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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 아반떼, 준중형의 베스트 초이스

새 아반떼는 디자인은 부드러워지고 주행 성능은 예민해졌다. 디자인부터 운전 감각, 실내 편의성까지 여성을 배려한 흔적이 두드러진다. 매우 가볍고 낯선 느낌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익숙해지면 편하고, 초기 반응이 빠른 브레이크도 여성 운전자들이 좋아할 요소다. 두드러지게 좋아진 핸들링 성능에 비해 순발력과 직진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다.

글 / 메가오토 한상기
사진 / 메가오토 박기돈, 원선웅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반떼를 기다려왔다. 기자도 마찬가지로, 신차 발표회 이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시승을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기 파업으로 인해 시승차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업소에서 잠깐이야 가능했지만 정식으로 시승기를 쓰기에는 턱없이 모자랐기에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시승차는 중간 그레이드인 S16. 메이커에서 항상 최고급형을 시승차로 돌렸기 때문에 풀 옵션 모델이 아닌 것이 오히려 반갑다.


눈에 띄는 날씬한 볼륨감

아반떼는 척 보기에도 한 둘레가 커졌다. 준중형의 테두리에 가두기에는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볼륨감이 눈에 띈다. 의외로 전장은 2cm 줄었지만, 전폭과 전고는 각각 5cm, 5.5cm나 늘어났다. 늘어난 전폭과 전고만큼이나 실내 공간도 넓어졌다 하겠다.

아반떼는 상당히 멋을 낸 디자인이다. 그릴에서만 희미하게 XD의 흔적이 보일 뿐 스타일링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서로가 닮는 요즘, 어느 차와도 닮지 않는 모습이 단연 돋보인다. 넘실대는 사이드 라인 뿐 아니라 리어 글래스가 차체 안쪽으로 살짝 들어간 모습은 406 쿠페와도 얼핏 비슷하다.

측면 실루엣은 키 작은 싼타페를 연상케 한다. 디자인 포인트는 바로 사이드의 캐릭터 라인으로, 이제 와서 보니 아반떼를 위해 싼타페는 적당한 선에서 자제하지 않았나 싶다. 넘실대는 선이 HCD-8을 연상케도 한다. 이 캐릭터 라인은 앞 범퍼부터 뒷 범퍼까지 부드럽게 이어져 통일감이 있다. 다른 차와 달리 아반떼는 사이드 뷰가 디자인의 백미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다분히 여성스럽다.

벨트 라인이 꽤 높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리고 앞유리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 실내 공간을 넓히는데 주력했음을 외부에서도 알 수 있다. 루프 라인도 뒷좌석 승객의 헤드룸을 생각해 아주 완만하게 호를 그린다.
벨트 라인만 보면 얼핏 차고 자체가 높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지상고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 시트 포지션을 높인 다음, 공간을 생각해 전고를 높였다. 결과적으로 운전 편의성 향상과 거주성을 위해 전고가 높아졌다 하겠다. 벨트 라인과 전고가 높아졌기 때문에 도어도 상하로 늘어나 뒷좌석 유리도 거의 다 내려간다.

타이어는 205/55R/16으로, 16인치지만 벨트 라인이 높고 차체도 XD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별로 커보이지 않는다. 타이어는 한국 옵티모 H426으로 전형적인 OEM 패턴이다.


여성 배려한 편의성, 힙 포지션 때문에 시야 좋아

실내 디자인은 단순 명료하면서도 예쁘다. T자형 센터페시아는 앞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조작하기가 아주 편하다. 좌측의 윈도우 스위치나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이 자연스럽게 손에 닿는다. 대신 조수석 승객은 레그룸에서 약간의 손해를 본다. 이런 점은 프라이드와도 비슷한데, 무릎에 자꾸 센터페시아 하단이 닿는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공조 장치 버튼들은 모양새나 조명이 익숙하다.

시트에 앉았을 때 포지션이 높아 조금 놀랐다. 힙 포지션이 기존 승용차보다 껑충하다. 포지션만 본다면 승용차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레조나 카렌스 같은 소형 미니밴에 더 가깝다. 벨트 라인이 높아졌으니 시트 포지션이 따라 높아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포지션이 기존과 같았다면 아마 투스카니 정도로 창문턱이 높아졌을 것이다.

