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한민국 자동차 중 수출실적 2위를 차지한 월드카 라세티에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세단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의 해치백 모델을 내놓아 깜짝 놀라게 했던 GM대우는 이번에도 준중형에 2.0 디젤과 5단 AT, 그리고 왜건 차체를 세트로 묶는 용감한 행보를 감행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진작 선보였던 모델이고, 국내 출시 소식도 오래 전부터 떠돌았던 탓에 이제는 기다리다 지쳐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라세티 왜건을 결국 만나게 되다니! 왜건 모델에 대한 반가움은 추후의 시승기에서 다시 이어가기로 하고, 이번에는 라세티 디젤 및 왜건 모델의 출시기념 행사를 중심으로 정리해보기로 한다.
글 /
민병권(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박기돈 (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GM 대우
지난 2월말, 라세티 디젤 및 왜건 모델의 언론대상 신차발표 행사가 제주도에서 열렸다. 이국적인 정취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많은 업체들에서 애용하고 있는 행사장소이다. 가령 GM대우만 해도 지금으로부터 딱 3년 전에 신형 라세티와 해치백 모델의 출시행사를 제주도에서 개최했었으니, 나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는 취재진을 굳이 제주도까지 실어 날라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역시 그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 터. 우스개 소리로 해외(海外)인 제주도는 도시생활에 찌든 취재진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2월27일 아침비행기로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집결한 취재진은 40명 정도. 일간지와 온라인 매체의 인원만 이 정도이고, 다음 날 자동차 전문지 기자들로 구성된 2진이 도착해 동일한 일정으로 움직일 예정이라 했다. 한 시간을 날아 제주 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대기 중이던 관광버스 편으로 행사장소까지 이동했다. 공항 앞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시승차들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거니와 아직 때가 아니었다. ‘신차가 베일을 벗는’ 중대한 세레모니가 아직 치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승부터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버스를 타고 멀찌감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모 펜션에 도착한 일행을 GM대우의 CEO- 마이클 A 그리말디 사장과 임원진이 맞아주었다. 이곳에서는 그리말디 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GM대우의 현황과 라세티 디젤 모델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그리고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차량에 대한 상세정보는 신차발표자료 및 별도 시승기등 관련기사 참조) 이어 펜션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신차가 공개되었으며, 그리말디 사장 및 모델들이 포즈를 취한 가운데 사진 촬영이 이루어졌다. 촬영 후 각 팀에 배정된 시승차를 타고 다음 장소까지 이동하도록 되어있었지만 사진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대 뒤편으로는 시승차 20대가 출발준비를 끝낸 채 대기하고 있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모두 라세티 왜건 디젤이어야 할 것 같았지만 그 중 절반은 토스카 디젤이었고 나머지인 라세티 디젤들에도 왜건 외에 세단과 해치백이 두 대씩 끼어있었다. 단순히 라세티 왜건 또는 라세티 디젤만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GM대우의 디젤 승용차 부문에 대한 홍보행사인 셈이다. 시승은 2인 1조로 40여 km 떨어져있는 목적지까지 지도를 보고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지도에는 ‘몇km 지점 교차로에서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는 식으로 표기가 되어 있어 출발 전 리셋 해 둔 트립미터의 수치와 네비게이터 역할을 하는 조수석 탑승자가 알려주는 지도의 방향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었다. 네비게이션을 보고 찾아가는 것 보다 재미있는 방식으로 생각되었지만, 막상 체험해보니 이것도 쉽지 않았다. 동반석 탑승자가 다른 차들의 주행장면을 촬영하느라 바쁘다던가, 중간에 바꿔 탄 차에 지도가 없다던가, 지도를 보기보다는 차에 더 집중하고 싶다던가,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팀들도 사정은 다들 비슷했는지 자연스레 앞차만 믿고 줄지어 따라가는 형태가 되었다. 물론 그러다 보니 길을 잘못 든 앞차 탓에 여러 대가 줄지어 낙오를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승코스에서 각 팀은 사전에 배정된 표에 따라 2대의 시승차를 타볼 수 있었다. 중간 지점에서 시승차를 바꿔 타게 되니 각 차로 달려볼 수 있는 거리는 20km 정도인 셈. 메가오토 취재팀에는 토스카 디젤과 라세티 해치백이 배정되었다. 당초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왜건 모델 대신 이미 시승기가 올라간 토스카 디젤이 배정되었으니 가히 통탄할 노릇이었지만 실은 실망보다 기대가 컸다. 후반부에 타게 될 디젤 해치백이 시승차로 보기 힘든 수동모델이었기 때문이다. 20대의 시승차중 해치백과 왜건 한대씩만 수동모델이었다.
