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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 C70 T5, 열려라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

볼보 C70 T5는 세계 최초로 하드탑을 3등분 해서 트렁크에 수납하는 방식을 적용해, 넉넉한 4인승 공간을 가진 하드탑 컨버터블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볼보가 자랑하는 직렬 5기통 2.5리터 터보 T5엔진은 220마력/5,000rpm의 최고출력과 32.2kg.m/1,500~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해 매력적인 C70을 8초 만에 100km/h까지 가속시킨다. 쿠페와 컨버터블을 동시에 소유하는 기쁨 못지않게 멋진 스타일과 넉넉한 4인승의 실내 공간, 그리고 파워풀한 달리기 등 어느 것하나 부족함 없는 완소 C70 T5가 진정한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의 시대를 열었다.

글,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기자는 언젠가 기술 개발의 상당 부분이 게으른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욕심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 이야기는 그대로 적용된다. 좀 더 편리한 기능들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것은 물론, 보다 많은 것들은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기술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스포츠카와 세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강력한 스포츠 세단들, 고속 안정성을 위한 낮은 차체와 실용적이고 오프로드 주파성을 높여주는 높은 차체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 안락한 승차감과 고속 및 코너링 안정성이 돋보이는 하드한 서스펜션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전자식 서스펜션, 2륜 구동의 경제성과 4륜 구동의 전천후 주파성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 그리고 쿠페와 컨버터블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하드탑 컨버터블까지…

장르파괴가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러한 기술들은 끊임없이 개발되어서 욕심 많은 구매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여기 또 한가지 예가 있다. 지붕의 면적과 뒷유리창의 면적이 비슷해야 하는 하드탑 컨버터블의 특성상 대부분 메르세데스-벤츠 SLK 같은 2인승이거나 렉서스 SC430처럼 2열 시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4인승 공간을 유지하려면 307CC처럼 약간 기형적인 보디라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는 한 기술 개발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고, 결국 멋진 보디라인을 유지하면서도 4인승의 실내 공간을 손해 보지 않는 기술이 개발되게 된 것이다.

그 첫 번째 모델이 오늘 만나는 볼보 뉴 C70으로 이태리 피닌파리나가 개발한 최신형 하드탑 컨버터블이 장착되었다. 기존 하드탑 컨버터블들은 지붕 부분과 뒷유리창 부분을 접어서 트렁크 속으로 넣는 방식 이었지만, C70에는 지붕을 두 조각으로 나눈 후 뒷유리창 부분과 함께 포개어 트렁크에 수납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 이를 통해서 지붕과 뒷유리창, 그리고 트렁크 길이가 같았던 이상한 형태의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이 아니라 기존 세단이나 쿠페의 형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이 된 것이다. 피닌파리나는 C70의 개발 뿐 아니라 아예 위탁 생산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해 여름 스웨덴을 직접 방문해 C70을 먼저 경험한 바 있다. 그 당시에는 넉넉한 토크와 뛰어난 경제성이 돋보이는 디젤 엔진을 얹은 를 시승했었는데, 오늘은 국내에 먼저 상륙한 강력한 성능의 T5 모델을 만났다. 지난 여름 만났던 D5는 멋진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을 일상생활에서 매일매일 즐기기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면, 오늘 만나는 T5는 화려한 스타일과 어울리는 강력한 달리기가 매력이다. C70 D5 모델은 올해 국내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멋진 스포츠 쿠페 스타일 잘 살린 뉴 C70

지난 C70 D5 스웨덴 시승기에서 이야기했듯이 C70은 컴팩트 세단인 S40을 베이스로 개발된 만큼 휠 베이스는 같지만 차체는 길이와 너비가 커지고 높이는 낮아져 보다 스포티한 차체 비례를 갖추었다. 앞모습은 세단 S40과 별로 다르지 않지만 옆모습은 늘씬한 쿠페 형상이 돋보인다. 이전 세대 C70의 섹시한 루프 라인이 여전히 살아 있는 느낌이다. 뒷 모습도 세단에 비해 가늘어진 리어 램프와 살짝 치켜 올라간 트렁크 라인이 섹시하게 어울린다. 긴 번호판이 그대로 적용된 점도 반갑다. 범퍼 아래에는 좌우에 크롬을 입힌 배기구가 균형 잡힌 뒷모습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실내도 S40과 크게 다르지 않다. S40 이후 S80에도 적용되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얇은 센터 스택은 여전히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다만 시승차에 적용된 우드그레인 대신 알루미늄 트림이 기자의 취향에는 더욱 나아 보인다.

