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클래스의 엔트리 모델인 E 200 K는 부드러운 주행이 어울린다. 출력이 20마력 올랐지만 여전히 순발력에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고, 최고 속도가 나오는 4단의 꾸준한 가속도 이전과 동일하다. 고속 주행 시 안정성과 승차감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E 200 K는 서스펜션과 브레이크의 성능이 엔진을 압도할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에 힘 부족이 더욱 두드러진다.
글 /
메가오토 한상기
사진 /
메가오토 원선웅
가장 많이 판매가 되는, 그러니까 효자 차종은 메이커 입장에서 고마운 존재이다. 많이 팔린다는 자체는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차기 모델 개발에 더 조심스럽고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여전히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의 핵심 모델은 E-클래스이다. E-클래스는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크기에 상위 모델 부럽지 않은 성능과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담아내어 S-클래스는 물론 아래급인 C-클래스보다 많이 팔리는 메르세데스의 베스트셀러이다. 최근 E-클래스의 부분 변경 모델이 국내에 상륙했다. 2002년 지금의 모델(W221)이 데뷔했으니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된 셈이다.
여전히 우아한 쿠페 실루엣
마지막 E 클래스 시승이 E 350이었으니 2년여 만에 다시 만난 셈이다. E-클래스는 세월과 상관없이 여전히 늘씬하고 아름다워 앞선 디자인 감각을 느끼게 된다.
W221로 넘어오면서 스타일링은 더 날렵해졌는데, 헤드램프와 루프 라인에서 두드러진다. 2002년 나온 지금의 E-클래스는 이듬해 선보인 CLS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세단임을 분명히 하지만 루프로 넘어가는 실루엣에서 쿠페의 느낌도 조금은 묻어난다.
메르세데스의 전통대로 외관의 변화는 극히 미미하다. 범퍼와 그릴, 헤드램프의 형상이 바뀌었는데,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다. 앞모습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안개등에 크롬 라인이 들어간 것 정도이다. 내부적으로 200여 가지가 개선되었지만 스타일링의 큰 변화는 없으니 기존 오너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E-클래스의 스타일링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절제된 우아함’이라 말하고 싶다. 메르세데스 라인업의 주축인 E-클래스는 BMW 5시리즈와 비교되지만 외모부터 성격이 전혀 다르다. 5시리즈가 스포티하다면 E-클래스는 우아하다. 외모에서부터 고객층이 확연히 구분된다.
보닛을 열었더니 이번에 업그레이드 된 세로배치 된 4기통 수퍼차저 엔진이 보인다. 세로배치 되는 4기통 엔진을 이제는 별로 볼 수 없기에 반갑기까지 하다. 최대 V8 6.2리터까지 들어가는 공간이기에 엔진룸의 여유는 많다.
E 200 K에 들어가는 기본 타이어는 205/60R/16이지만 시승차는 245/45ZR/17 사이즈의 굳이어 이글 NCT5이다. 그동안 메르세데스는 트렌드와 상관없이 휠 사이즈를 비교적 작게 써왔다. 구형 S 350도 16인치에 불과했는데, 245 타이어와 17인치 휠은 이번 E 200 K의 출력을 생각할 때 조금 크다는 생각이다. 사이드 월에 촘촘히 박힌 가는 사이프 등 접지력 보다는 정숙성을 고려한 트레드 패턴이 눈에 띈다.
여전히 감각적인 실내, 편의성은 소폭 개선
2002년 E 240을 처음 탔을 때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당시의 S-클래스 뺨치는 화려한 디자인을 보고 한 눈에 반했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S-클래스 보다 더 좋았다. 시승 도중 에어컨과 속도계가 고장 나는 황당함도 겪었지만 실내의 화려한 디자인만으로도 E-클래스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덤덤하다. E-클래스가 나쁜 것이 아니라 경쟁 모델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 할 수 있겠다. 실내의 재질이나 마무리도 (적어도)느낌상으로는 다른 차들 대비 큰 장점을 찾을 수 없다. 그만큼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무덤덤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E-클래스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감각적이다. 실내 디자인이나 기능은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E 200 K가 엔트리 모델이기 때문에 윗급보다 검소해 보일 수도 있다. 시승차는 시트와 우드그레인의 색상까지 검은 톤 일색이라 다소 무거워 보인다.
