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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1ℓ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지난 9~10일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제7회 전국 고연비자동차 경진대회(ECOGAS 2004)에서 인천기능대 퓨전팀이 휘발유 1ℓ로 484㎞를 주행해 대회 신기록을 수립했다.

전남대 BK21 지역대학육성사업단과 이 대학 공과대학 기계시스템공학부가 주최한 이 대회의 이전 최고기록은 3회 대회 때 여주대팀이 기록한 439.1㎞였다. 그 동안 대회가 계속되면서 참가학생들의 기량이 향상된 데다 이번 행사기간에는 날씨도 좋아 대회 관계자들은 경기 전부터 신기록을 기대했다.

후원사인 대림자동차가 지원하는 지정엔진 1경기에 참가한 인천기능대와 전북대는 약 1.2㎞에 이르는 포장도로를 9바퀴 도는 레이스 내내 안정된 경기를 펼친 결과 인천기능대가 484㎞를, 전북대가 475㎞를 기록해 대회의 꽃인 신기록상을 수상했다. 이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고도 남는 거리. 기름값으론 2,000원 정도다.

지정엔진 2경기에서는 전남대 오토팀이 우승했다. 그러나 엔진 제한이 없는 임의엔진경기에서는 지정엔진 1, 2의 기록을 넘어서지 못하는 바람에 1위 수상팀을 정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2위는 전북대 메카트로닉스팀, 3위는 대학팀을 제치고 홍산농업고등학교의 주화팀이 차지해 주목을 끌었다. 여주대학의 SA-YIT팀은 뛰어난 디자인의 자작차를 제작, 이번 대회 디자인상을 받았다.

한편 번외경기로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일본의 히사노리 나카네 씨가 시범주행을 보여 참가팀과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나카네 씨는 이 날 휘발유 1ℓ 기준 주행거리 1,200㎞를 기록, 찬사를 받았다. 나카네 씨는 올해 상반기 열린 ‘2004 히로시마 슈퍼 마일리지 챌린지’에서 4079.1㎞/ℓ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히사노리 나카네 씨의 세계 신기록 비결

연료 1ℓ로 무려 4079.1㎞를 달리는 차를 직접 개발, 제작한 나카네 씨가 대회 특별 이벤트로 마련된 고연비 기술 세미나에서 자작차 제작비결을 공개했다.

나카네 씨가 직접 설계한 엔진의 압축비는 16대1. 일반 가솔린엔진은 노킹현상 때문에 압축비를 높이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차는 시속 20㎞ 이하로 떨어질 때 시동을 걸었다가 시속 30㎞가 넘어가면 엔진을 멈춘 채 관성으로만 달린다. 이 때 걸리는 시간은 불과 3초 정도여서 노킹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료는 인젝터를 사용한 분사방식을 채택했으며 공기량 계측없이 산소센서 신호만으로 연료분사량을 정한다. 그의 차는 특히 엔진이 멈춘 상태에서 달리는 동안 온도가 내려가 열손실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엔진을 단열재로 감싸고 초기 시동 때는 실린더 외부온도를 100도까지 가열해주는 장치를 달아 시동성능을 높였다.

나카네 씨가 차 제작 때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은 공기저항을 낮추는 일이었다. 차체 각 부분을 유선형으로 설계하고 변형률을 낮춘 타이어도 직접 설계, 개발했다. 강도는 낮지만 무게가 가벼운 허니콤(벌집 모양의 소재)을 사용해 차무게를 최소화했다.

이 차는 상당 시간을 엔진구동없이 달리므로 운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운전은 작은 체구의 나카네 씨 부인이 맡고 있다. 결코 편치 않은 자세로 운전해야 하지만 연료 1ℓ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한다는 일념으로 적지 않은 연습량을 소화해내고 있다는 게 나카네 씨의 설명.

나카네 씨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등 차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행연습을 소홀히 하면 좋은 기록을 낼 수 없다”며 “대회 주최측은 가능하면 연료계측 조건을 정확하게 해서 참가자가 부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송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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