먼저 토스카 디젤을 타고 중간 지점까지 이동했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이미 시승했던 모델이니 주위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달리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허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다른 시승차들의 주행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려면 동반석의 사진기자가 적당한 앵글을 잡을 수 있도록 차가 잽싸게 움직여주어야 했고, 그러자면 급가속, 급감속, 급차선변경, 중앙선 침범 같은 안전운전과는 거리가 먼 행위가 필수였다. 다른 팀들도 각자의 리듬에 맞게 움직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추격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초반부에는 길이 좁고 서행하는 트럭 따위가 길을 막아서는 바람에 시키지 않아도 한 줄로 천천히들 달렸지만 이것이 풀리자 차의 잠재성능을 끌어내려는 듯 선착순 달리기를 벌이는 차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러한 차들을 재차 추월해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숨가쁜 상황에서도 토스카 디젤은 취재진의 객기 아닌 객기를 너그러이 다 받아주었다. 필요한 때에 킥다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나 수동모드에서의 변속반응이 업, 다운 모두 느리게 나타난 것은 아쉬웠지만 이전에 탔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고 할 정도로 전반적인 느낌이 좋았다. ‘역시 아직은 안되겠다’라고 생각했던 디젤 승용차에 대한 거부감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마냥 부드럽고 편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주도 효과’인가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커다란 느낌표가 기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아아~ 간사한 인간의 감각 같으니라고.
앵글과 타이밍을 잡기 위해 허겁지겁 달리다 보니 금새 차량 교환 위치에 도달했다. 여기서 잠시 쉬는 짬을 이용해 다른 팀의 라세티 왜건을 이동시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급한 마음에 변속기의 셀렉트 레버를 움직이려는데 꼼짝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허둥대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살펴보니 레버 자체를 아래로 눌러야 모드를 바꿀 수 있는 타입이었다.
라세티 디젤에는 윈스톰, 토스카와 같은 2.0리터 디젤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올라간다. 터빈이 가변지오메트리(VGT)가 아닌 고정형(FGT)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 엔진과 변속기 모두 라세티에 맞게 세팅이 변경되었다. 셀렉트 레버의 조작방식도 다르다. 라세티는 P-R-N-D-4-2의 구성으로 수동모드를 배제시켰다.
중형에서도 귀한 5단 자동변속기를 준중형급에 까지 끌어내린 사실은 두고두고 치하할 만 하지만, 토스카와 같은 2.0 VGT 엔진이 탑재된다는 소문에 괜시리 기대를 걸었던 입장에서는 다분히 실망스러운 조합이다. 차 좋아하는 이들의 염원은 뒤로 하더라도, 같은 크기면 작은 배기량이 압도적으로 잘 팔리는 국내 현실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준중형에 2.0을 올렸다면, 아예 VGT를 끼워 팔아 독보적인 존재로 어필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하는 것이 세간의 아쉬움일 것이다. 물론 GM대우 측도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단 가용한 엔진 유닛이 2.0 뿐이었고 – GM의 다른 브랜드에서 1.4~1.6급 디젤 엔진을 갖고 있는 것과 그 엔진을 당장 GM대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같은 VGT를 얹자니 토스카 디젤과의 판매간섭이 염려되었다고 한다. 또, 상대적으로 작은 덩치에 넘치는 힘을 감당하려면 차체보강과 하체 세팅이 필요하고, 이는 라세티의 성격과 상충되는 면이 있어 결국 가격 면에서도 유리한 고정형 지오메트리로 타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토스카와 라세티의 수치상 엔진 성능은 단순히 지오메트리의 차이로만 생각하기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라세티의 최고출력은 토스카보다 30마력 가까이 부족하고 최대토크는 4kgm가 적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라세티의 몸무게가 토스카보다 250kg(세단,AT기준) 가까이 적게 나간다는 점이지만, 타사의 준중형 1.6 VGT를 떠올려보면 다시 침울해질 수밖에 없다. 엔진성능은 1.6 VGT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고 연비는 차 자체가 더 무거운 2.0 VGT 중형차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다. 2.0에 5단 AT를 얹고도 경쟁사의 준중형 디젤 승용차보다 저렴한 것은 눈에 띄지만, VGT가 아니면서도 같은 라세티의 가솔린 버전보다는 여전히 250만원 정도 비싸다. 이처럼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따져보면 이도 저도 아닌 몹시 애매한 포지셔닝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남과 다르다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그만큼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나 현재로서는 국내유일인 왜건 모델(디젤만 나온다)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앞서 언급한 프리젠테이션에서 그리말디 사장은 라세티 왜건을 ‘라세티 스포츠 왜건’이라고 불렀다. 기자의 귀를 의심했지만 ‘스테이션 왜건’을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다. 왜건이 과거 한국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던 불명예를 씻어내려면 그저 실용적인 차로서의 수요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뭔가 아는 사람들, 멋있는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필요할 것이다. 왠지 퍼지는 이미지의 ‘스테이션 왜건’보다는 ‘스포츠 왜건’ 쪽이 더 어필할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라세티 왜건은 기자가 기대했던 ‘스포츠’와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왜건의 측면과 후면은 선과 면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왜건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 그러나 기본이 된 라세티 자체의 실내외 디자인은 신선하게 보일 수 있는 기한이 한참을 지나버렸다. 이 왜건모델만 해도 수년 전 선보였던 수출용 모델과 큰 차이가 없으니 ‘신차’라는 말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대대적인 성형을 하든, 솜씨 좋은 화장을 하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 라세티 디젤 왜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시승기를 통해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왜건모델의 간단한 촬영을 마친 후 운전석에 오른 차는 드디어 라세티 해치백 디젤의 수동변속기 모델이었다. 해치백은 겉모습뿐 아니라 대시보드와 도어트림등 실내 형상까지 세단과는 다른 디자인으로 가고 있는데, 기존 해치백 모델과 큰 차이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왜건은 겉모습이 세단 쪽에 가깝지만 실내는 해치백의 것으로 했다.) 대신 닛산의 것(350Z?)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바뀐 수동변속기의 기어봉은 매력포인트였다. 시승차는 풀옵션의 다이아몬드 모델.