오디오와 에어컨을 조절하는 버튼들이 모여 있는 리모컨도 스타일과 기능면에서 모두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버튼의 크기가 좀 작은 것이 흠이지만 모든 버튼이 아래쪽에 누르기 좋도록 턱을 마련하고 있어 사용하기 편하며 다이얼도 그립감과 조작감이 훌륭하다.

컨버터블 차량에 성능 좋은 오디오는 금상첨화다. C70에는 하이 앤드급 다인 오디오가 장착되어 있어 섬세하고도 풍성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6매 CD 체인저도 인대시 타입으로 사용하기 편리하다. 하지만 역시 MP3와 외부기기, AV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금속이 노출되지 않는 키는 데시보드에 꽂도록 되어있어 충돌 사고 시 무릎 부상을 줄여준다. 계기판은 큰 두 개의 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종 경고등이 좌우에 일렬로 나열되어 있어 심플하지만, 계기의 눈금까지 입체적으로 예쁘게 디자인한 세심함이 돋보이면서 스포티하다.


시트는 다이나믹한 성능에 어울리도록 몸을 잘 지지해 준다. 1열 시트 어깨 부분의 레버를 당겨서 시트를 앞으로 접고, 그 위의 버튼을 눌러서 전동으로 시트를 앞으로 밀면 뒷 좌석에 승차할 수 있다. 독립식인 2열은 성인 2명이 타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지붕을 덮었을 때 머리 공간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 급의 차로서는 생각보다 여유가 있어 큰 키의 소유자가 아니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매력적인 3단 하드탑 컨버터블은 별도의 잠금 장치를 푸는 작동 없이 기어 레버 아래쪽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고 있기만 하면 30초 만에 하늘 전체를 선물한다. 최근 발전된 소프트탑 모델들과는 달리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작동이 이루어지는 점은 좀 아쉽지만 완벽한 변신을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 탑이 트렁크에 수납되는 만큼 트렁크에는 화물칸과 분리시켜 주는 커버가 마련되어 있다. 지붕을 덮고 짐을 많이 실을 때는 이 플라스틱 커버를 열면 되지만, 탑을 열 때는 반드시 플라스틱 커버를 닫아야 한다. 트렁크에 짐이 없더라도 플라스틱 커버가 닫혀 있지 않으면 아예 지붕을 열 수가 없다.

트렁크가 그리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3장의 패널이 모두 수납되는 점이 정말 놀랍다. 그렇게 지붕을 포개어 수납하고도 그 아래쪽에는 바닥을 깊게 판 수납공간이 마련된다. 그 공간에 짐을 넣거나 꺼낼 때는 트렁크 우측면에 위치한 노란색 버튼을 눌러 주면 포개진 패널들을 살짝 들어 올릴 수 있어 쉽게 물건을 넣거나 꺼낼 수 있다.

매력적인 스타일과 어울리는 파워풀한 T5 엔진

C70 T5에는 볼보가 자랑하는 직렬 5기통 2.5리터 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이미 S40과 S60 등을 통해서 국내에도 소개가 되었으며, 터보에 강한 볼보의 기술력과 강력한 성능을 잘 보여 주었던 엔진이다.
2,521cc 직렬 5기통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20마력/5,000rpm과 최대토크 32.3kg.m/1,500~4,800rpm을 발휘한다.
0~100km/h 가속은 8초, 최고속도는 235km/h다.

