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져요”
자동차 매니아, 다시 말해 자동차에 반쯤 미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다. 이것은 자동차에게 개나 말과 같은 정서적인 교감을 느낌다는 말이다. 사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책이나 오디오, 컴퓨터, 모터사이클 등의 무생물을 마치 생물체처럼 친근하게 느끼는 애호가들은 많다.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생명체에서 느끼던 감정이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무생물에게 전이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근대사회 이전에 지금의 자동차와 가장 유사한 기능을 하던 것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의 교통수단적인 기능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차로 바뀌었고 이제는 차를 감정적인 생물체로까지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런 정서적인 매력 때문에 차에 미쳤다고 하는 광적인 매니아들도 얼마든지 생겨나고 있다.

차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영화가 바로 <크래쉬crash>다. 이 영화에선 차에 의해 육신을 파괴당하면서도 그것조차 쾌락으로 즐기려는 욕망을 저릿저릿하게 보여준다. 자동차를 통해 성적인 욕구와 자극을 느끼는 인물들…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물질을 감정이 통하는 대상으로 느끼고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또다른 초상이 아닐까.
이처럼 차는 이제 인간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더 나아가서 인간의 대체물로까지 여겨지는 엄청난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만약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를 없애버린다면 견디지 못할 사람들도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 문명를 대표하는 3가지 요소를 TV와 자동차, 고층건물(스카이스크래퍼)로 꼽는다. 이것이 미국사회와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 이미 20여년 전에 벌어졌다고 한다.
미국의 한 빈민가에서 몇 푼 안되는 연금으로 허름한 아파트에 혼자 살던 남자 노인이 있었다. 이 노인은 낡은 아파트가 철거되던 날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아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노인은 철거원들이 TV를 내다버리려고 하자 TV를 끌어안고 죽어도 내놓지 않겠다고 버텼다는 얘기다.
이처럼 현대문명의 산물 가운데 인간이 떼어버리기 어려운 몇가지 중에 자동차도 포함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동차는 사람과 아주 흡사하게 비유되는 경우가 흔하다. 만화가들이 자동차를 그릴 때 사람 얼굴과 닮게 그리거나 팔다리를 붙여 의인화하는 것은 전혀 낯설지 않다. 또 사람을 자동차에 빗대어 ‘몇 년식’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고 봉급을 많이 받거나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일은 별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 연비가 나쁘다고 말하는 우스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자동차는 사람을 닮은 구석이 많다. 앞모습은 얼굴, 헤드램프는 사람의 눈, 타이어는 다리, 차체는 몸통, 엔진은 심장, ECU(전자제어장치)는 두뇌, 머플러는 항문 등등….
이렇게 사람과 닮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마치 로봇과 일체가 되어 조정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핸들을 돌리고 스위치를 넣으면 자신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차. 때문에 자동차는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로봇보다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로봇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차는 또 사람처럼 저마다의 개성과 능력과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권위에 가득 찬 차가운 외모에 위압적인 덩지를 지닌 차, 기름값이 오르든 세금이 얼마나 나오든 온갖 호화판 장비에 요란하게 치장한 고급차, 기름이 무한정 먹더라도 오로지 괴력의 힘으로 달리는 즐거움과 미끈한 외모를 뽐내는 슈퍼 스포츠카, 화려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은 적당히 중간을 지키는 차, 외모는 초라하지만 돈 안들고 기름 많이 안 먹는 경제적인 차, 포장도로에선 약하지만 비포장 험한 길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차, 항상 무거운 짐을 싣고 끊임없이 일하는 차...
자동차의 이런 다양한 모습을 닮은 인간부류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러가지 차들의 모습처럼 사람들도 수없이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자동차는 보다 빨리 달리고 싶고 좀더 편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물건이다. 이들 중 몇몇의 욕망이 지나쳐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늘 있어온 일이다. 경제가 어렵고 사는 게 피곤해지는 시절이 되풀이 될 때마다 어떤 사람과 어떤 차들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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