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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GM 대우 토스카 CDX 2.0 디젤, 또 하나의 모범 답안

토스카도 디젤 심장을 이식 받았다. 넉넉한 토크로 뻗어 나가는 재미가 돋보이고, 중 고속 영역에서의 안정성과 정숙성은 훌륭하다. 디젤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인 뛰어난 연비 역시, 중형차를 고르는 고객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유혹이다. 다만 중속 이상에서의 뛰어난 정숙성에 비해 아이들링과 저속에서의 진동과 소음은 최근 디젤 엔진의 평균에 약간 못 미친다. 토스카의 남성적인 이미지와 넓은 실내, 그리고 탁월한 경제성에 약간의 운전 재미까지 한꺼번에 가질 수 있는 차, 토스카 디젤이 답이다.

글,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국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차 시장에 3번째 디젤 주자가 등장했다. 공들여 개발한 디젤 엔진을 먼저 에 얹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GM 대우가 윈스톰의 심장을 토스카에도 이식한 것이다. 왠지 SUV의 심장을 세단에 이식한 느낌이 얼핏 들면서 너무 투박하지 않을까 지레 짐작도 해 보지만, 최신 디젤 엔진들의 빼어난 자태를 계속해서 경험해 오고 있는 터라 우려 보다는 기대가 크다.

기자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에 아직 봄은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입 디젤 승용차들이 터 놓은 물꼬에서 흘러 나온 시냇물 줄기가 얼어 붙은 강바닥을 흐르기 시작하면서 얼음이 조금씩 녹고 있음을 거리에서도 실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차세대 표준 (Tomorrow Standard Car)을 주장하며 등장한 는 직렬 6기통 엔진과 자동 5단 변속기를 장착해 파워트레인 면에서 신선함을 강조했지만, 그리 신선하지만은 않은 스타일 때문인지 새롭게 도약하는 GM 대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잘 나가는 윈스톰의 심장을 이식 받은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지 궁금하다.

외관에서는 디젤 모델이라는 표시를 거의 나타내지 않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GM 대우 로고 좌우로 뻗어 있던 두 줄의 크롬 라인 대신 검정색 하니콤 그릴이 더해진 것과 머플러의 끝 부분이 두 갈래로 나뉜 정도가 변화의 전부다. 하니콤 그릴은 크롬 라인보다 심플하면서 세련된 느낌이어서 더 좋다.

펜더를 따라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는 세계적이 추세가 반영된 디자인이지만 좀더 예리하든지 세련되게 다듬는다면 좋겠다. 예리한 선과 면이 돋보이는 17인치 알루미늄 휠은 남성적인 느낌의 토스카를 더욱 당당하게 보이도록 한다.
반면 뒷 모습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테일램프와 크롬 가니시가 기하학적인 형상을 이루고 있는데, 좀더 정교하게 조형미를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전히 남성적인 느낌의 내 외장 디자인은 큰 변화 없어

실내에서는 변화가 더욱 적다. 유일하게 찾아낸 변화는 너무도 당연한 계기판의 변화다. 디젤인 만큼 회전수가 낮게 표시되어 있다.
실내는 많이 투박하다. 전체적인 면과 선들이 단순하고 센터페시아의 각종 버튼들과 디스플레이는 예쁜 것을 좋아하는 기자에게는 심심하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빠질 것이 없다. 특히 다이얼 식으로 된 자동 에어컨은 편의성과 감성적인 터치가 우수하다.

AV 시스템은 MP3가 지원되는 DVD 플레이어와 매치된다. 네비게이션과 TV, DVD와 트립 컴퓨터가 모니터를 통해 표시된다. 오디오는 섬세하거나 박력 있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기대이상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은 틸팅과 텔레스코픽이 모두 지원된다. 왼쪽의 레버를 당긴 상태에서 한 번에 틸팅과 텔레스코픽을 조절하는 방식이 독특한데, 처음엔 어색하지만 쉽게 요령을 익힐 수 있다. 좋은 운전자세를 잡기 위해 텔레스코픽 기능은 꼭 필요하다.

자동 헤드라이트도 재미있는 기능을 담고 있다. Auto 모드로 헤드라이트가 켜진 상태에서 레버를 아래로 살짝 돌리면 라이트가 꺼지긴 하지만 레버는 다시 Auto 모드로 돌아와 있다. Auto 모드에서 원하면 헤드라이트를 끌 수 있지만 Auto 모드가 항상 기본으로 설정된다는 것이다. 상당히 재미있고 유용한 설정이긴 한데, 민감하지 않은 일반 오너가 그 필요성을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도어 안쪽 패널 상단에 시트 모양으로 히팅 버튼이 마련되어 있는데, 메르세데스-벤츠의 시트 조절 장치를 어슬프게 흉내 낸 듯해 안쓰럽다. 또한 히팅 버튼을 누르면 온천 표시를 닮은 3개의 선에 불이 들어오는데, 히팅 기능은 3단이 아닌 1단인 것도 조크다.


