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전국 주요 지역에 기습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운전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리 차를 손보지 않았거나 겨울용품 등을 챙겨두지 않은 운전자들은 밤새 주차해 둔 차가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애를 먹는가 하면 눈쌓인 길이나 얼어붙은 도로에서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차나 운전 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겨울철에 유용한 몇가지 응급조치 요령을 알아두면 어지간한 곤경은 피할 수 있다.
*실외에 주차할 때
혹한기 때 실외에 주차해야 한다면 차의 보닛부분을 아침에 해가 드는 동쪽으로 향하도록 주차한다. 아침 첫 시동이 부드러운 건 물론 앞유리에 쌓인 눈이나 서리를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다. 사이드 브레이크는 얼어붙을 우려가 있으므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놓고 자동변속기는 P에, 수동은 1단이나 후진 기어를 넣어 차를 움직이지 않게 한 뒷바퀴에 돌이나 나무토막 등을 괴어 놓는다.
실외에 주차해야 하는데 날이 춥고 눈까지 내릴 때는 주차 후 신문지로 앞유리를 덮어 놓거나 와이퍼 암을 세워두면 아침에 고무로 된 와이퍼 블레이드가 유리에 얼어붙는 걸 막을 수 있다. 히터로 녹인 뒤 와이퍼를 작동해야 하는 불편을 덜 뿐 아니라 무리하게 와이퍼를 작동하다가 와이퍼모터를 망가뜨리는 일도 방지하기 위해서다.
*도어가 얼어서 열리지 않을 때
밤새 추위 때문에 도어의 자물쇠에 스며든 습기가 얼어 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라이터 등으로 키를 뜨겁게 달군 뒤 자물쇠 구멍에 넣어 문을 연다. 문짝 테두리의 고무가 습기로 인해 차체에 얼어붙어 도어가 열리지 않을 때는 가장자리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열거나, 그래도 열리지 않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한다.
*시동이 안걸릴 때
시동을 걸 때 필요한 전기는 배터리에서 나온다. 그러나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출력용량이 낮아져 시동이 잘 안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배터리 윗부분에 수건을 덮고 뜨거운 물을 부어 배터리 온도를 높여주면 시동이 걸리기도 한다. 추운 날씨로 인해 배터리가 제 성능을 내지 못할 때 시동 키를 자꾸 돌리면 그나마 약해진 배터리의 전기를 모두 방전시키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동을 건 뒤 액셀 페달을 몇차례 세게 밟아 ‘붕~붕~’하면서 공회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아무런 효과 없이 연료만 낭비하고 엔진에 무리를 주므로 삼가야 한다. 요즘 엔진은 예전처럼 카뷰레터 방식이 아니라 전자제어시스템을 쓰기 때문이다.
*디젤·LPG엔진 시동 때 주의할 점
디젤엔진은 시동을 걸기 전에 예열을 한 뒤 시동을 걸어야 한다. 즉 시동 키를 넣고 ON 위치에 놓은 뒤 몇초 기다리면서 계기판의 예열표시등이 꺼진 뒤 시동을 거는 게 좋다. 무작정 키를 돌리면 스타트모터 돌아가는 소리만 날 뿐 시동이 안걸리기 십상이다. 자꾸 시동 키만 돌리면 스타트모터에 무리가 가므로 주의한다.
LPG엔진은 시동을 건 뒤 예열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운행하면 가속을 해도 힘이 없거나, 심하면 시동이 꺼질 수도 있다. LPG엔진은 특히 시동을 끄기 전에 먼저 LPG스위치를 눌러 연료라인에 남아 있는 연료를 다 소모시켜야 한다. 연료라인에 연료가 남은 상태에서 시동을 끄고 장시간 주차해 두면 연료가 얼어 시동이 안걸릴 수 있다. LPG가 얼어 시동이 안 걸릴 때는 베이퍼라이저나 LPG 연료탱크 등을 뜨거운 물수건으로 덥혀줘야 한다. 또 LPG차는 강원도 등 추운 지역으로 운전할 경우 도착 즉시 프로판 함유량이 충분한 현지 충전소에서 연료를 보충해 둬야 한다.
