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전기차가 우리 삶에 밀접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00만대가 넘는 우리나라 도로 위의 모든 자동차 중 전기차의 비율은 아직까지 0.24%에 불과하지만, 최근 다양한 전기차들이 판매되면서 점유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전문 브랜드이자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왔으며 ‘모델 S’는 테슬라를 대표하는 차종이다. 모델 S 라인업에서 주행거리가 가장 길고 고성능을 발휘하는 ‘P100D’를 시승했다.

테슬라 모델 S는 2012년 글로벌 출시 이후 2016년 부분변경 거쳐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머지않아 완전변경 신형 출시도 예상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누적 판매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로에서 마주치면 여전히 색다른 느낌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모델 S는 테슬라에서 고급 세단을 담당하는 차종답게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실내 공간의 척도가 되는 휠베이스는 그랜저와 G80의 중간 수준으로, 2열은 성인 남성 3명이 탑승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다만 등받이 각도가 곧추서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각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과감한 대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모니터 크기는 무려 17인치에 달하며, 화질이 뛰어나고 스마트폰처럼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차량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통제하는 고성능 PC가 장착됐다 해도 무방하다.

1열은 여유로운 공간과 탁 트인 시야 덕분에 운전하기 쾌적하다. 실내 곳곳의 소재 등 전반적인 인테리어 품질은 차량 가격을 감안하면 더 고급스러워야 할 필요가 있지만, 조립 품질과 마감 처리 등은 출시 초반보다 개선된 것이 분명하다.

다음은 얌전한 괴물 같은 성능을 확인해볼 차례. 모델 S P100D는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는 98.0kg.m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 시간은 단 2.7초에 불과하다.

슈퍼카 못지않은 가속 성능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주행가능거리가 국내 인증 기준 424km에 달한다는 점은 전기차로서 더 가치 있는 강점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주행가능거리는 복불복이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추운 겨울 실외에서 더 빨리 소모되는 것처럼, 전기차 배터리 역시 한겨울 낮은 온도에서는 효율이 다소 떨어진다. 주행거리 테스트를 위해 완전충전 이후 113km 가량 주행한 시점의 배터리 잔량은 53%였다.

테슬라 모델 S P100D는 차체 하부 전·후륜 듀얼 모터를 통한 상시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각각의 모터에서 출력이 발생되고 합산된 에너지를 ECU가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동방식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배터리가 차체 하부에 위치한 덕분에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적인 주행이 돋보인다. 다만 급가속하며 스티어링 휠을 조향하는 등의 스포츠 주행에서는 전·후륜 모터의 힘이 합쳐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운동성능 또한 하나의 덩어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일체감이 부족하다. 따라서 출력을 낮추더라도 세밀하고 안정적인 트랙션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주행감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테슬라의 차종들은 실내 품질과 주행 안정성 측면에서 세심한 완성도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품성을 끌어올리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다만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선두주자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델 S가 충분한 저력을 보여준 만큼, 엔트리급 차종인 모델 3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