차인 K7 3.0 모델은 3.0리터 6기통 가솔린 GDI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를 발휘하며, 부족함 없는 출력은 매끄러운 감각의 8단 자동변속기가 조율한다. 몇 가지 주행 모드는 와 닿을만한 차이를 제공하진 않으며, 제원상의 수치나 기본적인 주행감각 모두 그랜저와 다를 게 없다.
국내 기준으로 전륜구동 준대형 세단의 표준이라 할만한 K7과 그랜저는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하기 때문에 어느 곳 하나 튀는 부분 없이 무난해야 한다. K7을 시승하는 내내 거슬리는 구석이 없었고,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딱히 흠잡을만한 단점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내외관 디자인은 개인 취향에 따라 엇갈리는 부분. 현행 그랜저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가미했다면 K7은 중후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모습이다. 그랜저는 화이트, K7은 블랙 컬러가 더 어울려 보인다. 실내 공간은 현대·기아차의 장기가 발휘되어 넉넉하기 그지없고, 소재나 옵션 등은 선택하는 등급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랜저를 떠올리며 K7을 시승한 결과, 앞서 비교했던 가격차이만큼의 주행성능 차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타면 탈수록 그랜저와 이란성 쌍둥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빼닮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최대 426만원이라는 차액은 취등록세를 지불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현대와 기아, 그랜저와 K7의 이름값 차이로 치부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하지만 수많은 소비자들은 그 이름값 차이를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들인다. 지금의 그랜저는 쏘나타의 고급형 모델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주요 구매층인 40대~60대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현대·기아차는 그러한 소비심리를 아주 잘 이용해 그랜저와 K7을 판매하고 있다. K7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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