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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카테스트] 각양각색 SUV들의 대향연

11대의 각기 다른 SUV들이 한데 모여 서킷과 오프로드를 넘나들었다. 제조사별로 국내 출시된 SUV를 1대씩 선정, 각종 테스트와 전문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통해 유저들의 자동차 구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다음 자동차에서 개최한 제 1회 다음 카테스트. 기자는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디자인과 주행성능 등을 테스트하고 평가했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Daum 자동차


일반적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이 개최하는 시승 행사에는 해당 메이커의 차종들만 나오게 되고, 비교 시승에서도 1~2종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만 맛보기로 추가될 뿐이다. 이따금 전문 매체에서 진행하는 비교 테스트에도 10대 이상의 차종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다음 카테스트에는 각기 다른 제조사의 다양한 SUV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더욱이 차량의 주행성능을 가장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는 서킷과 SUV의 성격에 맞는 오프로드까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 다음 카테스트 페이지를 살펴보면, 투입된 11대의 SUV들은 저마다 가격대와 성격이 조금씩 달라서 직접적인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이뤄졌으며, 전체 평점을 합산한 종합 순위보다는 각각의 세부 평점에 주목해 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것이다.

예를 들어,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모델은 온로드 주행 4.72점, 오프로드 주행 9.40점을 받아 주행성능 합계 평점 5.02점을 기록했다. 온로드 주행은 서툴지만 오프로드 주행은 최상급이라는 당연한 결과다.

현대 싼타페는 경제성과 실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 2위를 차지했지만 디자인에서 6위라는 중위권 성적표를 받았고, 주행성능에서는 5.44점으로 9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이 또한 당연한 결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량 가격과 유지비가 저렴한 싼타페는 경제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주행성능은 인상적이지 못해 하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주행성능의 테스트 장소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자. SUV를 왜 굳이 서킷에서 타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는데, 서킷에서야말로 차량의 솔직한 주행감각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어떤 장르의 차일지라도 서킷에서 테스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더군다나 온로드 주행성능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한 SUV들은 어지간한 스포츠 세단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한 운동성능을 갖추고 있다.

오프로드는 일부 도심형 SUV들도 주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험난하지 않은 코스에서 특성을 파악하는 정도로 이뤄졌다. 그렇다 해도 역시 오프로드 주행성능에서 높은 평점을 받은 SUV들은 험로를 주행하는 감각 자체가 탁월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번에는 서킷과 오프로드에서 테스트해본 여러 SUV들을 성능 위주의 간단한 시승기 형식으로 소개해 본다. 순서는 주행성능 평점 1위부터 11위까지로 정했다. 먼저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올해 4세대 신형이 출시된 럭셔리 SUV의 선구자로서, 라인업에서 가장 강력한 V8 슈퍼차저 엔진을 품은 모델이 카테스트에 참가했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라 하더라도 500마력 이상의 출력은 뛰어난 성능을 뒷받침한다. 오프로드에서도 막강한 능력을 지닌 성격 탓에 하체는 소프트한 편이고 핸들링도 날카롭진 않지만, 무게가 줄고 강성이 높아진 차체로부터 전해지는 안정감과 에어서스펜션이 받쳐주는 쫀득한 접지력은 서킷에서도 기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서킷을 벗어나 내달린 오프로드 코스는 레인지로버에게 너무 쉬웠다. 그래도 감각적인 측면에서 그 어떤 SUV들보다 듬직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최고의 SUV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벤츠 M클래스
카테스트에 참가한 SUV들 중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쳤던 ML63 AMG 모델. 특유의 우렁찬 배기사운드가 서킷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온로드 주행성능 최고 평점의 자리를 손쉽게 차지했다. 막강한 고출력과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안정감은 서킷에서도 상당한 퍼포먼스를 펼쳐낸다.