최고출력 150마력과 최대토크 32.6kg.m 발휘하는 2.0 디젤엔진

엔진은 윈스톰에 얹었던 4기통 2.0리터 VCDi 디젤로 최고출력 150마력/4,000rpm과 최대토크 32.6kg.m/2,000rpm을 발휘한다. 전자제어식 가변형 터보차저 (VGT, Variable Geometry Turbo)를 더해 엔진의 응답성을 높이고, 디젤 엔진의 고질적인 매연을 저감시킬 수 있는 여과필터 DPF(Diesel Particulate Filter)와 배기가스 저감장치 EGR (Exhaust Gas Recirculation)을 장착해 유로 IV 배기 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환경 친화적인 엔진이기도 하다.
변속기는 아이신 AW에서 만든 스텝트로닉 자동 5단이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시동을 걸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실내에 전해지는 소음과 진동은 최신 디젤 모델 들 중 무난한 수준이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다소 투덜거릴지 모르지만 무시하고 들자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리는 엔진음은 상당히 큰 편이면서, 음색 또한 디젤 특유의 음색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어 아쉽다.

차가 출발하면 진동과 소음은 확실히 줄어든다. 서서히 속도를 올려 80Km/h 정도의 일상적인 속도 이상이 되면 정숙성은 탁월하다. 고속도로를 100km/h로 정속주행한다면 어느 누구도 이차가 디젤차라고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가솔린 엔진보다 앞서는 듯한 정숙성이다. 이 정도라면 디젤 중형차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중속 이상에서의 정숙성과 안락함은 칭찬을 들을 만큼 우수하다.

하지만 차가 신호대기로 정차할 경우 기어를 D에 그냥 두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토스카 디젤에서 가장 아쉬운 상황이 연출된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시트, 그리고 차 바닥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진동이 꽤 많이 전달된다. 예전 디젤 엔진에 비하면야 분명히 나은 편이지만 승용차로서는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자꾸만 신경이 쓰여 기어를 D에서 N으로 옮기면 조금 나아진다. 하지만 중고속에서의 탁월한 정숙성을 생각할 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 초기 도입되었던 푸조 디젤차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었는데, 최근 도입되는 푸조 모델들에서는 이 현상이 말끔히 개선된 점을 지적한 일이 있다. 토스카도 이 부분만 개선한다면 더 큰 호응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

급가속을 하면 상황은 좀 다르다. 특히 저속영역에서의 급 가속 시에는 상당히 거친 엔진음이 크게 실내로 유입된다. 여기서 엔진음의 크기 보다는 음색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최신 디젤 엔진들은 엔진음도 세련되게 다듬어 고회전으로 가더라도 엔진음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경쾌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토스카의 디젤 엔진은 급가속에서 예전의 디젤 엔진 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거친 엔진음을 만들고 있어 다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급가속 시 엔진 회전이 부드러운 점은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


경쾌한 가속과 중고속에서의 정숙성 돋보여

토스카 디젤은 가속이 시원시원하다. 디젤 엔진임에도 회전 상승이 비교적 매끄러워 가속 페달을 깊이 밟는데 부담이 없다. 제원상으로는 0~100km/h 가속에 11초가 걸린다고 한다. 상당히 경쾌한 가속이다. 변속 충격도 거의 없다.
로체 디젤은 타보지 않아서 비교할 수 없지만, 은 부드러움이 강조되어서 가속에서 경쾌함은 부족한 반면 부드러움과 연비에서 유리한 편이다. 토스카 디젤은 가속에서 약간 거친 반응이 있지만 쏘나타 디젤에 비해서는 좀 더 시원한 가속임에 틀림없다. 기자의 취향에는 토스카가 더 마음에 든다.

레드존은 4,500rpm부터다. 급가속하면 1단에서 40km/h, 2단에서 70km/h, 3단에서 120km/h, 그리고 4단에서 170km/h를 마크하고 5단으로 변속된다. 2리터급 중형 세단임을 감안할 때 가속은 한 마디로 시원 시원하다. 실제로 150km/h 이상의 고속 주행이 많지 않은 패밀리 세단인 만큼 실 생활에서는 넉넉한 힘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겠다.
5단으로 변속한 후에는 가속이 많이 느려진다. 하지만 꾸준히 가속하면 3,600rpm에서 200km/h에 이르고, 인내심을 가지고 더 기다리면 210km/h정도까지 가속된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하지만 발표된 제원상의 최고속도 206km/h를 어렵게라도 넘길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재미있는 것은 1, 2, 4단에서는 모두 4,000rpm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는데, 유독 3단에서는 4,200rpm에서 120km/h를 마크하고 변속된다는 점이다.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옮겨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운전자가 원하는 회전대를 유지하면서 주행할 수 있다. 수동모드에서는 레드존에 이르러도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되지 않는다. 회전대가 높지 않으므로 부지런히 직접 시프트업을 해 줘야 한다.