스티어링 칼럼도 평균보다 많이 튀어나와 있다. 림을 잡은 상태에서 방향지시등과의 거리 역시 평균보다 멀다. 시트 포지션이나 스티어링 칼럼만 보아도 여성 운전자를 많이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시승차에는 텔레스코픽 기능이 빠져있어 거리 조절이 되지 않았지만 자세를 잡기는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여성 운전자를 많이 배려했다는 느낌을 시승 내내 받았다.
시트의 인조 가죽은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질감 자체는 괜찮다. 쫀득하게 달라붙고 적당히 푹신하다.

대시보드를 이루는 내장재는 밝은 블랙과 회색의 투 톤이다. 트림에 따라 3가지의 색상이 제공되는데, S16의 회색 톤은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자칫 값싸보일 수 있어 탐탁치 않은 부분이다. 차라리 XD의 블랙 톤이 한결 고급스러워 보인다. 플라스틱 버튼들의 조작감도 좋은 편이며, 센터페시아 중간에 위치한 비상등 스위치도 손에 쉽게 닿는다.

수납 공간은 센터페시아 상단과 하단에 하나씩 있으며, 컵홀더는 양쪽 도어 포켓까지 합하면 도합 4개이다. 기어 레버 뒤에 두 개의 컵홀더가 있는데, 각기 크기 다르다. 넓진 않지만 암레스트도 2단이다.
실내 조명은 블루로 통일되어 있다. 공조 장치의 조명은 좀 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밝아 야간에는 실내 분위기가 묘하다. 물론 밝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계기판과 별도로 조절할 수 있었으면 좋았지 않나 싶다.

넓어진 트렁크 역시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입구의 크기는 평범하지만 높이가 높고 넉넉하게 짐을 실을 수 있겠다. 정해진 수치 안에서 최대한 공간을 뽑아내는 실력이 이제 키를 높이는 쪽으로 옮겨간 듯 하다. 전고를 높여서 승객석도 넓어졌지만 이렇게 트렁크도 덩달아 커졌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보닛 리프트가 가스식이 아닌 것은 의외이다.
실내의 느낌과 장비 면에서 XD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감흥이 적다. 그만큼 새 아반떼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컸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티어링과 브레이크는 민감, 가속은 둔감

아이들링 시 소음은 상당히 조용하다. 하지만 진동은 새 차라 하기에는 평균 이상으로 많다. 시트를 통해 엉덩이까지 진동이 전해지니 결코 적다고 할 순 없다. 킥다운 시 파워트레인에서 올라오는 진동이 곧바로 전해지기도 한다. 물론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는 있지만, 가속 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진동은 운전자 입장에서 분명 불쾌한 일이다.

가속에서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다. 레버 조작으로 1단부터 가속해도 소리만 커질 뿐 순발력은 기대 이하이다. 수치상으로는 엔진의 출력도 늘고 차도 조금 가벼워졌지만 빠른 순발력과 조금 거리가 있다. 차라리 2, 3단의 추월 가속이 그나마 괜찮다.
브레이크와 마찬가지로 스로틀 개도율 10% 내외 시 빠른 반응은 꼭 초기 테라칸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어쨌든 복잡한 시내에서 쉽게 움직이기는 한다.

1, 2, 3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65, 110, 170km/h로 기어비 자체는 평범하다. 4단 100km/h 회전수가 2,500rpm으로 연비를 생각해 조금 낮게 잡혀있을 뿐이다.
아반떼의 실질적인 최고 속도는 170km/h라 할 수 있다. 3단 170km/h까지는 그럭저럭 힘차게 뻗어나가지만, 4단으로 넘어가면 기어비가 낮아 추진력이 모자란다. 이후부터는 아주 천천히 속도가 붙어 속도계의 바늘이 180km/h에 다다르기도 버겁다. 시승 중 기록한 최고 속도는 190km/h로, 상당한 인내심과 긴 직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질적인 최고 속도는 170km/h 정도라 봐야겠다.
반면 엔진 자체의 회전은 굉장히 부드럽고, 고회전까지 비교적 끈질기게 힘이 나온다. 또 3,000rpm 부근부터 나오는 사운드도 듣기에 나쁘지 않다.