인제 서킷은 다양한 코너와 더불어 고저차가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우수한 코너링 실력과 함께 오르막에서 충분한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ML63 AMG는 이러한 요구조건을 가장 잘 충족시킨 SUV로 인정받았다. 타면 탈수록 고가의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폭스바겐 투아렉
4.2리터 V8 디젤엔진의 폭스바겐 투아렉 R-라인 패키지 모델. 참가한 디젤 SUV들 중에서는 가장 막강한 출력을 자랑한다. 특히 81.6kg.m에 이르는 최대토크가 1,750rpm부터 터져 나오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는 그대로 쭉쭉 뻗어나가는 힘은 압도적인 느낌.

하지만 기자는 투아렉의 총평에 출력은 막강하지만 소프트한 하체가 아쉽다고 적었다. 여기서 소프트한 하체가 아쉽다는 것은 출력 대비 그렇다는 의미다. 만약 투아렉의 하체가 X5나 Q5 수준으로 단단했다면 서킷에서 더 빠른 SUV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단단함을 포기한 대신 오프로드에서 레인지로버 뺨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투아렉의 숨겨진 매력이다.


아우디 Q5
세단이나 해치백 등의 낮은 차체에서는 후륜구동 특유의 날카로운 운동성능을 따라가지 못해서 오히려 짐이 되곤 했던 아우디 콰트로. 하지만 모두 네 바퀴를 굴리는 SUV들끼리 서킷을 달리는 순간만큼은 인상적인 능력을 자랑했다. 디자인 평가에서 2위를 거머쥔 Q5 3.0 TDI 콰트로는 주행성능에서도 1~3위를 차지한 고출력 SUV들 바로 다음 순위인 4위를 차지했다.

랩타임 기록에서도 4위를 기록한 Q5는 출력을 제외한 순수 운동성능에서 BMW X5와 함께 가장 뛰어난 SUV로 평가된다. 긴 직선주로와 오르막 코스 없이 굽이진 코너만 반복되는 코스였다면 Q5가 1위를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탄탄한 하체로 인해 코너에서 쏠림이 덜하고 민첩한 핸들링이 돋보인다. 완연한 도심형 SUV임을 감안하면 오프로드 능력도 나쁘지 않은 수준.


BMW X5
카테스트에 참가한 모델은 판매의 주력인 xDrive 30d 모델.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풀 모델 체인지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현행 모델도 여전히 동급 최강자이며 BMW 특유의 다이내믹한 운동성능을 자랑한다.

아쉽게도 상위 모델인 xDrive 40d나 고성능을 발휘하는 X5 M이 참가하진 못했지만, 출력이 부족하다 해서 X5의 탁월한 운동성능과 날카로운 핸들링 실력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참가한 SUV들 중에서 가장 묵직하고 날카로운 핸들링이 수준급이며, 단단한 하체와 맞물려 서킷을 차분하고 빠르게 공략해나간다. 공도와 오프로드에서도 느꼈지만 X5가 훌륭한 SUV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볼보 XC60
다양한 평가 항목에서 중위권 이상을 기록한 볼보 XC60 D5 AWD 모델. 그 결과 종합 순위 4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안전의 볼보라는 수식어답게 다양한 안전장비를 탑재한 XC60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동급 SUV들과 비교해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SUV 치고는 낮은 편에 속하는 무게중심으로 인해 공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서킷에서도 무난한 운동성능을 보였으며, 특히 제동력 테스트에서 가장 우수한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사실 서킷이나 오프로드보다 도심 주행에서 더 만족감이 느껴지는 SUV가 바로 XC60이다.


포드 이스케이프
참가한 SUV들 중에서 가장 작은 준중형급 SUV인 포드 이스케이프. 동급으로는 폭스바겐 티구안과 기아 스포티지 등이 있다. 형님인 익스플로러 대신 참가한 사연이라도 있는지 덩치 큰 SUV들 사이에서 안쓰러운 모습. 하지만 2.0 에코부스트 엔진과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주행성능 부분에서는 당당히 7위에 올랐다. 오프로드 주행성능에서 낮은 평점을 받았지만 온로드 주행성능에서 이를 만회한 것.

