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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업계 영원한 '갑', '을' 은 없다


[보도자료.11.27]일본 자동차업계의 완성차메이커와 부품메이커 간 오랜 전통의 갑, 을 관계에 이상기류가 몰려들 조짐이다.

세계 최대의 타이어메이커 브리지스톤, 브레이크메이커인 아케보노브레이크공업, 쇼크업소버 전문의 카야바공업의 자동차부품메이커 3개사는 각사의 주력 부품인 타이어, 브레이크, 쇼크업소버를 일체화한 '모듈'을 개발했다.

3개사가 공동으로 개발, 완성차메이커에 최초로 납품하는 이 모듈은 곧 출시될 일본 완성차메이커의 신차에 공급될 예정이다. 그 동안 완성차메이커의 일방적인 원가절감 목표 달성 지시에 묵묵히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자동차부품메이커 입장에서는 공동 개발에 의한 '차바퀴 모듈'로 기울어진 양자 관계를 개선하려는 전략이다.

▲쥐어짜기 '원가절감'에 대항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완성차메이커와 부품메이커의 관계는 급변했다. 기존에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주요 완성차메이커는 자사 위주의 '계열'을 형성해 계열 소속의 부품메이커에 부품을 발주, 공급받았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시장이 재편되면서 일본 자동차시장도 전면 개방으로 치달았고 비스테온, 델파이, 보쉬 등의 유럽 및 미국의 대형 자동차부품메이커가 일본에 본격 진출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의 계열은 급속히 붕괴됐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자동차부품메이커가 독자적으로 손잡고 '모듈'을 개발한 예는 없었다. 이들 3개사는 2000년 8월부터 차바퀴 부품의 모듈화를 위한 제휴를 결성,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3개 업체는 도쿄도 코히라시에 소재한 브리지스톤 기술센터에 공동 개발거점을 설치해 아케보노브레이크, 카야바공업의 기술진이 브리지스톤의 사택에 거주하면서 연구, 개발에 매진했다.

전례가 없는 이번 공동 개발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 때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구체적으로 타이어, 브레이크, 쇼크업소버가 결합된 서스펜션의 승차감 및 안정감을 측정하는 '타워 모듈 평가장치'를 완성하는 데만 12개월이 걸렸다.

3개사가 '차바퀴 모듈' 개발을 밀어붙인 배경에는 모듈이 향후 자동차부품메이커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모듈은 완성차메이커가 자동차부품메이커에 대형 부품의 조립을 위탁해 완성된 것으로 위탁 목적도 원가절감에 있다.

한편, 3개사의 공동 개발은 단순한 원가절감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서로 연결되는 부품군에 속하는 타이어, 브레이크, 쇼크업소버를 동시에 개발함으로써 성능을 제고하는 동시에 신차 설계 단계부터 완성차메이커에 파고들어가 자동차부품메이커의 발언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3개사의 공동 개발을 통해 타이어 및 서스펜션 관련 다수 부품의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급제동 시 소음발생 문제는 브레이크 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으나 서스펜션의 성능을 개선하면서 가능해졌다. 공동 모듈 개발과정에서 개별 부품을 최적화함으로써 서프펜션의 무게를 35%, 제조원가를 25% 줄일 수 있었다.

▲자동차 핵심 기술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 격화
완성차메이커 입장에서 이 같은 3개사의 도발적인 제휴가 전혀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다. 자동차부품메이커의 자발적인 모듈 개발로 '원가 절감 및 신차 개발기간 단축'이라는 뜻밖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완성차메이커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해당 부품메이커는 부품을 개발, 납품하면 완성차메이커가 조립, 성능시험을 반복해 마침내 최적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향후 자동차부품메이커가 앞장서서 모듈을 개발한다면 신차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더욱 절감될 것이다.

이번 자동차부품메이커 간 제휴의 궁극적 목표는 완성차메이커의 성역인 신차 개발의 초기 설계 단계까지 접근하려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의 최고 핵심 기술을 자동차부품메이커에 그대로 내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요즘 완성차메이커가 부품의 모듈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완성부품의 조립만을 맡기고 있는 건 바로 자동차 기술의 '블랙박스'를 지키기 위해서다.

토요타는 2002년 8월부터 토요고무공업 등과 위탁계약을 체결, 토요타차에 장착할 타이어를 생산, 공급받고 있다. 이는 기술면에서 부품메이커에 주도권을 상실하기 쉬운 분야인 '차바퀴 모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다.

영원한 '갑'을 유지하려는 완성차메이커와 판을 뒤엎으려는 자동차부품메이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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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oz*** 2019-12-15 22:01 | 신고
노 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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