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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렉서스 RX 400h, 교통체증이 두렵지 않은 궁극의 도심형 SUV

국내에 처음 판매되는 하이브리드카 렉서스 RX 400h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엔진과 모터가 개별 또는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요령만 잘 부리면 연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 가다서다가 잦은 시내 주행에서 연비 절감 효과는 탁월해지고, 오른발만 자제한다면 40km/h까지는 ‘공짜’로 갈 수 있다. 지금보다 배터리와 재충전 성능이 강력해진다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한동안 ‘과정’이 아닌 ‘대세’의 자리를 지킬지도 모를 일이다.

글 / 메가오토 한상기
사진 / 메가오토 원선웅


오전 7시 반 올림픽대로. 출근길의 기자는 교통체증의 한가운데 서있다. 보통 때였으면 길에 버려지는 기름 생각에 속이 쓰렸겠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왜냐고? 엔진은 멈춰있지만 정차 시 모터가 아이들링은 물론 에어컨까지 돌려주는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 한 방울도 안 쓴다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공식‘으로는 국내에 처음 판매되는 하이브리드카 렉서스 RX 400h는 기자의 출근길처럼 가다서다가 잦은 정체 구간에서 연비 절감 효과가 두드러진다. 시내 주행에서 그 장점이 더 두드러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졌기 때문에 RX 400h야말로 진정한 도심형 SUV라 할 수 있다.

타이어까지 연비 초점 맞춰

외관에서는 트렁크에 붙은 \'RX 400h\'와 도어에 붙은 ‘HYBRID\' 엠블렘, 범퍼 뒤의 벤트 정도 외에는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의 RX 400h 오너들은 외관에서도 하이브리드카임을 알 수 있는 특징을 원했다고 하는데, 정말 언뜻 봤을 때 기존 RX와 큰 차이가 없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 등 많은 장비가 실렸음에도 실내 공간은 RX 350과 동일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대신 외관에서 옥에 티는 몇 미터 떨어져서 차를 바라볼 때(특히 왼쪽) 눈에 들어오는 배기 라인이다. 뒷좌석 밑에 배터리를 놓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세련된 모습의 도심형 SUV와는 안 어울린다.

타이어는 미쉐린 에너지 MXV4로, 전적으로 연비와 정숙성을 고려한 패턴을 갖고 있다. 사이즈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235/55R/18인치. 외관에서는 5스포크 디자인의 18인치 휠이 가장 스포티하다.


승용 감각, 실내 공간은 동일해

실내 역시 RX 350과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계기판 안에 모터와 엔진의 작동 상태와 배터리 잔량을 나타내는 디스플레이가 추가되었다는 정도. 당연히 있어야할 타코미터 자리에 모터의 출력을 나타내는 미터가 있는 것이 이채롭다. 뒷좌석 하단에도 배터리 냉각을 위한 벤트가 더해졌다.

실내는 고급스러움보다는 심플하다. 센터페시아는 알루미늄 룩의 플라스틱과 우드 그레인을 적절히 섞어 치장했는데, 고급스럽게 꾸민 듯한 느낌이 강하다. 대시보드를 이루는 플라스틱의 질감도 독일차에 비해 한 수 아래이다. 인터페이스는 간단해서 모든 기능을 금새 파악할 수 있다.

시트의 착좌감이나 쿠션은 평균 수준. 암레스트에 자연스럽게 팔이 걸쳐지고, 미국 시장이 주력인 모델답게 센터 플로어에 큼직한 수납함이 두 개나 있다. 계단식 시프트 레버는 다소 뻑뻑하지만, P-R-N-D를 오고 갈 때 변속 충격이 전혀 없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양쪽 사이드 미러가 모두 아래쪽을 비추는 것도 편의성을 고려한 부분이다.

