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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스와핑 무죄! 엔진 스와핑 유죄!


스와핑.
어느 대그룹 회장이 말했다. "아내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 그게 아마 1993년 버전이다. 시간은 흘러 대망의 21세기를 맞은 지도 3년이 흘렀다. 이젠 남편과 아내까지 바꾼다. 이른바 스와핑이다. 부부가 서로 다른 짝을 찾아 즐긴다. 남편의 눈 앞에서 아내가 다른 남자 품에 안기고, 남편은 그 아내를 보며 남의 여자를 품는다.

법의 판단은 한 번 더 우리를 뒤집어지게 만든다. 죄를 물을 수 없단다. 부부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일이므로 간통이 성립되지 않으며, 어쩌구저쩌구 하더니 죄가 없다는 묘한 결론에 이른다. 말장난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이럴까.

말하기 과외를 받은 학생이 교습비는 지불하지 않고 스승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재판에 이기면 이겼으니 돈을 안내고, 져도 스승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진 것이니 역시 돈을 안줘도 된다? 말인 듯, 아닌 듯 말장난에 다름 아니다.

아, 한 사람 있다. 죄가 있다는 단 한 사람. 이들이 스와핑 장소로 이용했다는 노래방 주인은 처벌받았다. 식품위생법 위반이란다. 불량식품이라도 팔았나? 그 인간들이 불량식품이란 말인가?

'스왑(swap)'은 교환하다, 물물교환 등의 뜻이 있고 속어로 부부교환이라는 의미도 숨어 있는 단어다. 강을 건너는 동안 말을 스왑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자동차도 스와핑을 한다. 무슨 말이냐고? 이 차 엔진을 저 차에 얹고, 변속기도 바꾸고, 스프링도 바꾸고 이것저것 바꾼다. 부부 스와핑이 좀 더 자극적인 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자동차 스와핑은 나만의 자동차, 좀 더 극한 성능을 가진 자동차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90년대 초반, 국내 자동차 레이서들 사이에서는 가끔 1.3ℓ급 프라이드에 2.0ℓ 콩코드 엔진을 얹는 경우가 있었다. 콩코드 엔진을 단 프라이드는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면 통제하기 힘들 정도의 괴력을 발휘하곤 했다. 당시만 해도 경주차가 일반도로를 달리는 일이 다반사여서 스와핑 프라이드를 타본 일반인들의 반응은 "따봉"이었다. '청룡열차' 보다 훨씬 짜릿하다며 다리를 후들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어쨌든 이 같은 자동차 스와핑은 자동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다. 작은 차체에 큰 엔진을 얹어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게 대표적인 자동차 스와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 미국에서의 자동차 스와핑은 흔한 일이다. 심지어는 뒷마당에 차를 세워놓고 뚝딱거리며 차를 한 대 새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이 엔진을 사다 올리고, 변속기는 또 다른 차의 것을 떼어다가 조합하는 식이다.

자동차 스와핑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양한 시도 끝에 기대하지 않았던 성능을 내는 부품이 만들어지고 자동차가 탄생한다. 그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한다해도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나만의 자동차를 가질 수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동차 스와핑은 명백한 불법이다.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 주요 구동계통을 바꾸려면 자동차관리법이 정한 구조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없이 행해지는 대부분의 자동차 변경작업은 불법이다.

그렇다고 구조변경 허가를 받기가 쉬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하다 못해 타이어만 조금 큰 걸로 바꿔달아도 당장 단속받는 게 현실이다. 자동차동호회 홈페이지를 찾아 보면 게시판마다 튜닝단속과 관련된 진지한 고민들이 많다.

하나만 묻고 싶다. 부부 스와핑이 나쁜가, 자동차 스와핑이 나쁜가. 부부 스와핑이 무죄인데 자동차 스와핑은 왜 유죄인가. 자동차관리법같은 부부관리법을 만드는 건 어떨까. 그래서 자동차 스와핑을 단속하는 것만큼 부부 스와핑을 제대로 단속하는 거다.

말이 되는 소릴 하라고? 적어도 부부 스와핑이 무죄라는 소리보다는 말이 되는 거 아닐까.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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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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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oz*** 2019-12-15 22:05 | 신고
법은 최소한 이어야 하는데, 법은 만드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각이란걸 안하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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