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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뼈속까지 안락한 미니밴 - 토요타 시에나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토요타의 미니밴 시에나가 한국 땅에 상륙했다. 1997년 출시된 이래 북미시장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출시 직전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토요타가 ‘퍼스트 클래스 리무진’이라 표현하는 시에나를 직접 만나봤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시에나의 외관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세련된 느낌이 풍겨난다. 밴이지만 절대 투박하지 않고 적당한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져 조화롭게 맞물린 라인을 보여준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는 날렵한 이미지를 나타내지만, 반대로 D필러와 리어램프가 곡선으로 맞물린 엉덩이는 우아한 뒤태를 연출한다.


리어램프는 LED인데 헤드램프가 할로겐이라는 것은 사소하지만 눈에 띄는 부분. 미니밴의 특성상 잦은 여행을 위한 용도라면 밤길 어두운 지방 국도 등지에서 밝은 시야가 아쉬워질 것만 같다. 아직까지 수입차엔 당연히 HID나 제논 헤드램프가 기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 비슷한 뭔가 있으니까.

여하튼 전체적인 겉모습은 얼핏 아무생각 없이 보면 그냥 렉서스다. 그런 면에서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어필하는 시에나의 외모는 성공작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넓고 쾌적한 실내로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기대 이상의 품질이 돋보인다. 운전석에 앉으면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받게 되며, 각종 계기나 장비들은 보기 쉽고 조작이 편리하다. 기어변속레버가 상단에 위치하고 풋 파킹 브레이크를 적용해서 운전석과 조수석의 실내 이동 공간을 확보한 것은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처럼 미니밴으로선 필수 요소일지도.


시에나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한 실내 공간, 그 중에서도 2열에 장착된 오토만 시트는 최고의 상품성을 자랑한다. 분명 거대한 스타크래프트 밴을 시승할 때 앉아봤던 그 시트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 굳이 징그럽도록 길쭉한 대형 세단의 뒷자리에서 두 다리 쭉 뻗는 대가로 커다란 액수를 지불하려 한다면, 여기 훨씬 저렴한 대안이 있다는 것도 알아둬서 나쁘지 않겠다. 세단에서 이렇게 눕다시피 하려면 마이바흐 정도는 되어야하니까.


또 다른 장점은 3열 시트도 만만치 않다는 것. 키 177cm인 기자가 앉아보니 기분 나쁘게 상당히 여유로웠다. 준중형 세단 뒷좌석과 비슷한 정도니까 대만족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리어 해치를 열면 3열 시트를 전동으로 바닥에 쏙 감추거나 펼칠 수 있는 버튼이 마련되어 손가락 하나로 진풍경을 연출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리어해치 또한 전동식이다.


다음은 시에나의 성능과 주행특성으로 넘어가보자. 시승한 모델은 3.5리터 V6 가솔린 엔진으로서 최고출력 266마력(6600rpm), 최대토크 33.9kg.m(4700rpm)의 넉넉한 파워를 발휘한다. 6단 자동변속기는 S모드와 수동변속모드를 갖추고 있다.

공차중량 2톤을 넘어가는데 공인연비가 9.4km/l라는 것은 아쉽지 않은 수치. 참고로, 장르는 다르지만 현재 판매중인 혼다 어코드가 출시되었을 당시만 해도 3.5리터 가솔린 엔진에 9.8km/l의 연비가 뛰어나다며 칭찬이 자자했었다.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그런 기억을 떠올려보면 어코드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시에나의 연비는 더더욱 나쁘지 않다. 국산차 중 가장 비슷한 카니발 가솔린 3.5 모델과 비교해도 마찬가지.

다만, 근본적으로 디젤엔진이 아니라는 것은 시에나의 유일한 단점일지도 모른다.


디젤엔진보다 떨어지는 연비는 월등한 정숙성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치자.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느껴지는 육중한 무게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 밴처럼 5리터 이상의 더 큰 엔진을 얹을 수도 없는 노릇. 이럴 땐 역시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하는 디젤엔진이 정답이긴 하다. 덩치 큰 차와 디젤엔진의 궁합이 좋은 이유는 연비를 제쳐두더라도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는 강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


그렇다고 시에나가 힘들게 달린다는 것은 아니다. 초반 스타트에서는 분명 육중한 덩치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해도 속도가 붙을수록 꾸준히 뻗어나가는 맛이 있다. 마음먹고 가속페달을 짓누르면 과장 조금 보태 마치 머슬카처럼 포효하면서 의외의 가속 성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머슬카처럼 포효’ 라는 부분은 빠지는 것이 시에나에겐 좋을 뻔 했다. D모드에 놓고 정속주행 위주로 느긋하게 달리면 너무나 조용하고 안락한 감각을 선사하지만, S모드나 수동모드를 사용해서 적극적으로 달리면 엔진음과 배기음이 꽤나 선명하게 침투한다. 결국 상당한 출력을 갖추고는 있으나, 본연의 성격대로 최대한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즐기는 것이 시에나를 다루는 현명한 방법이겠다.


고속에서의 급차선 변경이나 다소 굽이진 국도를 돌아나가며 느껴지는 스티어링 감각과 섀시의 반응은 적당히 무난한 편이다. 리어 토션빔 서스펜션 방식은 1열과 2열 탑승자에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나 3열에 앉아있으면 약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브레이킹 성능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무게가 있는 만큼 후반으로 갈수록 다소 밀리는 경향은 어쩔 수 없다.


에필로그
수입차로는 보기 드문 장르인 미니밴으로서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무난한 성능으로 합격점을 받을 만한 토요타 시에나. 특히 안락한 실내 공간과 더불어 ‘퍼스트 클래스 리무진’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2열 오토만 시트는 최고의 매력이다.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거나 크게 이슈가 될 만한 차종은 아니더라도, 오로지 수많은 카니발 혹은 극소수의 그랜드보이저 정도만 눈에 띄던 우리네 도로에 또 다른 미니밴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하나의 메이커가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도 선택의 폭에 있어 한계가 분명하다. 시에나 덕분에 혼다의 미니밴 오딧세이도 정식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앞으로 이 땅에 보다 다양한 차종들이 활발하게 경쟁하며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볼거리를 제공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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