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도 따갑고 넓은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관심어린 시선도 따갑다. i3가 출시된 이후 판매량은 아직까진 미지근하지만 도로에서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멈춰 서기라도 하면 쏟아지는 시선 탓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민망할 정도. 여하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해진 나른한 평일 오후, BMW의 순수 전기차 i3와 함께 잠시 미래에 다녀왔다.
글 /
강현구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박환용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대비되는 차체 색상으로 이뤄진 외관은 호불호를 떠나서 특이하다.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를 갖고 있다. 막혀있는 키드니 그릴의 형상만이 BMW임을 알려준다. 어느 차와도 닮지 않은 모습은 개성 있지만 키드니 그릴 외에도 헤드램프의 코로나 링이나 C필러의 호프마이스터킥 등 BMW만의 디자인 언어들이 더 많이 녹아들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실내에서는 마치 패브릭 소파에 앉아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자동차보다는 가구의 느낌이 강하다. 대시보드와 도어에 사용된 검은 재질의 마감재는 전체적인 고급스러움을 약간 훼손하긴 하지만 친환경 소재라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반갑다.
2열 시트의 착좌감과 공간은 예상보다 훨씬 편안하다. 무릎 공간도 보기와는 달리 여유 있는 편이라 성인 4명이 탑승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1열의 안전벨트가 2열 도어에 달려있어 벨트를 풀지 않은 상태로 2열 도어가 열린다면 순간 당황하는 모습도 연출된다.
컬럼식 기어변속레버에 포함된 시동버튼을 누르자 안내음만이 시동이 걸렸음을 알려준다. 100%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만큼 소음이나 진동을 느낄 수 없다. 기어변속은 다이얼처럼 돌려 아래위로 눌러주는 독특한 방식이다.
가속페달을 밟자 환산출력 170마력과 25.5kg.m의 힘을 모두 사용하며 지체 없이 튀어나간다. 나지막한 고주파음만이 달리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제조사에서 발표한 0-100Km/h 가속시간은 7.2초지만 몸으로 체감되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밟는 만큼 출력을 전달하는 전기차의 특성 덕분에 초반 가속은 여느 고성능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즉각적인 브레이크 응답성 또한 BMW다운 실력을 보여준다.
속도를 서서히 올리며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i3에는 효율성을 위해 구름저항이 낮은 전용 타이어가 장착됐다. 경차 수준의 얇은 타이어로 인해 급격한 차선 변경 시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BMW 특유의 주행감각으로 날렵한 핸들링과 고속에서의 묵직한 안정감을 자랑한다.
한편, BMW i3는 원 페달 운전방식으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동력이 끊어지면서 속도가 줄어들어 완전 정차시나 급제동이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행 상황에서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길 필요가 거의 없다. 처음에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서서히 앞으로 가는 크리핑 현상이 없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가속페달의 미세한 조작만으로 차량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어 편리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 배터리를 강하게 충전시켜 연비 운전에도 도움이 된다.
i3는 주유 없이 운행하는 순수 전기차인 만큼 가장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효율성.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는 120km~130km 정도로 표시된다.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그 수치를 훨씬 밑돌고, 일반적인 차들과는 반대로 시내주행보다 고속도로 주행 시에 주행가능거리가 더 빨리 줄어든다.
전용 급속충전기를 사용한 완충시간은 3시간, 80%까지 충전에는 1시간이 걸린다. 일반 가정용 220V 콘센트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며 완충까지는 1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완충 시에도 주행가능거리가 길지 않아 장거리 운행에는 불안감이 따르지만, BMW에서는 충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치면 리모트 앱으로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며 비용 차이까지 계산해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도심주행에 최적화된 순수 전기차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있는 외모, 시원한 가속 성능과 즉각적인 브레이킹 응답성, 희석되지 않은 운전재미 등 BMW i3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차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현실이 i3가 제시하는 미래만큼 다가가진 못했다.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은 충전시설 탓에 조마조마하며 달려야 하는 불안감, 짧은 주행가능거리, 수천만원이 넘는 가격 등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들이다.
다양한 제조사들이 기존에 출시된 차량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는 와중에 BMW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오직 전기차만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탄생한 완성도 높은 i3를 경험해보니 전기차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추가정보를 입력해주세요!
서비스(이벤트, 소유차량 인증 등) 이용을 위해, 카이즈유 ID가입이 필요합니다.
카이즈유 ID가 있으신가요?
카이즈유 ID를 로그인 해 주세요.
SNS계정과 연결되어, 간편하게 로그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