편의성 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동 유무에 따라 자동으로 접고 펴지는 사이드미러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기능으로, 시동을 키면 접혔던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펴지고, 시동을 끄고 도어 락을 작동하면 자동으로 접힌다.
특이한 건 앞좌석의 사이드 윈도우가 완전히 내려가지 않고 약간 남는 반면, 뒷좌석은 모두 내려간다. 뒷좌석 삼각창의 경우 평균보다 조금 사이즈가 큰 편이기 때문에, 사이드 윈도우가 정사각형에 가까워져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지붕 전체를 유리로 덮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트렁크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 보통 차체 크기에 따라 트렁크 공간을 예상하기 쉬운데, E 200 K는 기대를 뛰어넘는다. 상하의 높이는 평범하지만 길이가 깊어 많은 물건을 실을 수 있겠다.
순발력 부족하지만 부드럽고 꾸준한 가속
E 200 K는 이전 메르세데스 차들의 느낌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하겠다. 가속 페달은 여전히 무거운 편이고, 초기 스로틀 개방 시 다소 굼뜨게 움직이는 것도 구형과 비슷하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는 평균적이어서 여성 운전자도 큰 부담은 느끼지 않을 수준이다.
수퍼차저는 2,000rpm 내외부터 작동하는데, 이때부터 차의 움직임은 좀 더 활발해진다. 실내로 전해지는 엔진 사운드의 유입은 보통 수준이다. 고음보다는 낮게 깔리기 때문에 렉서스처럼 조용하지 않아도 부담이 없다.
약 4,000rpm 부터는 컴프레서의 작동음이 들려오는데, 듣기에 나쁘지 않다. 더 들렸으면 좋겠지만 회전수가 높아지면 어느새 사그라드는 것이 아쉽다. 일단 수퍼차저가 작동하면 고회전까지 토크 밴드가 플랫하게 지속되긴 한다.
구형보다 20마력 늘어난 183마력의 힘은 넘치지는 않아도 수치로만 본다면 크게 모자란 수준은 아니지만 시종 부드러움으로 일관한다. 추월 때도 재빠른 몸놀림보다는 묵직하게 움직인다. 100km/h 넘어선 상태에서 3단으로 풀 스로틀은 물론, 1, 2단에서 급가속을 시도해도 큰 추진력을 기대하긴 힘들다.
대신 속도는 꾸준하게 올라간다. 구형과 같은 특성이다. 구형도 1.8리터 배기량을 생각했을 때 의외다 싶을 정도로 꾸준하게 속도가 붙었는데 뉴 E200K 역시 그런 특성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 힘이 늘어난 만큼 속도가 붙는 것이 조금 더 빨라진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구형을 탄지 오래라 정확히 비교할 만큼 기억력이 좋지 않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0.5초 빨라진 9.4초로, 역시 평범한 수준이다.
기어비는 1, 2단은 짧고 3단은 평범하다. 1, 2단의 최고 속도는 55, 95km/h로, 2단의 최고 속도를 100km/h까지 딱 채웠으면 어땠을까 싶다. 3단의 최고 속도는 155km/h로, 4단으로 넘어가면서도 예의 리니어한 가속이 230km/h까지 계속된다.
200km/h이 넘어가면 꺽일 것 같은 가속은 그대로 쭉 이어진다. 4단에서 레드존에 이르면 230km/h 부근에 이르는데 오르막을 만나면 속도는 떨어지고, 직선에서도 5단으로 넘어가면 이 속도를 지키지 못하고 조금씩 속도계의 바늘이 떨어진다.
토크 밴드는 비교적 두텁게 느껴지지만 레드존이 가까워지면 아무래도 이전만큼의 힘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최고 속도는 4단에서 나온다 봐야겠다. 4단의 기어비가 길어 지루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최고 속도를 뽑을려면 비교적 긴 직선이 필요하다.
