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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감동 뒤에 밀려오는 씁쓸함, 아우디 뉴 A8 TDI


솔직히 시승차를 받기 전에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다. 제아무리 플레그쉽 세단이라 해도 디젤이기 때문에. 평소 디젤차에 대해서만큼은 잘 안다고 자부했던 기자는 저 멀리서 등장하는 아우디 A8 3.0 TDI를 흘겨보는 눈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커다란 덩치에 몸을 싣고 엑셀레이터를 전개하는 순간 모든 선입견은 날아가 버리고 입가에는 점점 미소가 번져갔다.

글 / 김동현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A8 라인업 중 엔트리급에 속하는 3.0 TDI의 엔진은 아우디 폭스바겐 그룹의 주력 엔진이다. 250마력의 최고출력과 56.1kg.m의 최대토크를 8단 자동변속기와 아우디의 자랑인 콰트로 시스템을 통해 4바퀴로 전달한다. 2톤이 넘는 중량을 가졌지만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에 단 6.2초만 소요할 정도로 순발력도 뛰어나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A8 디젤은 그저 고요하고 편안하다. 디젤 특유의 엔진소음이나 진동 또한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나긋나긋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핸들링은 동급에서는 당연시되는 부분. 좀 더 심도 높은 테스트를 위해 A8의 머리를 자유로 방향으로 돌렸다.


고속화도로에 진입 후 MMI컨트롤러를 통해 운전모드를 오토에서 다이내믹으로 바꾸는 순간, 하체는 점점 단단하게 조여오고 부드럽던 스티어링 휠은 한층 묵직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평일 오후시간의 자유로는 한적한 레이스 서킷처럼 달리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운전 자세를 타이트하게 다시 조절하고 F1 챔피언 페텔이 롤링 스타트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저 멀리 다가오는 과속카메라를 출발선이라 가정하고 주시한다.


카메라를 통과하는 시점에 바닥이 뚫어질 듯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가져가면, 두꺼운 토크감이 등 뒤를 묵직한 감각으로 밀어붙인다.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속도계는 170km/h를 마크 후 점점 둔화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올라가 어렵지 않게 200km/h를 넘어선다. 이날 기록한 최고속도는 약 230km/h.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했던 순간이다.

그 이상의 속도는 버겁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불필요하다. 디젤엔진 특성상 어깨가 들썩이는 짜릿함을 느낄 순 없지만, 꾸준한 감각으로 밀어붙이는 6기통 디젤의 토크감은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우디의 휘발유모델은 210km/h에서 속도를 멈추지만 디젤모델은 250km/h까지 최고속도를 허용해 준다.


200km/h의 속도를 오르내리면 콰트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타이어가 바닥에 붙어있는 듯 단단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든든함이 최고의 안정감을 선사한다. 이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차선변경을 해도 그립감은 유지되는데, 바퀴를 손으로 움켜쥐고 달리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싶어서 자꾸만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저어 본다.

한참을 달리는데 저 멀리 과속 카메라가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고 있다. 제동 테스트를 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 후방에 따라오는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카메라 코앞에서 있는 힘껏 브레이크 페달을 짓눌러본다. 노즈다이브와 리어의 흔들림 또한 억제되어 불안감은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제동력은 필요에 따라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잠시 휴식을 위해 차량을 세워놓고 외관을 꼼꼼히 살펴본다. 아우디의 공통적인 대형 싱글 라디에이터 그릴은 A8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확실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그릴에서 시작되어 화려하기 그지없는 헤드라이트까지 전면을 마주보고 있으면 무서운 기운마저 든다. 동행한 기자는 불독을 닮아서 못생겼다는 우스갯소리도 건넨다.

차체 라인을 따라 후면에 이르면 강렬했던 전면에 비해 다소 모범생 같은 심심한 느낌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안정된 느낌이지만 리어램프에 조금만 신경을 더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9인치 45시리즈의 큰 휠/타이어를 신고 있지만 워낙 덩치가 있는 터라 시각적으로 자연스러워 보인다.


다시 운전석에 앉아서 실내를 천천히 살펴본다. 조립 완성도는 물론이고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 또한 훌륭하다. 화려한 센터페시아와 계기판은 자신이 지금 어떤 차를 타고 있는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이런 플레그쉽 세단의 절정은 뒷자리 상석. 독립적으로 좌석이 구분되는 2열 시트는 안락함과 만족감을 안겨준다. 앉은 자리에서 운전 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첨단 기능이 넘쳐나지만,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이 복잡해서 사용하기 쉽지는 않다.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복귀하는 길, 디지털로 표시되는 아우디의 연료게이지는 아직 절반 이상을 표시하고 있다. 들릴 듯 말듯 한 엔진소리와 함께 컴포트 모드로 맞춰진 승차감은 내 집 소파에 앉아있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큰 기대 없이 맞이했던 A8 3.0 TDI지만, 이정도면 윗급이 굳이 필요한가 싶다. 일상생활에 필요 충분한 성능과 정숙성, 안락함, 안정감, 좋은 연비까지. 어느 부분에서도 빠지지 않는 아우디 A8 TDI와 함께 한 시간은 드라마틱한 영화를 보고 난 후 밀려오는 감동과 같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올해의 수입차 서비스 만족도 결과에서 아우디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봐도 항상 하위권이다. 아우디의 고질적인 A/S 문제는 언제나 오너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해지며 이슈를 자아내기도 했다.

서비스 능력은 메이커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후 서비스에 소홀하다면 소비자는 실망하게 된다. 결국 구입하기 전에는 최고의 자동차중 하나일수도 있지만, 구입하는 순간 최악의 자동차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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