회전대가 높지 않은 탓에 회전수가 충분히 떨어진 상태가 아니라면, 기어를 내려서 가속하려고 기어 레버를 움직여 보지만 아래 단에서의 회전수가 맞지 않아 기어가 내려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4단 3,000rpm 정도에서 기어를 내려보면 2단에서 매치되는 회전수가 너무 높아 2단으로 시프트 다운이 되지 않는 것이다. 휘발유 엔진이라면 2단으로 변속하더라도 회전수에 충분한 여유가 있어 시프트다운이 가능하지만 디젤엔진에서는 무리다.
결국 디젤 엔진은 토크가 넉넉한 만큼 수동모드에서 운전할 때도 성급하게 시프트다운을 시도하기 보다는 충분히 회전이 낮은 상태가 아니라면 시프트다운 없이 그대로 가속해야 한다.

토스카 디젤은 가속이 경쾌하지만 엑셀 반응이 느리다는 점은 불만사항이다. 비교적 유격이 커 엑셀을 상당히 깊이 밟아야 가속이 시원하다. 물론 시내에서 평범하게 운전할 때는 그리 답답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토크가 넉넉한 만큼 엑셀 응답성이 높아진다면 유럽 디젤 세단이 크게 부럽지 않을 정도의 경쾌한 주행이 가능할 텐데, 상당히 아쉽다.

응답성이 느린 것은 수동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동모드로 주행하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높은 회전대의 높은 토크를 유지하다가 원하는 때에 즉시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토스카 디젤은 높은 토크를 유지하는 회전대에서도 엑셀의 유격이 커 응답성이 떨어진다. 엑셀을 밟고 한 템포 기다려야 시원한 가속이 터진다. 이 정도라면 굳이 수동모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처음 시승했던 와 비교해 볼 때 넉넉한 토크가 주는 시원시원한 달리기는 매력적인데 반해, 엑셀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아 다이나믹하게 토스카를 다룰 수 없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 L6 2.5 토스카는 국산 중형 세단으로는 드물게 수동모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다이나믹한 반응이 돋보였었던 모델이었다.


앞 맥퍼슨 스트럿과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노면을 장악하는 능력이 좋은 반면, 스트로크는 길게 설정되어 있어 하체가 부드럽고 코너에서는 기울어지는 정도가 크다. 승차감을 고려한 세단의 설정으로 무난한 편이지만 요철에 대한 반응은 예민한 편이어서 잔 진동은 비교적 많이 전달된다.
부드럽기만 한 쏘나타와 상당히 타이트한 하체를 가진 로체의 중간에서 쏘나타에 좀더 가까운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가장 큰 관심거리일 수 밖에 없는 연비는 실측하지는 않았지만 늘 시승하는 패턴을 고려해 볼 때 일반 가솔린 대비 월등히 높은 것은 확실하다. 제원표 상의 공인연비는 13.0km/L다. 하지만 감각적으로는 15km/L를 넘을 것처럼 연료계 바늘 떨어지는 속도가 느리다. 특히 급가속 등 고회전을 많이 사용하는 주행이라면 휘발유 엔진으로 급가속하는 것에 비해 현저히 더 높은 연비를 보인다. 이는 디젤 승용차를 타면서 경쾌한 가속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중형차 구입을 원하는 실속파 예비 오너에게 토스카 디젤은 쏘나타나 로체 디젤과 함께 확실한 모범답안이 될 수 있겠다. 쏘나타 보다는 좀 더 경쾌한 달리기가 매력적이지만, 정차시 진동과 소음은 꼭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큰 차를 선호하는 것 만큼이나 조용한 차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그러한 의식에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작은 차와 조금 시끄러운 디젤차를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이러한 작은 마음의 여유는 굳이 지구 전체의 환경을 생각하는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여러 부분에서 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주요제원 GM대우 토스카 CDX 2.0 디젤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05×1,810×1,450mm
휠 베이스 : 2,700 mm
트레드 (앞/뒤) : 1,550/1,545 mm
실내 (장×폭×고) : 2,005 x 1,472 x 1,180mm
공차중량(AT) : 1,545 kg

엔진
엔진 : 직렬 4기통 커먼레일 디젤
배기량 : 1,991cc
보어x스트로크 : 83mm x 92mm
압축비 : 17.5 : 1
최고출력 : 150마력/4,000rpm
최대토크 : 32.7kg.m/2,000rpm

트랜스미션
형식 : 스텝트로닉 5단 AT
기어비(1/2/3/4/5/R) : 4.575/2.979/1.947/1.318/1.000/5,024
종감속비 : 2.229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15인치 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 215/50R17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방식

성능
0-100km/h : 11초
최고속도 : 206 km/h
최소회전반경 : 5.388m

연료탱크 용량 : 63리터
트렁크용량 : 480리터
연비: 13.0km/리터

가격 : SE 2,214 만원, CDX 2,619만원 (VAT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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