*유리창에 김이 서려 시야를 가릴 때
운전중 실내외 기온 차이에 의해 유리창에 김이 서릴 경우에는 히터를 켠 상태에서 에어컨을 동시에 작동시키면 순식간에 유리가 깨끗해진다. 유리에 김서림 방지제를 바르거나 비눗물을 수건에 묻혀 발라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행 중에는 공기순환 상태를 ‘외기유입’으로 하면 김서림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눈이나 비로 인해 백미러가 보이지 않을 때는 담뱃가루를 미러에 문질러주면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눈길에서 바퀴가 헛돌 때
눈길에서 바퀴가 한번 헛돌기 시작하면 아무리 액셀페달을 밟아도 빠져나올 수 없다.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면 즉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한다. 이 때는 수동변속기의 경우 기어를 2단에 넣고 반클러치를 사용해 바퀴에 동력을 천천히 전달하면서 차를 움직인다. 자동변속기 차는 레버를 D2에 놓거나 홀드(Hold) 스위치를 누른 뒤 서서히 출발한다. 이는 수동변속기의 2단 출발과 같은 원리다. 그랜저나 쏘나타 등에 장착된 H매틱 자동변속기의 경우는 레버를 D에서 오른쪽으로 한번 툭 쳐 +- 모드에 위치시킨 뒤 +쪽으로 한번 더 민다. 이 상태에서 액셀페달을 살살 밟으며 출발하면 홀드 모드와 같은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출발 후 주행중에는 레버를 다시 D로 당겨 자동변속 모드로 운행한다.
*혹한기 꼭 점검해야 할 사항
‘뜨거울 때 열지 마세요’란 표시가 있는 라디에이터 캡을 열어보면 냉각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색깔이 녹색이면 정상이지만 붉게 녹물이 섞여 있거나 맑고 투명한 색이면 부동액을 보충해줘야 한다. 요즘 차는 모두 4계절 냉각수를 쓰기 때문에 겨울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동액을 넣을 필요는 없다. 출고된 지 오래된 차라면 히터를 작동시키는 서머스탯(냉각수온조절기)이란 부품을 점검하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배터리 성능이 약화돼 시동이 금방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배터리 윗부분 둥근 유리창 속 색깔이 녹색이면 정상이지만 검은색이면 용량이 부족한 상태다. 정비센터에 들러 배터리 전압을 체크해보면 배터리 성능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평소 배터리 방전이 잦으면 발전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발전기를 점검한다. 배터리는 관리만 잘하면 4~5년까지도 쓸 수 있지만 교체한 지 3년 정도 됐다면 미리 새 것으로 바꿔주거나 수시로 점검하는 게 안전하다.
엔진의 공회전 상태가 불안정하면 미리 손을 봐줘야 한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을 때 큰 고장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오일류의 점검은 기본이고 각종 벨트류와 호스의 조임 상태 등도 꼼꼼하게 살핀다. 와이퍼가 낡았다면 교체하고 겨울용 워셔액과 스노 체인 등 겨울용품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다. 일부 주유소 등에서 무료로 보충해주는 워셔액 중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얼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제품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눈 올 때 도로에 뿌리는 염화칼슘은 차체를 녹슬게 하므로 오래된 차는 언더보디 코팅을 해주는 것도 좋다.
*안전운전 포인트
겨울철 운전의 기본은 출발과 정지를 부드럽게 하고 차간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다. 눈길에서 브레이크를 걸 때는 낮은 기어단수로 속도를 줄이는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해 먼저 속도를 줄인 뒤 마지막에만 브레이크를 밟고 평소보다 차간거리는 2배 이상 둬야 한다. 특히 다리 위나 고가도로에서는 눈이 그대로 얼어붙는 경우가 많아 속도를 더 줄이고 핸들을 꽉 잡아야 하며 커브길에서는 커브 진입 전에 속도를 충분히 줄여 가능한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빠져나가는 게 안전하다.
눈이 많이 올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차를 갖고 나가야 할 상황이라면 반드시 스노체인을 준비하고 체인 사용법도 미리 익혀둔다.
김기호 기자 khk@autotimes.co.kr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