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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디자인으로 진검 승부 - 기아 K5

기아차의 신세대 중형 세단 K5는 출시 이후 쏘나타를 위협할 만큼 엄청난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라고 질문한다면, 누구나 K5의 디자인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수석 영입 이후 진화를 거듭한 기아차들의 디자인은 K5에서 절정을 이루는 모습이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K5의 형님인 K7이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가 떠오른다. 먼저 멋들어진 디자인에 놀랐었고, 3.5 모델의 시승을 통해서는 국산차로선 보기 드문 시원한 출력과 단단한 하체에 놀랐으며, 그에 반해 미약한 브레이킹 성능에 또 다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주며 준 대형 세단의 한 축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한 K7이었기에, K5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후 K5가 출시되었고, 기대만큼이나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한때는 월별 판매순위에서 쏘나타를 제치는 하극상을 범할 정도로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 그러한 배경에는 쏘나타의 디자인이 일명 ‘곤충룩’으로 불리며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 영입했다고 디자인이 이렇게까지 발전한다는 것이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제 현대차보다 기아차가 멋져 보인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인식 변화에 결정타를 날린 모델이 바로 K5이며, 여느 수입차들의 디자인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것 없다는 평가마저 당당히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유수의 자동차 전문 매체들도 K5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


K5의 핵심인 외관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전면은 기아차 전체적으로 통일된 라디에이터그릴이 중심을 잡았고, 샤프한 헤드램프, 스포티한 안개등 주변부 등이 맞물려 날카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자아낸다.

측면에서는 특이하게 처리된 C필러가 눈에 띈다. 윈도우 상단을 따라 흘러온 크롬 라인이 C필러 끝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터치가 매우 독특한데, 이는 재규어 XJ의 C필러만큼이나 흥미로운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K5는 대중적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특색 있는 디자인을 가미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후면에선 K5의 멋스러움을 한층 배가시켜주는 LED 리어램프가 돋보이며, 두툼한 범퍼로 풍만한 엉덩이를 표현하면서 듀얼 머플러가 스포티함을 더해준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라인과 각각의 디테일들이 빼어난 비율로 조화롭게 맞물렸기 때문에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얼짱의 면모를 과시한다. 처음엔 엄청 파격적으로 보였던 현행 쏘나타의 모습이 어느새 감흥 없고 식상해진 반면, K5는 시간이 지나도 볼 때마다 눈을 즐겁게 하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이것이 바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실내 디자인은 운전자 중심의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공존한다. 시트의 착좌감이나 앞, 뒷좌석 모두 여유로운 공간은 만족스럽다. 옵션이 풍부한 시승차의 경우에는 일일이 설명하기도 지루할 만큼 최근의 중형차에서 갖출 수 있는 대부분의 편의장비들이 가득한 모습.


스티어링휠, 도어패널, 기어변속레버 주변의 소심한 우드장식들은 K5와 어울리는 소재로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카본장식이나 새빨간 가죽시트가 나을지도. 스티어링휠에는 각종 조작버튼이 너무 많아서 세어보게 되는데, 2.4 모델인 만큼 쏘나타에 달린 플라스틱 패들시프트라도 달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디자인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자동차 본연의 주행성능과 감각에 있어서는 딱히 흠 잡을 곳 없이 무난하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시승차는 세타ll 2.4 G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매칭 된 모델로서, 쏘나타 2.4 모델과 동일한 출력을 가졌다.

쏘나타도 그럴 수 있겠지만, K5가 겉모습에서 풍기는 세련된 이미지를 주행에서도 훼손시키지 않으려면 2.4 모델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2리터 모델은 출력과 반응, 정숙성 등에서 아쉬움이 묻어나오는지라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의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또 다시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K5도 가만 서있으면 시동이 꺼진 것처럼 조용하다. 다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달리기 시작하면 2리터 엔진만큼은 아니더라도 엔진음이 다소 유입되는 타입인데, GDI 엔진의 충분한 출력과 매끄러운 회전 상승은 만족스럽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음색은 다소 거추장스러운 느낌.

현대-기아차가 정말로 해외 유수의 명차들과 비견되길 바란다면, 이제는 엔진음이나 배기음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도 따로 공들여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수치적으로는 이미 세계수준에 올라섰으니, 앞으로는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세계수준에 올라서길 기대해 본다.


감성적이지 못해 참 아쉬운 것이 또 한 가지 있다면, 약간은 의외인 K5의 하체 세팅이다. K7의 적당히 단단했던 감각이 괜찮았기에 K5는 그보다 더 완성도 높은 탄탄한 하체로 나와 주길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론 그 반대의 성향으로 세팅된 것.

다소 거칠지만 전체적으론 단단한 쏘나타와 시종일관 물렁하고 출렁한 SM5가 있다면, K5는 쏘나타보다 SM5에 가까운 느낌이다. 스티어링휠도 모든 속도 영역에서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급차선 변경이나 코너에서는 소프트한 하체와 더불어 얌전한 주행을 추구해야 한다.


결국 K5의 주행을 통해 꽤나 세련된 엔진과 변속기는 흡족했던 반면, 다소 가볍고 물렁한 핸들링과 하체가 재미있는 주행을 방해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하지만 K5는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중형차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모델이다. 따라서 지극히 무난한 주행감각이 오히려 보다 많은 오너들에게 먹혀들 가능성도 있다.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을 원하는 오너라면 쏘나타 2.4 혹은 K7 쪽이 나을 수도.


에필로그
K5는 볼 때마다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그런 차다. 지금껏 국산차 중에, 아니 중형차 중에 그런 차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아무래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아니겠는가. 정작 먹어보면 그 맛은 겉으로 볼 때처럼 뭔가 대단한 것은 없다. 하지만 가장 무난한 맛을 내는 것도 어찌 보면 힘든 일인데, 이제는 당연하게 그 정도 맛은 내고 있으니 다행인 일이다. 앞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신경을 써준다면, 디자인만큼이나 멋진 주행감성을 발휘해줄 날도 언젠간 찾아오지 않을까.

걸림돌이 있다면 F1을 개최만 하고 참가는 안 한다는 것인데,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어지는 기술력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명차가 태어나는 지름길인 만큼,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성장세를 나타내며 몸집이 커진 현대-기아차가 이러한 부분을 언제까지 방관하지만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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