변속기는 수동모드가 있는 자동 5단이다. S40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기어 레버가 상당히 빡빡해 레버를 움직일 때 꽤 힘을 줘야 한다. 레버를 왼쪽으로 옮겨 수동으로 변속할 때도 마찬가지다. 툭 치듯이 힘을 줘서는 레버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작고 볼륨감이 돋보이는 레버를 다부지게 움켜쥐고 원하는 변속 시점에 당차게 레버를 밀거나 당기는 것이 나름대로 재미있다. 왠지 변속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운전에 집중하게 되기도 한다. 레버를 밀 때 이동거리가 짧고 딸깍하는 느낌이 레이싱 카의 시퀀셜 기어 레버를 움직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D모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200rpm까지 순식간에 회전이 상승한 후 65, 105, 160km/h 근처에서 각각 변속이 이루어진다. 볼보의 장기인 터보 엔진의 반응이 매끄럽고 파워의 상승감이 돋보인다. 0~100km/h 가속이 8초인 만큼 상당히 통쾌하게 가속하는 느낌이 좋다.
이 후 6,000rpm에 이르렀을 때 230km/h를 기록하고 더 이상의 가속은 힘겹게 천천히 이어진다.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레드존에서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6,500rpm에서 연료가 차단된다. 가파른 회전 상승을 긴박하게 따라가다 레드존이 이르기 전에 신속하고 강하게 레버를 밀어 변속해 주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6,500rpm에서 변속하면 속도는 70, 110, 17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이루어진다.
파워가 넉넉한 만큼 수동 모드를 유지하면 달리는 맛이 상당하다. 특히 빡빡한 레버를 조작하면서 느끼는 긴장감이 신선하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로 노면을 장악하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상당히 단단한 세팅이 돋보였던 S40에 비해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탄탄한 하체가 달리기 성능을 뒷받침하는 만큼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예리한 핸들링 성능 돋보여

C70에서 또 한가지 탁월한 매력이라면 예리한 핸들링 성능이다. 스티어링의 반응이 상당히 즉각적이어서 마치 포르쉐에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코너에서도 예리한 앞 머리의 반응에 차체가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게 잘 따라온다. 예전 시승 때는 디젤 엔진의 특성상 여유 있는 주행에 관심이 집중되었었는데, 강렬한 T5 엔진을 얹자 역시 다이나믹함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인가 보다.

뉴 C70은 뛰어난 밀폐성과 안전성, 높은 안정감을 제공하는 하드탑 컨버터블 모델이면서 세계 최초로 3단으로 접히는 방식을 채택해, 완벽한 4인승 컨버터블에 뛰어난 쿠페 바디 스타일이 돋보인다.
또한 강력한 T5 엔진을 얹은 C70은 그저 그런 패션카로서의 컨버터블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쿠페와 컨버터블의 특성을 모두 잘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다.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에 220마력 T5 엔진을 장착한 C70 T5의 가격이 6천만원대 후반인 것도 상당한 매력이다.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을 펴 온 볼보코리아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네비게이션과 볼보의 첨단 BLIS 등이 장착되진 않았지만, 가격을 고려해 생략된 기능은 오토 라이트 기능 외엔 찾아보기 힘들만큼 기본적인 편의 장비는 모두 갖추었다.

물론 안전의 볼보답게 자세 제어 장치 DSTC와 경추 보호 시스템 WHIPS, 전복 사고 시 승객을 보호하는 ROPS, 측면 보호 시스템 SIPS는 물론, 세계 최초로 컨버터블 모델의 도어 안쪽에서 터지는 에어백까지 모두 갖추었다.


촬영을 위해 찾았던 영종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내내 지붕을 열고 달렸다. 이상기온으로 그리 춥지 않았던 이번 겨울 날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던 시승 날 역시, 한 겨울임에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보다는 상쾌한 바람이 실내로 스며 들었다. 히팅 시트와 히터를 최대로 켤 필요도 없이 신선한 겨울 바람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옆자리를 빛내 줄 아름다운 여인은 없었지만, 대신 다인 오디오를 통해서 풍성하게 흘러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이 들뜬 마음을 채워 주었다.

볼보 C70 T5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582×1,836×1,400mm
휠 베이스 : 2,640mm,
트레드 (앞/뒤) : 1,550/1,560mm
공차중량 : 1,730kg
구동방식: FF

엔진
형식 : 직렬5기통 DOHC 저압터보
배기량 : 2,521cc
보어×스트로크 : 83.0×93.0mm
압축비 : 9.0 :1
최고출력 : 220마력/5,000rpm
최대토크 : 32.3kg.m/1,500~4,800rpm

트랜스미션
스텝트로닉 자동 5단
기어비(1/2/3/4/5/R) : 4.66/3.03/1.98/1.34/1.02/5.11
최종감속비 : 2.27

섀시
서스펜션 (앞/뒤) :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파워)
타이어 : 235/45R17

성능
0~100km/h 가속 : 8초
최고속도 : 235km/h
연료탱크 용량 : 62리터
연비 : 9.7km/리터 (1등급)

차량 가격
6,850만원 (부가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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