‘벤츠의 고속빨’은 배기량과 출력 낮은 E 200 K에서도 유효하지만 윗급 모델에 비해 스케일이 다르다.
200km/h이 넘는 속도에서도 평상시 볼륨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정숙성이나 고속 승차감은 역시나 최고 수준이다. 풍절음도 차체를 생각한다면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어, 고속으로 달릴 때 운전자가 받는 부담이 적다.
제동력은 엔진이 초라하게 느껴질 만큼 최상의 성능이다. 180km/h에서 연속으로 풀 브레이킹을 시도해도 동일한 제동력을 발휘하며, 예상보다 훨씬 앞서서 차를 멈춰 세운다. 이 높은 속도에서도 마지막까지 제동력이 동일하게 지속되는 것은 기대 이상이다. 급제동 후 조였던 안전벨트를 신속하게 다시 풀어주는 모터의 작동음도 소음이 아니라 믿음직스럽게 들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급제동 시의 밸런스가 너무 좋다. 높은 속도에서도 이정도로 안정된 밸런스가 유지되니 위급 상황에서도 맘 놓고 페달을 힘껏 밟을 수 있겠다. 급제동 시 노즈다이브 현상도 극히 적은 수준이며, 차체가 가라앉는 느낌도 일품이다. 고속에서 급제동 시 이보다 더 안정적인 자세를 보인 차는 포르쉐 정도이다.
이번에 바뀐 E-클래스에는 SBC(Sensonic Brake Control) 대신 기존의 유압식 브레이크가 적용되었다. 신기술이 기존 시스템으로 되돌아 간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SBC는 2002년 당시만 해도 ‘미래에서 온 브레이크’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말썽이 많아 최근 몇 년 동안 대대적인 리콜의 대상이었다.
어쨌든 SBC가 없음으로 해서 실질적인 제동력은 더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제동 시 페달의 느낌도 보다 자연스럽다.
브레이크처럼 섀시와 서스펜션 역시 엔진을 훨씬 앞서간다. ESP 이외에는 특별히 보디를 컨트롤 하는 전자 장비가 없어도 코너를 잘도 돌아나간다. 코너에서 다이내믹한 맛은 없지만 결국 빠른 몸놀림은 지극히 벤츠스럽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뉴트럴 스티어의 특성을 보인다. 아니 그보다는 코너링의 한계가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싶다. 보통 섀시와 서스펜션이 좋으면 타이어의 그립도 극대화 되는데, E 200 K가 전형적인 예이다.
동력 성능만 따진다면 E 200 K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E 200 K 아방가르드의 가격인 7천 90만원이면 훨씬 빠른 차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아한 스타일링과 강인한 하체에 더해 메르세데스만의 느낌과 브랜드 파워에 끌린다면 E 200 K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보닛 끝에 우뚝 서있는 세 꼭지 별 엠블렘이 눈에 밟힌다면 저렴한 E-클래스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 200 K 주요 제원
전장×전폭×전고(mm) : 4,820×1,820×1,485
휠베이스(mm) : 2,855
트레드 앞/뒤(mm) : 1,575/1,570
중량(kg) : 1,540
엔진 : 직렬 4기통 1,796cc 수퍼차저
보어×스트로크(mm) : 82.0×85.0mm
최고출력(마력/rpm) : 183/5,500
최대토크(kg.m/rpm) : 25.5/3,500~4,000
압축비 : 8.5:1
구동방식 : 뒷바퀴굴림
트랜스미션 : 5단 AT
기어비 : 3.95/2.42/1.49/1.00/0.83
최종감속비 : 3.27
서스펜션 앞/뒤 : 4링크/멀티 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디스크
최고 속도(km/h) : 232
0-100km/h 가속 성능(초) : 9.4
최소회전반경(m) : 5.72
연료탱크용량(리터) : 65
연비 : --
타이어 : 245/45ZR/17
차량가격 : 7천 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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