뒷좌석은 아주 넉넉하진 않지만 성인이 타기에는 무리 없는 공간이다. 트렁크는 5인승 SUV로는 괜찮은 수준이다. 필요할 경우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어 공간을 넓힐 수 있고, 특히 슬라이딩 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정체 구간에서 연비 향상 두드러져

원래 조용하다고 정평난 렉서스이건만 모터로만 공회전이 유지될 때의 RX 400h는 극도로 정숙하다. 모터로만 공회전이 유지되기 때문에 시동 시 진동도 전혀 없다. 거기다 엔진 회전수를 알려주는 타코미터도 없어 모터의 파워 미터 하단에 나타나는 ‘READY\'를 보고 확인해야 한다.

희미하게 모터의 작동음이 나긴 하지만 웬만큼 주위가 조용하지 않고서는 듣기 힘들만큼 공회전 시 RX 400h의 정숙성은 탁월하다. 엔진 작동 시 스티어링 휠에서 약간의 진동은 느껴지지만 모터만 돌 때는 그마저도 없다.

기본적으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공회전 시에는 엔진 없이 모터로만 작동해 쓸데없는 기름 낭비를 줄이며, 급출발이나 가속 시 모터가 힘을 더하는 방식이다. RX 400h도 이런 기본 작동은 동일하다.

우선 출발 시 스로틀을 아주 살짝 밟으면 40km/h까지는 엔진 없이 모터로만 가속된다. ‘아주 살짝’을 굳이 수치로 표현한다면 바닥까지 밟는 것을 100%이라 했을 때 5% 정도? 이 이상 발에 힘이 들어가면 곧바로 엔진이 더해진다. 그리고 일정 가속 이후에는 엔진만 작동되며, 풀 스로틀 시에는 모터의 힘이 더해진다.
엔진이 시동되는 조건은 가변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스로틀 개도율에 따른다. 평소 운전하던대로 페달을 밟는다 가정하면 모터만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60km/h 정도의 속도에서도 스로틀을 아주 약하게 밟는다면 모터만 구동되기도 하지만 아주 잠시 뿐이다.

약간의 충격이 느껴지긴 하지만 엔진의 시동 온오프도 매우 부드럽다. 엔진이 켜지고 꺼질 때의 동작이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럽고, 모터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급가속 할 때 모터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모터는 기본적으로 0rpm에서 토크가 가장 세고, 회전수가 높아짐에 따라 점진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반응이 빠를 수 밖에 없다.
급가속 시 발생하는 소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페달에서 발을 떼고 감속 할 때 들려오는 모터의 재충전 소음은 나지막하게 들리지만 이 역기 듣기에 나쁘지 않다. 저속 구간에서 엑셀 온오프를 반복할 때 발에 느껴지는 페달의 감각이 낯설다.

엔진과 모터의 작동은 별도의 모니터 없이 계기판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동은 엔진과 배터리, 그리고 휠 아이콘 사이의 화살표 방향에 따라 충전과 방전을 알 수 있고, 배터리의 잔량도 표시된다.

가속 페달에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땐 이 화살표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재충전이 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데, 그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다. 앞서 말한 대로 정차 시에는 모터만 돌아가기 때문에 아이콘만 본다면 꼭 돈 버는 느낌이다. 모터만 돌고 엔진은 정지해 있으니 기름을 한 방울도 안 쓰는 것이 아닌가.

특징적인 것은 RX 400h는 가다서다가 잦은 시내 주행에서 연료 절약 효과가 두드러진다. 정체 구간으로 들어서면 주행 가능 거리가 오히려 늘어난다. 속도가 올라 정속 주행을 해야 연비가 좋아지는 일반 차와는 반대의 특성이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면 충전은 약한 반면 전력의 사용량은 늘어나 배터리 소모가 늘어난다. 배터리 잔량이 60%에 이르면 공회전 시에도 엔진이 돌아간다.


충분히 빠른 가속력, 충전 성능은 현재보다 높여야

풀 스로틀에서는 배터리 소모가 상당히 빠르다. 여건이 되지 않아 시간을 재보진 못했으나 뻥 뚫린 직선에서 계속 내달린다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발휘하는 272마력의 힘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듯 하다.

