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년 만에 새로운 크루즈가 등장했다. 완전변경 신차 출시가 통상적으로 5~7년임을 감안하면 크루즈의 완전변경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기존의 크루즈는 튼튼한 차체와 탄탄한 승차감으로 실구매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는데, 기자 역시 과거 크루즈를 4년 넘게 운행했었기에 구형과 신형을 가감 없이 비교하며 시승해봤다.

기존 크루즈가 또렷한 직선을 바탕으로 남성적인 디자인을 표방했다면, 신형 크루즈는 날렵한 윤곽선을 부각시키며 전작보다 세련미를 더했다. 날카로워진 헤드램프는 강인한 인상을 결정짓는 포인트. 다만 여전히 할로겐 타입이라는 점은 옥에 티다.

측면에서 바라본 C필러는 쿠페 같은 매끈한 라인으로 매력을 어필하지만, 현대 아반떼 MD가 연상되는 후면부는 쉐보레 특유의 정체성이 사라진 모습이라 아쉽다. 그러나 과도한 치장 없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제된 멋을 묘사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처럼 좌우 대칭 형태이며, 센터페시아 하단부는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전체적인 조립품질과 곳곳의 소재들은 큰 변화 없이 차급에 맞는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2열 공간으로, 기존보다 확실히 넓어져 보다 편안한 탑승이 가능하다. 시트 등받이 각도 또한 적당하고 착석감도 편안해 만족감을 준다. 경쟁차종 대비 부족했던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려 경쟁력을 높인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그래도 중형차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신형 크루즈의 파워트레인은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한다. 최고출력 153마력, 최대토크 24.5kg.m를 발휘하는 엔진은 예상보다 정숙하며 진동도 잘 억제되어 있다. 더불어 작은 배기량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속성능 또한 부족함이 없다.

개선된 6단 자동변속기는 중미산 천문대를 향하는 와인딩 구간에서 이전보다 빨라진 변속반응을 보이며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변속을 고정시켜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가능케 한다. 변속기만큼은 확실한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행감각은 기존 크루즈가 묵직하고 탄탄했던 반면, 신형 크루즈는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바닥이 얇고 가벼운 런닝화를 신고 달릴 때처럼 사뿐한 감각을 차체 거동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도심에서 순발력 있는 기동성을 발휘하는데 최적화된 성격이다. 하지만 본연의 성격을 이어가지 않고 경쟁차종과 비슷해져버린 주행감각은 못내 아쉽다. 물론 여성 운전자를 비롯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성격 변화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크루즈의 공인 복합연비는 12.8km/L로 인증 받았다. 도심과 고속도로가 혼합된 약 80km의 시승 구간을 주행한 실제 연비는 10~11km/L를 기록했다. 차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다소 과격하게 주행한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며,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공인연비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크루즈의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바로 높은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시승차의 경우 최상위 등급 풀 옵션 차량으로 2,848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다. 다양한 첨단 안전장비들을 탑재해 안전성을 확보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중형차에 육박하는 가격표는 분명 부담스러워 보인다.

경쾌한 주행성능과 다양한 안전장비를 갖춘 신형 크루즈. 실로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완전변경 신차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에만 이목이 집중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사실 값싸고 좋은 차는 없다. 그리고 신형 크루즈는 분명 이전보다 진화했다. 그만큼 높아진 가격을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으니, 판매 시작 이후 크루즈의 신규등록대수를 한동안 눈여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