컴팩트한 차체와 인텔리전트 4WD 시스템, 동급에서 보기 드문 토크 벡터링 시스템 등이 어우러진 이스케이프의 코너링 실력은 수준급. 확실히 싼타페나 쏘렌토와 비교해보면 기본기 측면에서 앞선다는 느낌이 강하다. 원 포드 전략에 따라 유럽 포드에서 개발된 현행 이스케이프는 완연한 유럽차의 느낌이 강하다.


렉서스 RX
카테스트에 참가한 모델은 하이브리드인 RX 450h로서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되어 충분한 출력을 발휘하면서 렉서스 특유의 쾌적성이 돋보이는 SUV다. 이번 서킷 주행에서는 참가한 SUV들 중에서 타이어 상태가 가장 좋지 않아 코너에서 슬립이 일어나는 등 악재가 겹치며 낮은 점수를 피할 수 없었다.

렉서스 RX는 서킷이나 오프로드와 어울리지 않는 완연한 도심형 SUV다.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서울로 복귀하는 길에 공도에서 느낀 RX의 주행감각은 서킷에서의 실망감과는 달리 매우 훌륭했다. 결국 한계점을 파헤치지만 않는다면 일상에서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현대 싼타페
싼타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민 SUV라 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SUV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행성능 평가에서는 타이어 상태가 좋지 않았던 렉서스 RX에게도 밀린 9위에 그쳤다. 서킷에서 타보니 기본기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던 것.

현대차 특유의 정체모를 주행감각은 싼타페에서도 마찬가지다. 적당하게 달리면 얼핏 단단한 하체와 묵직한 핸들링 감각이 느껴지다가도, 한계점에 근접할수록 따로 노는 스티어링 반응과 불안정한 차체의 거동이 밀려들어와 결국엔 속았다는 느낌에 배신감마저 든다. 문제는 일반 도로의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확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결국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급박한 상황이 닥치거나 차를 험하게 몰아붙이지 않는 이상 현대차의 절묘한 세팅에 만족하며 싼타페를 운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아 쏘렌토R
쏘렌토의 주행성능은 전반적으로 싼타페보다도 뒤쳐진다. 이번 카테스트에 참가한 11개의 SUV들 중에서 유일하게 처음 시승해보는 차가 바로 쏘렌토였는데, 기대 이하의 운동성능은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오프로드에서도 허우적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쏘렌토 뒤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랭글러 루비콘의 경우 다른 SUV들과는 달리 완연한 정통 오프로더인지라 서킷 주행 자체가 무의미한 성격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행성능 최하위는 쏘렌토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포드 이스케이프가 주행성능에서 쏘렌토보다 3단계 높은 7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결과다. 결국 차의 기본기는 절대로 차량 가격과 비례하지 않으며 제조사의 기술력과 노하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이 터프한 정통 오프로더는 서킷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다. 랭글러 루비콘의 높은 차고와 신고 있는 타이어만 보더라도 온로드 주행은 일상적인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인제 서킷의 고저차 심한 코너를 휘청거리며 내달리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귀엽기도 했다.

오프로드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온로드 주행에서 최하점을 기록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길이 험해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랭글러 루비콘. 가장 합리적인 오프로더의 아이콘으로 국내에서도 기대 이상의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에필로그
서킷과 오프로드에서 펼쳐진 각양각색 SUV들의 향연. 그리고 흥미로운 결과와 다양한 볼거리들. 다음 자동차의 이러한 시도는 업계에서도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기본적인 자질조차 의심되는 자동차 기자들과 질 떨어지는 자동차 컨텐츠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직접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앞으로도 자동차를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해 국내 자동차 정보 서비스 1위에 어울리는 수준 높은 컨텐츠들을 선보이길 바라며, 제 2회 다음 카테스트에는 또 어떤 자동차들의 향연이 펼쳐질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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