반면 풀 스로틀 해도 교통 상황에 따라 가감속을 계속한다면 속도가 높은 만큼 배터리의 충전도 빠르다. 배터리 소모율을 알아보고자 일정 거리를 열심히 달렸지만 남아있는 전력은 출발할 때와 동일했다. 하지만 쓰는 것은 빠르고, 다시 채우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리는 배터리의 특성은 어쩔 수 없다.

사실 RX 400h는 208마력의 엔진만으로 가속할 때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이지만 여기에 모터까지 가세하면 상당한 추진력을 발휘한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7.6초지만 실제 느낌은 더 빠르다. 흥미롭게도 AWD가 FF보다 초기 가속력이 더 빠르다.
순발력만 빠른 게 아니라 170km/h까지도 속도가 빠르게 붙는다. 또 속도 제어되는 180km/h까지도 무리 없이 바늘이 도달한다. 이정도 가속력이면 누구나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아니 오히려 너무 빠른 수준이다.

너무 빠르다고 한 것은 하체를 생각했을 때의 말이다. 바운싱과 피칭이 대단히 심해 현재의 하체에서 이보다 더 빠르면 곤란하다. 요철을 지날 때 아주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많겠지만 시종일관 출렁이는 하체는 주행 안정성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급가속 하면 보닛 끝이 살짝 들리는 것이 감지될 정도이고, 제동 시 발생하는 노즈 다이브 현상도 최근에 타본 차 중 가장 심하다.

RX 400h에 사용되는 변속기는 ECVT로, 게이트 맨 아래 ‘B\' 모드가 있는 것이 이채롭다. B 모드는 엔진 브레이크를 뜻하는데, 주행 중 사용을 해봐도 그 효과가 두드러지지는 않다.
노즈 다이브가 심하긴 해도 제동력 자체는 무리 없는 수준이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밀림 현상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래서 B 모드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많은 전문가들이 토요타와 혼다가 밀고 있는 하이브리드를 가리켜 ‘과정’이라 표현한다. 하이브리드가 진정한 ‘대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성능이 현재보다 훨씬 좋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엔진의 작동을 최대한 줄이고 모터의 작동 시간을 더 늘릴 수 있어야 보다 확실히 연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의 재충전 시간도 더욱 빨라질 필요성이 있다.

배터리의 수명이나 사고 시의 문제, 중고차 가격, 메인터넌스는 논외로 하고 차 자체만 놓고 본다면 RX 400h는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 단 용도가 확실해야 한다. 시내 주행을 주로 한다면 연비 향상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고속도로나 간선도로를 자주 다닌다면 기대에 비해 연비 향상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렉서스 RX 400h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mm) : 4,755×1,845×1,685
휠베이스(mm) : 2,715
트레드 앞/뒤(mm) : 1,575/1,555
중량(kg) : 2,030

엔진 : V6 3,311cc DOHC
보어×스트로크(mm) : 92.0×83.0
최고출력(마력/rpm) : 208/5,600
최대토크(kg.m/rpm) : 29.3/4,400
압축비 10.8:1

MG2 : 167마력/4,500rpm, 34.8kg.m/0~1,500rpm
MGR : 68마력/4,618~5,120rpm, 13.2kg.m/0~610
배터리 형식 : Ni-MH
전압 : 288V
출력 : 61.2마력

시스템 전체 출력(마력/rpm) : 272/5,600
시스템 전체 토크(kg.m/rpm) : 29.4/4,400

구동방식 : 네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ECVT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듀얼 링크 스트럿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

최고 속도(km/h) : 180
0-100km/h 가속 성능(초) : 7.6
최소회전반경 --
연료탱크용량(리터) : 65
연비(km) : 12.9
타이어 : 235/55R/18
차량가격 : 8,000만원(VAT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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