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무르익을수록 따뜻한 봄이 기다려지기 마련이지만, 봄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황사와 미세먼지도 함께 엄습해온다. 한반도의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주범이 중국발 서풍이라는 것을 이제는 전 국민이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미세먼지의 원인을 국내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특히 자동차는 1순위 희생양이다.

환경부는 모든 차량에 배출가스 등급을 부여했고, 전국 17개 시도에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만약 운행하다 적발되면 서울시의 경우 과태료 25만원이 부과된다.

배출가스 5등급의 기준은 경유 차량의 경우 2002년 7월 1일 이전의 배출가스 기준 적용 차종이다. 통상적으로 2006년식 이전 차량들이 이에 해당되며, 2006년식 차량이어도 유로4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5등급 판정을 받는다.

그렇다면 전국에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모두 몇 대나 될까? 2019년 말 기준, 국내 운행차량 2,367만여대 중 5등급에 해당되는 차량은 총 192만여대로 전체의 8.1%에 해당된다. 중국발 서풍이 불어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도로 위의 차량 100대 중 8대는 운행할 수 없는 것이다.

이어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192만여대 중 가장 많은 10개 차종의 순위를 집계해봤다. 1위는 1996년 출시되어 2004년까지 판매된 현대 뉴 포터다. 뉴 포터는 경북에서만 2만 7,545대가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활발하게 운행되고 있다.

포터와 봉고 등의 화물차를 제외하면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초기형 모델이 10만대 이상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쌍용 뉴 코란도와 현대 투싼, 스타렉스가 뒤를 이었다. 10위권 밖으로는 기아 봉고3, 현대 트라제 XG, 쌍용 렉스턴, 기아 카니발2 등 대부분 경유차들이 포진해있다.

한편, 정부에서 지정한 5등급 판정 차량 중에서는 자동차 정기검사 시 배출가스 허용치를 넘지 않는 차량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차량 소유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에서 DPF 장착, LPG 엔진으로 개조, 폐차지원금 등의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일방적인 정책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는 개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자동차 정기검사 자료를 토대로 하지 않고, 자동차의 연식으로만 배출가스 등급을 정한 관계 부처의 애매한 탁상행정이 자동차와 생계가 연결된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피해 보상을 대한민국의 서민들이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