4단 AT는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정차 시 P-R-N-D를 오고 갈 때의 변속 충격도 이급의 차에 올라간 AT로서는 극히 적은 편이며, 주행에서의 변속도 부드럽다. 다만 고회전에서 변속 시에는 미끄러짐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3단 170km/h, 6,700rpm에서 4단으로 시프트 업 시 ‘우~웅’하고 한 박자 쉬면서 변속된다.
아반떼의 AT는 게이트 디자인으로 절도 있게 움직여 조작감이 괜찮다. D에서 시프트 레버를 옆으로 한 번만 치면 곧바로 3단으로 시프트 다운되니 조작이 편하다.


스티어링 감각은 정말 독특하다. 국산차 중 이런 감각이 있었나 되새기게 된다. 우선 스티어링의 무게가 가볍다. 새끼손가락 하나로도 돌릴 수 있을 정도다. 역시 여성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한 세팅이다. 실제로 주차할 때 상당히 편하다. 매우 가볍지만 감각은 비교적 정확하다.

독특하다고 한 진짜 이유는 민감함에 있다. 특히 중심 부분이 민감해 약간의 조향으로도 머리가 신속하게 돌아간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을 돌림과 동시에 그 방향으로 감기는 성질이 아주 강하다. 운전 경험이 많지 않다면 처음에는 당황되지 않을까 싶다. 또 반대로 중심으로 돌아오려는 복원력도 꽤 강하다. 스티어링 휠의 크기도 작은 편에 속한다.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이런 세팅은 여성 운전자나 핸들링의 재미를 원하는 사람 모두를 겨냥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빠르게 레인 체인지를 해보면 조향하는 대로 신속하게 움직인다. 속도를 높여도 차는 좌우로 심하게 기우뚱거리지만 타이어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약 타이어가 좀 더 질 좋은 제품이었다면 훨씬 핸들링이 좋았을 것이다. 속도를 더욱 높이면 결국은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만 그 한계가 XD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런 뛰어난 핸들링에 비해 고속에서 직진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티어링이 저속에서는 민감해도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묵직해지는 맛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체는 기본적으로 부드럽지만 일정 부분을 넘어가면 단단한 세팅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느낌도 상당히 좋다. 충격을 흡수한 이후 추스르는 모습이 빠르다.

브레이크는 초기 반응이 상당히 민감하다. 이 초기 반응만 생각하고 좀 더 높은 속도에서 여유 있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면 약간은 당황할 수 있다. 제동력이 처음만큼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 제동력이 크기 때문에 복잡한 시내에서는 페달에 발만 올려도 재깍 멈춰서기 때문에 특히 여성 운전자에게 좋은 건 사실이다. 급제동시 노즈다이브 현상도 큰 편인데, 앞이 가라앉는 것보다 뒤가 들린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많이 기다린 만큼 새 아반떼는 한결 신선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지만, 디자인부터 주행 성격까지 모든 면이 달라진 아반떼는 여전히 준중형의 베스트 초이스이다.


현대 아반떼 S16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mm) : 4,505×1,775×1,480
휠베이스(mm) : 2,650
트레드 앞/뒤(mm) : 1,530/1,525
중량(kg) : 1,191

엔진 : 직렬 4기통 DOHC VVT
보어×스트로크(mm) : 77×85.44
최고출력(마력/rpm) : 121/6,200
최대토크(kg.m/rpm) : 15.6/4,200
압축비 : 10.5:1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4단 AT
기어비 : 2.919/1.551/1.000/0.713/후진 2.480
최종감속비 : 4.375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

최고 속도(km/h) : 182~190
0-100km/h 가속 성능(초) : 11.8~12.0
최소회전반경(m) : 5.6
연료탱크용량(리터) : 53
연비(km/리터) : 13.8
타이어 : 205/55R/16
차량가격 : 1,365~1,6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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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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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 2020-04-27 21:22 | 신고
트렁크도 제법 넉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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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 2020-04-27 21:11 | 신고
역시, tape와 CD모두 재생가능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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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 2020-04-27 21:10 | 신고
이야! 아반떼가 이렇게나 쌌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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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 2020-04-27 21:09 | 신고
97년도인가 그쯤 초기모델 봤는데, 여전히 진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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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 2020-04-27 21:09 | 신고
오래가는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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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 2017-05-28 23:37 | 신고
타보지 않고 국산차를 폄하하지 말라^^ 소소한 단점과 부족함을 꺾는 넘치는 출력과 조정력.디젤 밸류 E16 달리기위해 태어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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