이번에도 정신없이 밟아대야 하는 시승이 이루어졌다. 전반전에서 몸풀기를 끝낸 각 참가팀들의 차량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고,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구간구간 풀슬로틀이 요구되었다. 토스카보다 못한 힘이지만 무게가 가볍고 (-260kg) 수동변속기인지라 가속감은 이쪽이 월등하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2,000rpm부터 회전제한이 걸리는 4,500rpm까지는 워낙 순식간. 휘발유 차에 익숙해져 있는 탓에, 주의하지 않으면 변속 타이밍을 놓치기 일수였다. 대신 필요할 때 살짝살짝 밟아주는 것으로는 엔진에 기별이 가지 않았다. 1,800rpm~3,400rpm에서 최대토크의 90%가 나온다지만 낮은 회전수에서는 디젤의 굼뜬 초기반응과 어우러져 가속감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타이어는 195/55R15. 엔진회전수는 5단 기준 100km/h에서 2,100rpm, 80km/h에서 1,900rpm 정도다.
이렇게 달리고 있으면 디젤차임을 잊어버린다. 가령 주위가 시끄러울 때 차에 누굴 태웠다면 한참을 달린 후에도 일부러 말해주기 전까지는 디젤엔진임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소음과 진동은 억제되어 있다. 확실히 서울에서 느꼈던 GM대우 디젤차의 그것과는 다른 감각.
시승은 이번에도 ‘엣~ 벌써?’하는 사이에 끝나버렸고 이후에는 다시 비행기를 탈 때까지 운전석에 앉을 일이 없었다. 대신 일정에 따라 주최측의 스탭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면 일부러 시승했던 차의 동반석 또는 뒷좌석에 타고 가며 차를 감상해보았다. 뒷좌석은 엉덩이 부분이 꺼진 느낌이지만 발공간과 무릎공간, 머리공간에 여유가 충분했고, 구간에 따라 웅~ 하며 귀를 먹먹하게 하는 소음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영역에서 만족할만한 승차감을 보여주었다. 운전병 출신이라는 GM대우 마케팅 직원은 CVT나 다름없는 유연한 변속 솜씨로 기자를 내심 감탄시켰는데, 수동변속기차를 다른 직원들이 꺼려해서 본인이 운전하게 되었다는 말에 요즘 추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오후에는 라세티 디젤과 가솔린의 비교시승기회가 있었고 윈스톰의 오프로드 체험도 준비되었지만 메가오토팀은 사진촬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어 다음날 아침 일찍 시작된 일정에서는 GM의 수소연료전지차 Hydrogen3에 대한 간단한 워크샵과 시승이 이루어졌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사에서 다룰 예정. 취재진은 제주공항에서 만난 2진에게 배턴을 넘겨주고 아쉬움 반 뿌듯한 반의 심정으로 제주를 떠났다. 아름다운 해안 도로를 비롯해 달리기가 즐거운 길들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냅다 내달리기만 했다니. 아아아~ 물론 다음에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 그때의 시승차가 GM대우의 G2X라면 입이 귀에 걸릴 것 같다.
라세티 해치백 2.0 디젤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295×1,725×1,445mm
휠 베이스 : 2,600mm,
트레드 (앞/뒤) : 1,480/1,480mm
공차중량 : 1,285kg
구동방식: FF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터보디젤 16밸브 SOHC
배기량 : 1,991cc
최고출력 : 121마력/3,800rpm
최대토크 : 28.6kg.m/2,000rpm
트랜스미션
수동 5단
타이어 : 195/55R15
성능
연료탱크 용량 : 60리터
연비 : 18.4km/리터
차량 가격
1,698만원 (다이아몬드. 자동변속기는 147만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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